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로 보는 페미니즘 미술
고경옥 지음 / 현실문화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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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페미니즘을 미술 전시를 통해 실현했던 과정을 살펴본 책이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주로 여성 작가들의 전시를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페미니즘 전시가 여성 작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남성 작가들도 참여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즉 페미니즘이란 특정 성만이 주장하는 이론이나 실천이 아니라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성의 구분을 떠나서 사람들이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고 누려야 한다는 주장이자 실천이다. 그러니 페미니즘을 특정 성으로 가두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야 페미니즘에도 다양한 이론이 있고, 다양한 실천이 있으며, 이들이 같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지만 한때 페미니즘을 단일한 운동으로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단일한 운동으로 생각하면 페미니즘이 지닌 다양성을 보지 못하게 된다. 페미니즘 자체가 다양성을 포함하고 있는 운동이고, 나만큼이나 다른 존재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운동이니, 어느 범주로 국한시켜 다른 범주들을 배제하는 것은 페미니즘과 맞지 않다.


이 책에 실린 여러 전시들을 보면 그 점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여러 전시를 통해서 페미니즘 미술을 보여줬다고 하지만, 그들이 전시한 작품들을 보면 표현기법에서부터 주제까지 너무도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함,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페미니즘 미술이고, 또 페미니스트들이 지녀야 할 자세 아니던가.


하여 이들 전시에는 페미니즘을 강조했다고 비판을 받는다든지, 페미니즘적 요소가 부족하다고 비판을 받기도 하고, 또 서로 다른 작품들이 한 공간에서 전시되는 바람에 전시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다.


하지만 그런 전시가 바로 페미니즘의 실천 아니겠는가. 어느 하나로 가두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열려 있는, 다름을 받아들이는 전시들.


많은 전시들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고, 그런 전시들이 어떻게 페미니즘과 연결되는지, 주요 작가들은 누구인지 잘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여기에 서울에서의 전시만이 아니라 부산에서 활동한 작가들에게도 한 장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으니, 이런 책의 구성 역시 페미니즘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페미니즘을 표방한 미술 활동이 서울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도 활발한 활동들이 이루어졌을 텐데, 그에 대한 연구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서 부산 지역의 전시를 살펴봄으로써 지역을 확대한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연구를 확장해서 부산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이루어진 전시들에 대한 연구, 그것들이 지닌 의미를 찾는 연구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점은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인데, 바로 이 점이 아쉬운 점이 되기도 한다. 많은 경우 작품이 사라져 지금은 볼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자로만 남은 그림이나 또는 설명을 통해서 이런 그림이겠지 하고 짐작할 수밖에 없는 그림들이 있는데, 그나마 이렇게라도 이름이라도 남은 작품은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당대에 전시되었음에도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작품들이 얼마나 많을까. 지금은 전시회에 도록들이 잘 되어 있어 작품들이 사진으로도 남겨지지만 당시에는 사진으로도 남지 않은 작품들이 꽤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고, 자신들의 주장을 살린 전시회를 오랫동안 개최해왔다는 사실. 그러한 활동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 우리 미술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에 나온 80-90년대 페미니즘 전시를 했던 모임들... <시월 모임>, <터>, <30캐럿> <그리뮤패 둥지>, <만화패 미얄> 그리고 '여성미술연구회' 여기에 부산에서 활동했던 미술가들과 그들이 협업해서 했다는 전시 <99여성미술제:팥쥐들의 행진>


이런 여러 전시에 대한 설명을 만나볼 수 있는 책. 더불어 각 전시회에 참여했던 작가들과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 우리가 지나온 과거에 페미니즘이 미술작품의 전시를 통해 어떻게 실천되고 있었던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림 하나를 보자. <시월 모임>의 두 번째 전시, [반에서 하나로]에 나온 작품이라고 한다. 제목이 현모양처인데... 과연 여성을 동등한 대상으로 대하고 있었는지, 과거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 지금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고경옥, 전시로 보는 페미니즘 미술. 현실문화연구(....A). 2026년.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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