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 식물학자가 자연에서 찾은 풍요로운 삶의 비밀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존 버고인 삽화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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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한 책이 아니다. 경제에 대한 책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경제와는 다른 경제를 이야기한다.


경제하면 자본, 자본을 쉽게 말하면 돈이라고, 돈을 어떻게 벌고 쓰느냐 하는 수입과 지출의 문제로 경제를 생각하면 안 된다. 저자가 말하는 경제는 화폐를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아니다.


화폐를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는 활동에 가장 중요한 것은 '희소성'이다. 희소성이 있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그야말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니 가격이 상승한다는 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경제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경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경제는 '호혜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호혜성이라는 말이 어렵다면 '선물'이라고 하면 된다. 선물... 주는 것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행위. 이런 행위들은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선물은 멈추지 않고 순환한다. 그리고 주면 줄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난다. 경제의 무한 확장, 순환 관계 속에서 가치가 계속 늘어나는 경제 활동. 이것이 바로 선물 경제다.


그런 선물 경제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자연이라고 한다. 저자 역시 베리(이 책의 원제목은 서비스베리다. Serviceberry)를 통해 선물 경제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존재들과 얽혀 있다. 그리고 다른 존재들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내어준다.


이것이 선물이다. 기꺼이 내줌. 이러한 선물들이 돌고 돌면 결코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돌고 돌수록 가치는 늘어난다. 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유용함을 주기 때문이다.


식량을 저장하는 방식.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자신의 냉장고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 이웃의 배에 저장한다는 발상. 이것이 바로 선물 경제다.


내게 남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는 없을 수도 있다. 이때 나눔은 선물이 되고, 이것은 나에게도 받는 이에게도 기쁨이 된다. 이런 선물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선물의 기쁨을 알기에 선물을 주는 행위는 지속된다. 반복된다. 하여 누구에게 필요한 것들이 선물이 되어 필요한 사람에게 찾아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호혜성'이다. 없다고, 희소하다고 값을 올려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데 없는 사람에게 주는 것, 선물, 호혜성. 이런 사회에서는 결핍이란 없다. 내 결핍을 채워줄 선물이 올 테니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러한 선물을 줄 테니까.


자연에서 보고 배운 것, 느낀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데도 필요함을 저자는 느끼고, 그런 생활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선물 경제, 호혜성이 바탕이 되는 경제 활동은 누군가의 결핍으로 이익을 보지 않는다. 반대로 누군가의 결핍을 누군가가 메워주는 경제 활동을 한다. 하여 결핍은 줄고 풍요는 늘어나게 된다. 


자연, 우리 인간이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으면 제 자리를 찾아간다. 경쟁도 하지만 주로 협력을 하면서 자연의 생태계를 이루게 된다. 이런 삶, 이것이 '선물 경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희소성에 바탕을 둔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누군가의 결핍을 서로 메워주는, 선물이 돌고도는 사회, 그런 사회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사회가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미 선물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러한 사람들의 사례가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씩 변한다.


점진적 변화와 급격한 변화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 지금 인공지능으로 자연에서 더 멀어지려는 이때 우리가 어떤 사회를 꿈꾸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니시나베 전통 경제에서 땅은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원천이다. 재화와 서비스는 일종의 선물 교환을 통해 분배된다. 삶의 일부를 내어줌으로써 다른 생명을 떠받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음식을 먹고 우리의 영혼은 소속감에서 양분을 얻는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필수적인 음식이다. - P19

기후 재앙과 생물다양성 상실은 인간이 존중 없이 마구잡이로 자연을 취한 결과다.
선물을 받았을 때 우리의 첫 번째 반응이 감사라면 두 번째 반응은 보답이다. - P23

감사와 호혜성은 선물 경제의 화폐이다. - P24

물질은 순환 경제를 이루어 생태계를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탈바꿈한다. 풍요를 창조하는 것은 재순환이며 호혜성이다.

- P26

무언가가 선물의 지위에서 상품의 지위로 바뀌면 우리는 상호 책임에서 벗어난다. - P41

선물 경제에서 화폐는 관계다. - P50

이 관계는 감사로, 상호의존으로, 계속되는 호혜성의 순환으로 표현된다. 선물 경제는 상호 안녕을 증진하는 공동체의 유대를 길러준다. 선물 경제의 당위는 ‘나‘가 아니라‘우리‘다. 모든 번영은 상호적이기 때문이다. - P51

선물 경제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재화와 금전이 아니라 감사와 연결이다. 선물 경제에는 직접적 교환이 아니라 간접적 호혜를 위한 사회적, 도덕적 계약 체계가 포함된다. - P52

선물의 흐름에 의미가 있는 것은 규모와 맥락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물 경제가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공동체 규모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 P72

각 종은 다름으로써 경쟁을 피한다. 존재 방식의 다양성은 경쟁의 폐해를 막아주는 해독제다. - P96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돌아가려면 결핍이 있어야 한다. 이 체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결핍을 만들어내도록 설계되었다. - P98

받은 선물을 남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에 기초한 건물 경제의 토착 철학은 쌓아두기를 통한 인위적 결핍 창출을 용납하지 않는다. - P100

경제성장은 멸종의 엔진이다. - P105

무한히 재생 가능한 자원인 감사와 친절이 교환의 화폐인 사회에서 살고 싶다. 이러한 화폐는 쓸수록 가치가 낮아지는 게 아니라 나눌 때마다 증가한다. - P111

우리가 미래에도 번영하려면 축적에서 순환으로, 독립에서 상호의존으로, 상처내기에서 치유하기로 돌아서야 한다.

- P120

선물에 보답하는 재생 경제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P124

올 때보다 갈 때 더 좋은 곳이 되게 하렴.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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