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 SF와 인류학이 함께 그리는 전복적 세계
정헌목.황의진 지음 / 반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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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은 낯선 이야기다.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분류한다. 


'SF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로 정의된다고 딜레이니는 설명한다. ...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는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건'이 포함된다.  ... SF는 일견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현실에 잠재된 가능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11쪽)


그렇다.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그것이 SF소설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낯선 이야기가 된다. 이 낯선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 책은 이런 의미에서 인류학과 SF소설을 결합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학 논의를 활용한 SF 다시-읽기를 통해 SF가 제공하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인류학의 연구 대상인 현실 세계의 변화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려 한다.'(14쪽)는 말로 이 책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즉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과 사회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그것이 지금 우리 인간이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의 모습을 찾고자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SF소설을 인류학과 연결시키고 있는데, 이는 SF소설을 우리 곁으로 더욱 가까이 데려오는 역할을 한다.


'SF와 인류학은 미래를 향한 상상이라는 공통적인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 SF가 미래에 관한 픽션이라면, 인류학은 미래를 위한 논픽션이다.' (13쪽)


이런 논점에서 SF소설은 우리들에게 삶을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을 미리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소설들을 보라. 상상 속의 세계지만, 그 세계를 통해 우리는 우리 세계를 바라보고, 우리 세계를 다른 관점에서 판단하고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게 하려 한다.


다룬 작품들을 보자. 스타니스와프 렘이 쓴 [솔라리스],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옥타비아 버틀러가 쓴 [블러드 차일드], [킨],  테드 창이 쓴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 '네 인생의 이야기', 르 귄이 쓴 [어둠의 왼손], [빼앗긴 자들], 배명훈이 쓴 [타워], 김초엽이 쓴 [파견자들]


외계 문명과 조우하는 인류부터 유토피아나 남성 인간이 다른 종의 아이를 낳는 일, 인종 차별 사회, 바꿀 수 없는 미래를 안다는 인식의 문제, 다른 종들과의 공존까지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 소설들이다. 이런 소설들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이것이 우리 인류가 살아가는 사회의 어떤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작품을 먼저 읽고 이 책을 보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책을 읽으면 소설과 학문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인식하게 되고, 우리 사회에 있는 낯섬을, 즉 다름을 배제로 읽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다름은 배제가 아니라 융합일 수 있음을, 그러한 융합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의 모습임을 인류학과 SF소설을 결합한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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