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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공화국 선언 - 강력한 기술, 흔들리는 가치, 인류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알렉스 C. 카프 외 지음, 빅데이터닥터 옮김 / 지식노마드 / 2025년 8월
평점 :
읽으면서 반감이 들기도 한다. 뭐야, 미국의 패권을 주장하는 책이잖아. 이거야 원.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기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과학기술이 복무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 국가가 어디냐면 미국이다.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첨단 기업들이 국가와 연결되지 않고 개인의 만족을 위한 사업, 기술 개발에 몰두했기 때문에 지금 미국이라는 나라가 힘들어졌다는 판단을 하고, 과학기술은 국가와 결합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옳음보다는 좋음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니, 세계화 시대에는 맞지 않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이 주장이 통하는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금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패권국에서 밀려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관세를 통해 다른 나라들을 겁박하는 것이나 도처에서 전쟁을 벌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것, 여기에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이니...
트럼프는 각종 협약도 폐기하고 있으니, 유엔이라는 단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즉 세계화 시대는 저물고 각 국가의 각자도생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해도 되겠다.
이런 때에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첨단 과학기술의 회사들이 어떻게 해야할까를 주장하는 책인데, 저자가 공동체, 공동체 주장하지만 이 공동체는 미국이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다시 세계를 주도하려면 개인의 만족을 위한 사업과 기술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와 연결이 된 사업과 기술이 주도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 읽으면서 반감이 들 수밖에... 그럼 우리는 뭔가?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미투자를 몇천 억원 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과학기술과 첨단무기를 결합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공동체를 인류로 확장하지 않고 한 국가로 축소시키고 있는 이 주장이 왜 지금 나오고 있을까? 과학기술이 인류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이 시대에 오히려 그러한 기술들로 인해 힘을 잃어가는 나라가 있고, 그 나라가 힘을 잃어가니 나라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졌다는 것, 그러니 다시 힘을 되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과학기술과 국가가 결합이 되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철저하게 인류의 관점에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미 이 책의 저자에게는 세계화는 없다. 각 국가만이 있을 뿐이다. 국가만이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미국만 있을 뿐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미국이 다시 강해져 패권국가로 군림하고, 거기에 과학기술이 기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쩌면 기술로 사람들을 통제하는 사회로 가는 발판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국가와 결합한 과학기술의 예로 핵추진 잠수함 이야기가 나오는데,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관철시킨 해군 장교를 영웅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핵추진 잠수함으로 미국은 바다의 패권을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지금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저자가 있는 회사는 미국이라는 나라와 결합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인권, 이런 것은 없다. 오로지 국가의 이익과 자신들의 이익을 일치시키고 있다. 따라서 온갖 무기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만들려고 하고 있다. 무기가 아니라 무기를 무력화 시키는 기술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서 그들은 이러한 기술이 무기로부터 죽어가는 사람들을 좀더 저렴한 가격에 효율적으로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미국이라는 나라의 패권을 잃지 않으면서...
참...이렇게 미국의 패권을 이야기하지만, 역시 미국 사람답게 세계 시민임을 포기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책의 끝부분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과 세계 곳곳에서 기술 공화국을 재건하려면 집단적 경험, 공유된 목적의 정체성, 결속시킬 시민적 의례를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277쪽)고.
이 말만 보면 다른 나라들도 이렇게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지니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지녀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각국은 각자도생의 세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 더욱 과학기술을 국가와 결합시킬 수밖에 없는데, 국가와 결합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군수 아닐까 한다. 이는 과거의 '군산복합체'를 부활하자는 말과도 같지 않을까 하는데... 설마, 그것은 아니겠지.
이래서 읽기 불편하다. 하지만 미국이 이렇게 나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 세계화는 국가 간의 경쟁, 각자도생의 세계로 변하고 있으니,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어이 없음'이라고 내치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각자도생의 세계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잃지 않는 방법도 고민해야 하니, 이래저래 힘든 세상에 직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경고의 의미로 이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손 놓고 구경만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저자도 이런 말을 한다. 이 말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모든 과학기술이 국가와 또는 기업과 연관될 때 적어도 우리는 이 점을 먼저 살펴야 한다.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를 떠나서 이 책엔 새겨둘 만한 말들이 제법 있다. 그 중 둘을 여기에 적어둔다.
'만일 우리가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단 한 번이라도 오남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그 사실을 전제로 해서 설계와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221쪽)
그리고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지녀야 할 자세, 이것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묻고, 그 답에 대해 다시 '왜?'라는 질문을 4번 더 반복하는 것이다. 이를 '5Whys'라고 부른다.' (2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