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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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였던 어른들'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이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봤다고 하는데, 이 책은 그 영상의 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CDtu1skdHIs (왕따였던 어른들 여자반)


https://www.youtube.com/watch?v=Kqv9BymmRuY (왕따였던 어른들 남자반)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은 고작 20여 분이지만 우리가 인터뷰하고 서로 이야기 나눈 시간은 장장 5시간 4분이었다. 사전 인터뷰까지 합치면 8시간도 넘는다.'(7쪽)고... 그런 많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내보낼 때는 영상 매체의 특성에 맞게 편집이 될 수밖에 없다.


영상에서 보지 못하는 더 많은 말들, 감정들이 있었을텐데, 이 책은 그렇게 영상에 담지 못했던 것들을 문자라는 매개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자신들의 경험, 왕따, 학교폭력. 그것은 한때로 끝나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몸에 생긴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도 있지만,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오래도록 남는다. 아니, 평생 동안 남는다.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치유가 되더라도.


치유가 되었다고 마음의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왕따, 학교 폭력의 무서움이다. 그런데도 가해자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너무도 쉽게 이야기한다. 그것은 철 모르던 때에 저질렀던 실수였어. 한때의 잘못이었어. 이런 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해자였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신에게는 어떠한 상처도 남기지 않은 일이었기에.


이것이 왕따와 학교 폭력의 무서움이다. 가해자들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피해자들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상처를 받으니까. 이것이 지나친 말이라고?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대담에 참여한 사람 중에 42살이 된 분이 있다.


나이 마흔둘이면 동양에서 흔히 말하듯 불혹의 나이다. 미혹함이 없는 나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나이다. 어린 시절, 또는 학창시절의 폭력 피해는 다 잊고 살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그 분은 42살까지도 그 상처를 지니고 있다. 더 나이를 먹어도 상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그분은, 또 이 대담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살아남았기에 자신들의 상처를 드러내는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살아남지 못한 분들도 있다. 그분들의 상처는 드러나지 않고, 그분들이 무덤으로 가져갔는데... 그래서 더욱 왕따나 학교 폭력의 무서움이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왕따였던 어른들'을 보면 어른이 되어서도 겪게 되는 그러한 상처들을 알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왕따나 학교 폭력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가해자들에게 가 닿을까? 그들은 이런 말들을 들을 귀를 지니고 있을까? 그들은 귀를 막고 자신들의 입만 열고 살고 있지 않을까? 정말로 그들에게 학교 폭력 피해자들의 말이 가 닿아야 하는데...


그것이 기본인데... 하지만 그들에게 가 닿지 않더라도 이런 일은 의미가 있다. 우선 피해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신들의 상처를 겉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된다. 겉으로 드러내기. 말하기. 이를 통해 상처를 보듬어 안기. 상처를 보듬어 안는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좀더 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들은 이 대담을 통해서 자신들의 잘못이 아님을, 그리고 자신들이 살아남아서 또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다. 상처는 없애지 못하지만 이제 자신의 상처 속에 묻히지 않고, 그 상처를 통해 다른 삶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상처를 밖으로 드러낸 사람들. 이들을 통해 왕따와 학교 폭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책일 것이다.


다만, 이 책이 폭력의 가해자들에게 가 닿기를 바랄 뿐이다. 그들에게 가 닿을 때, 그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살필 태도를 지니게 될 때, 미래 사회는 왕따, 학교 폭력이 없는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말이 가해자들에게 가 닿기를... 가해자 중에 한 명이라고 이 책을 읽었기를. 아니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영상이라고 봤기를... 봐서 자신을 살폈을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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