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 윌리엄 모리스 산문선
윌리엄 모리스 지음, 정소영 옮김 / 온다프레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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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모리스.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사람. 삶에서 아름다움이 없다면 그 삶은 너무나 공허하다고 한 사람.


남들은 중세를 암흑기라고 하지만 모리스는 중세야말로 아름다움을 살았던 시대라고... 그때 사람들은 삶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냐? 이유는 간단하다. 삶과 예술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장식예술을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쓰는 많은 도구들을 그냥 실용적인 목적으로, 그 쓰임새만을 위해 만들지 않고, 쓰임새와 더불어 아름다움을 생각해서 만들고 썼다는 것.


건축도 마찬가지다. 겉모습의 웅장함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면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고.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보면 모리스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다. 단지 쓰임새만 생각하고 사지 않는다. 디자인을 본다. 아름다움을 본다. 그래서 우리가 쓰는 물건들에는 쓰임새와 더불어 아름다움도 함께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모리스의 주장이다.


이렇게 인간은 생활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는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경제적으로도 평등해져야 한다. 먹고살기 위해서 억지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일을 하는 사회.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야 아름다움이 삶 속에서 실현된다고 모리스는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사회주의자라고 주장한다.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가난한 사람, 자신의 노동을 남을 위해서만 하는 사람들이 없는 사회.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바로 아름다움을 생활에서 추구하는 것과 방향이 같다고 한다.


그는 '제가 뜻하는 사회주의는 ~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살고, 낭비 없이 만사를 꾸려가고, 어느 누구에게 해가 되면 곧 모두에게 해가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의식하는 그런 사회적 조건이지요. 마침내 공화(共和)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가 구현되는 사회라 할 수 있어요'(165-166쪽)라고 한다.


이런 사회는 삶 속에서 아름다움이 자연스레 구현되는 사회이고, 이런 사회에서는 쓰임새만이 아니라 아름다움도 함께 물건에 요구하고 실현하는 사회가 된다.


그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에 즐거움을 입히는 일, 그것이 바로 장식이 수행하는 하나의 위대한 역할입니다. 사람들이 만드는 물건에 즐거움을 부여하는 일, 그것이 또 다른 역할입니다.'(104쪽)고 장식예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즐거움은 곧 아름다움과 통한다는 것.


이러한 아름다움이 즐거움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곧 '자연에 조응하며 도움이 되면 아름다운 것이고, 반대로 자연에 어긋나며 방해가 되면 추한 것입니다.'(103쪽)고 하고 있으니, 이런 상태에서의 아름다움은 즐거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움이 넘치는 사회는 사람들이 살 만한 사회라 할 수 있는데, '현대의 삶이 살 만한 것이 되려면 두 가지 미덕이 꼭 필요합니다.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모두에게 행복이 되는, 민중에 의해 민중을 위해 만들어지는 예술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정직함과 소박한 삶'(54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나침, 낭비가 없는 사회. 어느 곳에서는 넘쳐나서 버리고 있지만 어느 곳에서는 없어서 고통을 받는 그런 사회가 아닌, 정직함과 소박한 삶이 넘치는 사회일 수밖에 없다.


모리스는 필요를 창출하지만 그 필요에 아름다움을 덧붙일 수 있는 사회, 그리고 모두가 그러한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누리는 사회를 그는 바라고 있는데, 이런 사회에서 '살 만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 첫째는 건강한 신체, 둘째는 과거,현재,미래와 교감하는 활달한 정신, 셋째는 건강한 신체와 활달한 정신에 적합한 직업,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주거환경'(255쪽)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 시대에도 유용한 주장 아닌가. 살 만한 삶. 아름다운 삶.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 정신, 일,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 이 중 하나만 없어도 우리는 살 만한 삶이라고, 아름다운 삶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리스가 주장한 이런 살 만한 삶은 아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동료 인간을 두려워하는 일을 그만두고 그들을 믿고 의존하는 일, 경쟁을 없애고 협력을 쌓아가는 일, 그것이 우리가 꼭 해야 할 일'(240쪽)이라는 모리스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름다움에 관한 모리스의 글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단순히 미학에 관한 책이 아니다. 우리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사회학, 정치학과도 연결이 된다. 그가 삶의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름다움은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에서 한 가지 더 좋은 점이 있다면 모리스가 만든 아름다운 문양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얼마나 삶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했는지, 그 문양들을 보면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추천한 박노자의 말을 보자. 이 책을 가장 잘 정리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리스가 세운 뜻은, 쉽게 이야기하면 근대가 망까뜨리고 획일화시킨 인간에게 미(美)를 통해 다시 한번 자유와 개성을 돌려준다는 것이었다.'(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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