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을 읽다가 이런 시도 있다는 글을 읽고, 어떤 시길래? 하는 생각에 읽게 된 시집.


  이렇게 기괴할 수가!!! 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세상에, 시라면 서정을 떠올리고, 서정이라면 뭐랄까? 그래도 마음을 정화시키는 그런 상태를 많이들 떠올리는데, 이건 뭐, 정말, 작가의 말을 명심해야 했다.


'임산부나 노약자는 읽을 수 없습니다. 심장이 약한 사람, 과민 체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읽을 수 없습니다. 이 시는 구토, 오한, 발열, 흥분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드물게 경련과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는 똥 핥는 개처럼 당신을


싹 핥아 치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무슨 영화 시작할 때 경고 문구도 아니고, 이런 말을 시인이 직접 하다니... 정말 기괴한가 보다 하고 읽기 시작. 읽기 시작하자마자 이게 뭐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그런데 그런 첫시가 그나마 덜 기괴했다고 해야 할까.


시집을 읽으면 계속 나오는 성기 이름을, 똥, 구멍, 피, 죽음... 결코 순수하다고 할 수 없는, 오히려 더럽다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 계속 나오고 있으니... 여기에 보통 사람의 윤리의식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아니 시를 읽어낼 수 없는 시들이 연이어 있다.


왜 이런 시들을 썼을까? 시가 시인의 마음을 반영한다고 하는데, 시인의 마음은 사회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시인이 파악하고 있는 이 세상은 가족부터 시작하여 온통 더러움으로 물들어 있는 세상 아니겠는가.


푸름을 자랑해야 하는 나무는 말라 죽어 있고, 배설의 기쁨을 누려야 할 곳들은 기쁨이 아니라 더러움 덩어리처럼 표현되어 있으니... 정말. 우리는 이런 더러움, 죽음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일까?


첫시를 보자.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제목이다. 정현종 시인의 '섬'에서 차용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시들에서는 출처를 밝혀놓았는데 이 시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으니,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말을 우리가 보통 쓰는 표현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모듬회 접시 한가운데에

그 섬이 있다


난자당한 살점들이 에워싸고 있는, 그

섬에


닿고

싶다


김언희, 말라죽은 앵두나무아래 잠자는 저 여자, 민음사, 2017년 1판 4쇄. 13쪽.


그 섬은 결코 사랑스러운, 평화로운 섬이 아니다. 죽음으로 둘러싸인 섬이다. 죽음을 거쳐야만 갈 수 있는 섬. 그 섬의 주변에는 여전히 죽음이 난무하는 그런 섬. 왜 그런 섬에 가고 싶을까? 죽음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아니다. 죽음을 피하지 않고, 죽음을 직시하면서, 죽음과 함께하는 삶일 수밖에 없다. 그 섬에서 사는 삶은.


그러니 결국 시인이 추구하는 삶은 비루함, 더러움, 어려움, 죽음을 멀리 멀리 감추고 사는 세상이 아니다. 시인은 우리의 삶은 이러한 비루함, 더러움, 어려움, 죽음과 함께 있다고, 그것이 바로 삶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니라고, 그것이 아니라 삶은 아름다움이라고, 죽음과는 상관 없다고, 죽음은 가려져야 할 존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봐라, 이것이 네가 사는 세상이다. 그런데 너는 죽음과 삶이 함께 하는 세상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네가 사는 세상은 죽음의 세상이다. 그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죽음으로 둘러싸인 섬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있다고 하는 듯하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시 '진달래꽃'을 변주한 '역겨운, 역겨운,역겨운 노래'(38쪽)라는 시를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더해 시인이 쓴 '시'라는 작품. 시인은 시를 삶에서 길어올리지 않았다. 죽음에서 끌어왔다. 



내 죽은 몸을 떠나지 못하는


내, 구더기의


영혼


김언희,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민음사, 2017년 1판 4쇄. 80쪽.


이것이 시라니... 우리가 생각하는 시와 너무 다르지 않은가? 그야말로 똥과 함께 만날 수 있는 구더기, 그것의 영혼이 시라니... 


이런 시가 이 시집에 수두룩하니 나오니, 정말 비위 약한 사람, 아니면 도덕의식이 높은 사람은 읽지 말아야 할 시집이다.


하지만 어디 삶이 좋은 면으로만 이루어졌던가? 그 좋은 면이 가리고 있는 좋지 않은 면, 그것도 우리의 삶임을 이 시집은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하는 '꿈보다 해몽' 식의 이해를 가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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