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하트 -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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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헌터' 생소한 말이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찾아 연결해 주는 직업이다. 한 직장에서 평생을 보내는 일이 드물어진 요즘, 이직을 하기 위해서 여러 조건을 따져야 하는데, 사람을 구하는 직장과 직장을 구하는 사람이 서로 맞아떨어지게 하는 역할, 그러면서 자신들의 수익을 챙기는 직업.


이 직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잘 연결해야 한다. 연결이 되어야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기업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그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의 능력, 조건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한다.


연결하기 위해서는 양쪽을 다 알아야 하는데, 그래서 면접을 보기도 하는데, 이때 정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일까? 흔히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능력에 별 차이가 없다면? 경력이나 능력이 비슷하다면 무엇을 볼까? 외모? 아니다. 학력이다.


학벌사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학벌에 대한 집착이 심했다. 지금도 그러냐고? 아니라고 답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학원에서는 대학들의 순위를 무슨 노래 가사처럼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


대학 서열이 의대로 인해서 흐트러졌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니, 의대도 그러한 순위에 따라서 판단을 하니, 여전히 우리 사회는 학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모던 하트라고 한글로 쓰여 있는데, 영어로 modern heart가 아닐까 하는데, 현대적 사랑 또는 현대의 열정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제목인데, 현대의 사랑이 무엇일까?


제목만 보면 사랑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라기 보다는 현대인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직장. 좋은 직장은 무엇일까? 연봉이 높은 직장. 요즘에야 워라벨이라고 해서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연봉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좋은 조건이 바로 연봉과 직결이 되니까. 


이직을 하는 이유도 전부는 아니겠지만 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테고, 연봉이 높은 직업을 갖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 중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학력이다. 학벌이라고 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되지라는 말이 얼마나 순진한 말인지를 헤드 헌터인 미연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 회사에 딱 맞는 사람임에도 학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뽑지 않는 경우가 있음을.


여기에 미연 자신도 학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고, 자신이 만나는 상대로도 좋은 학벌을 지닌 사람을 원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미연의 제부는 어떤가? 여동생인 세연이 결혼한 사람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그럼에도 사법고시에 합격하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한다는 핑계로 빈둥대고 있는 인물, 빈둥대면서도 부끄러움조차 없는, 집안일은 자신이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그런 인물. 


미안해 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없는 인물이지만 그런 인물에게 반한 이유는 바로 학벌이다. 이 학벌이 가정생활에는 오히려 독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학벌에 연연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들 미연의 가족, 또 미연이 연결해 주는 회사들의 인사 방침을 통해서 보게 된다. 그리고 미연이 사랑한다고 느낀 태환이라는 사람에게서도 이런 학벌의 후광이 자리한다. 


소설은 이렇게 우리 사회의 학벌을 꼬집는다. 학벌에 가부장적인 모습까지 겹치면 참 대책이 없다. 이 대책 없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소설에 제법 나오는데, 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남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 학벌 하나로 인정받은 사람들. 그들의 모습이 어떤지를 소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물론 학벌 좋은 사람들이 모두 그렇단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설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니...


결혼과 직장. 이 두 가지에서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헤드 헌터인 미연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은 이런 인습에서 벗어났으면 싶은데...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개정판에 실린 작가의 말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인공지능 시대, 세상에 인간 중에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인공지능을 앞설 수 없는 시대가 되었는데,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해야 할 이 시대에 여전히 학벌, 학벌한다면 과연 그것이 바람직할까.


학벌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있는지를 이 소설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 희망...우리 역시 놓으면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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