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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과 세운상가 - 왜 시장이 바뀌면 서울이 바뀔까
박경선 지음 / 돌고래 / 2026년 6월
평점 :
우문(愚問)이라고 해야 할까? 당연히 서울시장에 출마했다는 것은 자신이 서울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정책을 지니고, 그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니까. 여기에 서울이라는 곳이 정치, 문화, 경제의 중심이고, 서울시장은 곧 더 큰 권력으로 가는 경유지가 될 수 있으니까,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되는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니까.
자신의 정책과 비슷한 정책을 지닌 시장이 전임이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자신과 다른 정책을 펼친 시장이 전임이었다면, 서울 정책이 바뀔 수밖에 없다.
즉 왜 시장이 바뀌면 서울이 바뀔까? 라는 질문은 어째서 우리는 서울시장을 정책의 연속성 상에 있는 사람을 선출하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 책은 역대 서울시장 중에서 오세훈과 박원순이 번갈아 시장을 한 20년 정도를 살피고 있다. 둘의 정책이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에 서울시장을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년,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기에 이들은 오세훈-박원순-오세훈 순으로 서울시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오세훈이 당선된 시점에서 이 구도는 여전히 유효하기도 하고.
서울시장이 바뀌면 서울이 바뀔까는 질문이 오세훈 바로 전에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과 오세훈을 놓고는 할 수 없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같은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명박에 이어 오세훈을 선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박이 추진한 청계천 복원 사업(사실상 복원이 아니라 청계천이라는 인공 하천을 다시 만든, 청계천 개발 사업이라고 해야 하지만, 여하튼), 뉴타운 사업, 버스 전용차로 도입 등등에 대해서 서울 시민들이 그리 반발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즉 당시까지는 개발이 통했다는 것인데, 오세훈이 급식 문제로 중도 사퇴한 이후에 당선된 박원순은 이러한 눈에 확 띠는 사업들과는 달리 과정을 중시하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정책을 운영한다. 그리고 다시 박원순 이후 당선된 오세훈은 박원순이 했던 사업들을 지워나가고 있는 중이고...
이러한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정책이 바뀐 사례를 '노들섬'과 '세운상가'를 통해서 살펴보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노들섬은 서울시 소유라, 서울시장이 자신의 정책을 쉽게 펼칠 수 있는 반면에, 세운상가는 민간인들의 소유가 많아 서울시장이 자신의 정책을 펼치려 해도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하여 이 책은 우선 노들섬에 대한 두 시장의 정책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오세훈은 노들섬을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하려 했고, 박원순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장소로 하려 했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외양을 지닌 건축을 노들섬에 건설하려고 하는 정책이 오세훈의 정책이라면, 시민들이 가꾸고 변화시켜 가는 노들섬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박원순의 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시장이 오세훈이니... 노들섬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고.
이와 같은 경우가 세운상가다. 세운상가 건물을 철거하고 재개발하려 하는 것이 오세훈이라면, 그 건물을 유지하면서 새로움을 더해가려 했던 것이 박원순이라고... 하지만 다시 오세훈이 당선된 이후 100미터가 넘는 고층건물을 짓겠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과정이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이 두 시장의 정책을 저자는 책의 뒷부분에서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두 명의 서울시장은 동일한 공간을 전혀 다르게 구상해 왔다. 오세훈 시장에게 노들섬은 글로벌 경쟁력을 상징하는 한강 위 랜드마크였고, 박원순 시장에게는 사용자가 중심이 되는 복합문화공간이었다. 세운상가 역시 오세훈 시장에게는 철거와 재개발을 통한 '도심 재창조'의 대상이었고, 박원순 시장에게는 역사적, 산업적 장소성이 축적된 '창의제조산업의 혁신기지'였다. 동일한 장소가 전혀 다른 미래상으로 기획된 것이다.' (251쪽)
그렇다면 이 두 곳을 통해서 서울의 미래를 그리는 정책이 대비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누구의 정책이 더 좋다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두 정책이 지닌 장점과 단점을 살피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읽어가면서 어떤 식으로 이 두 장소를 변화시켜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외부자의 시선으로 볼 것인가, 내부자의 시선으로 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 책을 보면 오세훈의 정책은 외부자의 시선이 강하다 할 수 있고, 박원순의 정책은 내부자의 시선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박원순은 '어떤 공간을 만들겠다는 하드웨어의 제시보다, 그 공간에 어떤 사람들이 모이고 어떤 활동이 이루어질지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비전을 강조'(195쪽)했다고 한다면, 오세훈은 이와는 대척점에 있는 비전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점을 광화문 광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장소로 광화문 광장을 생각하는 것이 내부자의 시선이라면 광장은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많은 전시물들을 설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광장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눈길을 끌 무언가를 설치해야 한다. 이 점을 생각해도 두 시장의 정책이 상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들섬과 세운상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마 오세훈 임기 4년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 곳들의 사업은 또다시 변화를 겪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변화를 겪지 않으려면, 적어도 서울시장의 정책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에서 대표적인 두 곳의 개발을 놓고 서울시민들이 냉철하게 평가하고, 그 평가를 받아들이고 서울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발 추진 -> 중지 -> 변경 추진 -> 중지 ->변경 추진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즉 누가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바뀌는 서울 정책이 아니라 서울 정책의 일관성을 시민들의 의사에 맞게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렇게 우왕좌왕하면서 예산과 시간, 그리고 사람들의 노동까지 낭비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단기적 성과를 넘어서는 장기적 계획 체계, 다양한 행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그리고 정책 전환에 대한 제도적 견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도시공간은 단기간의, 오락가락하는 정치적 투기 행위에 휘말려 낭비될 것이다.'(257쪽)고 하고 있다.
이렇게 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깨어있는 시민들이 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자신의 정치적 출세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시민들과 함께 서울의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 그러한 장소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을 알아보고 선출하는 안목.
그래서 아쉽다. 이 책이 조금 더 빨리 나왔어야 하는데... 이번 지자체 선거가 끝나고나서야 읽게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