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 금기와 편견 너머, 하마스를 이해하기
헬레나 코번.라미 G. 쿠리 지음, 이준태 옮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 동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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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동정. 나라를 잃고 쫓겨난 사람들. 또는 기껏 살고 있는 곳도 온갖 검문소를 통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사람들. 그 정도. 자살폭탄 테러. 이 정도. 


예전에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을 읽은 적이 있고, 몇 권의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피상적이다. 잘 알지 못한다. 그만큼 팔레스타인에 대한 정보는 적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정보가 적은데, 하물며 하마스에 대해서랴.


하마스 하면 테러집단 또는 무장폭력단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데, 더 알려고 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하마스에 대한 정보를 쉽게 만날 수 없어서 그랬는지, 가자지구에서 선거로 하마스가 집권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어? 무장단체가 선거에서 승리해 집권을 했다고? 하면서 놀랐던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초토화 하고 있다. 아예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을 봉쇄한 것도 모자라 여기저기 폭격을 한다. 하마스가 공격을 했다는 것을 빌미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완전히 쫓아내려 한다.


그러면서 이건 전쟁이라고 한다. 전쟁? 전쟁이라 하면 조금이라도 대등하다는 느낌을 주어야 하지 않나. 하마스가 아니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에 대항할 무기가 있나? 그런 군사력이 있나? 도대체 어떻게 전쟁이 되지? 이건 학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일방적인 공격, 이것은 학살이다. 그런데 학살이라고 하지 않고, 세계 강대국이라고 하는 나라들도, 유엔도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힘이 너무 막강한가? 아니면 이들 역시 하마스를 축출해야 할 무장테러단체로만 인식하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다른 나라에서도 정보의 부족을 많이 느꼈나 보다. 또한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고.


이 책은 다섯 명의 전문가(? - 어쩌면 이스라엘이나 미국에서는 이들을 전문가로 인정 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하마스에 대해서 비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판은 할지언정. 그래서 하마스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지니게 하고 있는데... 이것을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롯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나라들, 또는 유대인 학살에 죄책감을 느끼고 유대인들이 하는 일에 최대한 말을 아끼는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는 이들은 지나치게 하마스 편이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하마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일방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정보는 들어오는데도...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을 필요는 있다. 적어도 비판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료들을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들과 한 대담을 엮었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새로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아니 새롭다기보다는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하마스를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독립운동 단체 중 무장독립 운동을 주장했던 단체로 본다면, 우리는 과연 하마스를 테러집단이라고, 불법을 자행하는 집단이라고 매도할 수 있을까?


일제강점기, 광복군은 당연히 무장 투쟁을 했다. 우리가 자랑스레 여기는 봉오동 전투, 청산리 대첩 등도 역시 무장 투쟁이다. 여기에 안중근 의사는 어떤가? 윤봉길 의사는? 일본은 테러리스트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의사'로 독립운동가로 그들을 기리고 있다.


하마스 역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까? 이렇게만 생각하면 하마스를 그냥 테러단체라고 도외시 할 수는 없다. 


대대로 살던 땅에서 쫓겨난 사람들이니까. 지금도 기껏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만 남아 있지만, 그마저도 이스라엘리 정착촌을 건설한다고 야금야금 점령하고 있지 않은가. 2023년 이후에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생지옥과 다름 없는 곳이 되었고.


그러니 적어도 하마스가 왜 무장 투쟁을 주장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그들게는 우리의 독립운동과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으니...


하여 이 책을 읽으면 하마스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된다. 또한 부록에 실린 하마스 강령을 읽으면서 처음 설립되었을 때 강령과 2000년대 들어와서 수정된 강령에 차이가 있음도 알게 된다.


그들은 유대인을 무조건 쫓아내겠다는 것이 아니다. 종교 전쟁이 아니라는 거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시온주의에 반대한다고 한다.


'이슬람 저항 운동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민족 해방 및 저항 운동이다. 우리의 목표는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는 것이고 시온주의 기획에 맞서는 것이다.'(256쪽. 부록3, '2017년 하마스 일반 원칙 및 정책 문서'에서)


그렇다면 이스라엘에 시온주의 원칙을 포기하고 팔레스타인들과 공존하기를 선택한다면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과 공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하마스는 자신들의 조상들이 살아왔던 땅에서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아니라 평화 공존, 그들도 그것을 바라고 있다. 다만 국제 관계에서 평화란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오지 않으니...


올해 유엔 총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고 한다. 성토가 이어졌다? 이게 끝이다. 유엔이 전쟁을, 학살을 멈추게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유엔에서 가장 큰 결정권을 지닌 미국이나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이스라엘을 멈추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마스 역시 멈출 수가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 하마스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궤멸되었는지, 지하로 민간인들 속으로 숨어들어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지...


다만 역사를 보면 베트남 전쟁을 비롯해 많은 전쟁에서 그 나라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완전히 없앤 경우는 없다. 대를 이어서라도 자신의 나라를 찾겠다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게 되니까. 이스라엘도 그 점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들도 수천 년에 걸친 디아스포라 생활을 했지 않은가. 역지사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겪은 역사적 상처들만 생각해도 다른 민족에게 자신들이 당한 것과 같은 일을 저질러서는 안 되지 않는가. 이것이 이스라엘 지성인들이, 정치인들이, 무엇보다도 이스라엘 국민들이 자각하고 정치적 압력을 행사해야 하지 않을까.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팔레스타인 시선집]이라는 책이 '접촉면'이란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보게 되었다. 어라?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다시 [팔레스타인 시선집]이라니... 읽어봐야지 하고 알라딘에서 검색을 하니, 이런 책을 찾을 수가 없다. 하아... 참... 이 책을 구입하면 팔레스타인을 돕는 기금으로 전액이 사용된다고 하던데... 작지만 그거라도 할 수 있을 텐데... 하면서 검색을 해보니... 책을 구입할 방법이 있다. (구입할 방법은 여기에 적지 않는다. 책을 홍보한다는 공연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ㅎ)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해야 할 몇 구절을 적는다.

이스라엘과 서구는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 운동을 ‘하마스‘로 축소시키고, 하마스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세력으로 둔갑시켰다. 그리고 가자 민간인들이 겪는 고통은 ‘비극적‘이지만 하마스를 지지해서 이 사태를 자초했다고, 즉 피해자에게도 집단학살당하는 책임이 있다는 프로파간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 P13

하마스는 정당이기도 하고, 자선 조직이기도 하면서, 군사 조직이기도 하다. - P78

저(칼레트 후룹 박사)는 이전 연구에서 이스라엘이 살해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하마스와 모든 팔레스타인 정파가 살해하는 이스라엘 민간인의 약 15배에서 20배에 이른다고 정리한 바 있습니다. 살해된 이스라엘 민간인 1명 당 15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죽는다는 거죠. 하지만 모든 언론의 논의와 논란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하는 팔레스타인인들만을 다룹니다. - P95

하마스에는 해방과 민족자결이라는 방향과 목표가 있다고요. 그러니 이런 것들이 달성되면 당연히 무장 투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 P102

이스라엘이 집단학살로 대응한다고 해도 대다수 팔레스타인인들은 하마스를 지지할 것이며, 따라서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전면적인 집단학살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것이 하마스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 P113

전체 시온주의의 기획, 최소한 지금 가장 지배적인 버전의 시온주의는 유대인 중심 국가를 위해 해당 영토를 완전히 비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관점이 네타냐후나 현정부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 하는 것 같아요. - P125

‘그날 이후‘를 위한 이스라엘의 계획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자지구 내에서 주민들이 모두 떠나도록 만들 혼란과 무정부상태를 초래해서 가자지구에 인간이 거주할 수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 P163

하마스는 이슬람 운동입니다. 이슬람교의 영향을 받죠. 이슬람에서는 누군가가 계약을 맺으면, 그 사람은 종교적 의무로서 계약 사항을 이행해야 해요. - P205

현상태는 물론 이스라엘이 우리의 조국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죠. 그걸 받아들이진 않지만 팔레스타인 국가가 그 옆에 존재할 수 있다면 이스라엘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거예요. - P213

현재 하마스가 공식적으로 채택한 서사는, 이건 시온주의와의 싸움이지 유대인들과의 싸움이 아니라는 거예요.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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