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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 월급사실주의 2025 ㅣ 월급사실주의
김동식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평점 :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이건 자신의 능력에 비해 직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나는 더 좋은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데, 왜 여기에서 이렇게 일을 하고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담긴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말한다. 정말, 귀천이 없을까? 힘듦과 쉬움이 있고, 수입이 많음과 적음이 있지만 그것으로 귀천을 따지면 안 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 그 직업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월급사실주의 동인'들인 작가들이 모여 그러한 현실을 소설로 썼다. 이 책이 세 번째 책이다. 2023년에 첫 책이 나왔고, 해마다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으니 올해 나오면 네 번째 월급사실주의 소설이 되겠다.
월급사실주의, 노동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문학이 삶과 동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 문학이 작가의 자기만족으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것도 불합리한 현실을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 있는 문학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 바람이 이루어졌느냐는 것을 따지기 전에 이러한 작업을 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겠다. 문학을 통해서 현실을 만나고, 간접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나만 힘든 삶을 겪고 있구나 하는 위안을 느끼는 동시에, 이러한 힘겨운 삶이 내 탓만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 그래서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함께해야 함을 생각하게 하는 것. 문학은 그렇게 현실에 참여하게 된다.
이 소설집에 황모과가 쓴 '둘이라면 유니온'에서 약간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계엄 선포하기 전에 모인 국무회의 장면이다.
회사에서 일하며 느꼈던 일들을 쓴 소설. 비록 노조를 결성하지 않았지만 둘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던 장면을 회상하면서 그런 행위가 노조를 결성한 행위라고 여기기로 했다는 소설 속 인물.(215쪽) 이 인물은 그 회사에 더 이상 있지 않고 나온다. 자신의 양심으로 계속 있기 힘들었으니...
그러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써왔던 소설을 쓰기로 하고, 나중에 작가노조에 가입을 한다. 하, 소설에서는 작가노조가 금속노조 지회가 되었다고 하는데, 왜? 작가도 철(금속)을 이용하니까... 현실에서 이렇게 소설 속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검색해 보니 2025년에 작가노동선언을 발표했던데... 노조로 아직 공식 출범한 것 같지는 않지만 조만간 작가노조가 출범하겠지. 노조에 대한 반감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데, 이 역시 특정 권력집단과 언론이 조장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이 소설에서 임원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장면 '이 겨울, 기시감에 시달리며 '회의실의 피터들'을 떠올렸다. '회의실의 코끼리'는 회의중에 절대로 언급되지 않는 일들을 비유한다. 그리고 조직에서 승진하는 사람들은 완벽하게 무능하거나 승진한 뒤엔 반드시 무능해진다는 것이 '피터의 법칙'이다. 리안과 나는 회사 회의실에 피터들뿐이라고 말했었다. 그걸 떠올리니 12·3 내란의 밤, 국무회의 분위기도 할 만한다. ... 아무도 언급하지 않아 코끼리가 된 피터들의 표정은 지겨울 정도로 친숙하다.' (212-213쪽)
그렇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이런 피터가 되기 싫어 회사를 나온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매몰되지 않고, 그 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하고, 회사원의 처우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피터가 되지 못한다. 그러니 노조를 결성할 수밖에 없고. 회사를 나와 작가가 된 이후에 작가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소설들이 바로 '월급사실주의 동인들'이 쓴 소설이다.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노동현장을 소설로 보여주는 것, 그런 부당함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최근 '쿠팡 사태'를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아니, 쿠팡 사태 이전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음에 이르렀는지를 살펴보면, 월급사실주의 소설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세상에 살기 위해서 노동을 하는데, 오히려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작가라면 그런 현실을 외면하면 안 된다.
이러한 현실이 직장을 얻지 못하는 젊은이들, 인종차별을 알게모르게 당하는 이주노동자들(우리나라에 온 이주노동자 문제도 있지만, 외국으로 나간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돌봄노동자들, 비정규직, 방송의 윤리 문제를 생각하는 방송인, 시각장애인, 인공지능 시대에 데이터 라벨링을 하는 노동자, 중증장애인들이 겪는 문제를 지 작품집에서 각 소설가들이 다루고 있다.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현실. 바꿔야만 하는 현실. 사람이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사회.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야 함을, 그러한 환경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현실에서도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니, 월급사실주의 동인들의 작품, 그러한 현실을 바라보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올해도 작품집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