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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헌법을 만들다 - 제헌국회 20일의 현장, 2024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안도경 외 지음 / 포럼(도서출판) / 2023년 5월
평점 :
2024년 국군의 날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이 되었다. 한때 공휴일이었으나 제헌절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된 날이었는데. (한글날은 제외되었다가 다시 공휴일이 되었으니 논외로 하고)
왜 국군이 날을 언급하냐고? 그것은 올해 제헌절은 임시 공휴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군의 날과 제헌절 중에 어느 날이 더 비중이 크냐고 하면 난 당연히 제헌절이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국군에 대한 규정이 헌법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헌법을 공포한 날이 바로 제헌절이기 때문이다.
헌법의 하위에 속해 있는 국군을 기리는 날이 임시 공휴일에 되었는데, 정작 우리나라의 법 근간인 헌법을 제정한 날은 공휴일이 아니다. 공휴일이 아니니 사람들이 그 날이 어떤 날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숫자를 달달 외우는 학생들에게도 광복절, 삼일절은 언제인지 알아도 제헌절은 언제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과 관계없는 날이라고 여기니까.
그렇지만 헌법은 우리 모두와 관계가 있다. 우리들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헌법이다. '헌법재판소'가 있어 수많은 위헌 신청을 하지 않는가. 법이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헌법에 호소를 한다. 그만큼 헌법은 우리 국민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믿고 기댈 언덕이 된다.
이 헌법을 만들 때 어떠했을까? 단지 1948년 7월 17일에 공포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서 헌법을 기초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며칠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문구, 자구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며, 또 헌법에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회의록에라도 헌법 정신을 남기려는 정신을 알게 됐다. 또한 제헌의회 의원들의 높은 수준과 열의도 알게 되었고. 그들은 결코 헌법을 속성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의 신념과 당시 처한 우리나라 상황과 우리나라 인민들(헌법 조항에 대한 논의 중에 국민이냐 인민이냐 하는 논쟁도 벌어지니)이 처한 현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종합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한다.
남의 의견을 완전히 묵살하지도 않고 또 그간 우리가 숱하게 보아왔던 식으로 몸싸움도 하지 않고 절차에 따라서 의견을 제시하고 가부(可否)를 논해 헌법 조항들을 수정하고 결정해 나간다.
그동안 헌법 제정 기간 동안 벌어졌던 회의록을 바탕으로 정리해서 낸 것이 이 책인데... 말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다. 의장이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의장인 이승만이 연로한 관계로 부의장인 김동원, 신익희가 주로 진행을 한다. 그런데 이승만이 진행을 할 때는 이 편집본에 의하면 부의장들이 진행할 때와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무엇인가, 글만으로는 그렇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내 편견이 작동한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김동원, 신익희는 자신들과 동등한 급의 국회의원이라 여기지만, 이승만은 자신들과 다른 권위를 지닌 사람으로 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또 이승만의 진행은 상당히 권위적이다. 헌법 독해 후반으로 가면 이승만의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나는데...
그것은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관한 조항을 부칙에 넣자고 할 때 나타난다. 이 부칙에 '~할 수 있다'로 있단 조항을 '~한다'로 고치자는 김동명 의원의 주장에 (당연히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고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정신차려라 하는 것은 그것은 도저히 말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표결해 주십시오.) 하니 이승만은 '제2 독회에서 부결된 것 문제삼지 말고 다음으로 넘어갑시다.'라면서 논의를 종결한다.
물론 이 과정에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제2독회에서 부결되었으니 다시 논의하는 것이 문제 있다는 말도 일리가 있고, '법률상으로 법리적으로 불소급의 원칙으로 규정된 특별법'(서상일 의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라고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이런 법리를 떠나서 민족정기를 세운다는 입장에서, 그것도 제헌 헌법에서 부칙으로 정하는 마당에 '~할 수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같기에, 이승만이 이렇게 넘어간 것이 나중에 반민특위를 해산하는 데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고로 이승만은 제2독회를 끝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물론 의미는 다르겠지만, '여기서 문구라든지 글자를 정정할 것이 있으면 3독회에 가서 작정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흘 동안 휴회하는 동안에 헌법 기초안의 문구과 글자를 교정하고 동시에 정부수립법안을 월요일 아침까지 제정해서 내놓기로 하십시다.'라고 하고 있다.
결국 채택된 구절은 부칙에
제101조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1945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
로 되어 있다.
이만큼 치열하게 논쟁이 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문구, 글자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면서 헌법을 만들려고 했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헌법을 제정하여 공포했다는 의의도 있다.
그리고 헌법 전문에 임시정부를 계승했다는 말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으니... 소위 뉴라이트라고 하는 사람들, 처음 공포된 -그들이 그리도 우상으로 삼는 이승만이 회의를 주도하여 통과시킨 제정 헌법의 전문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지... 이 전문의 앞부분도 상당한 논의를 거쳐 확정이 되었으니...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라고 되어 있으니...
헌법은 몇 번 개정이 되었는데, 지금 헌법의 전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분명 건립이라는 말이 나온다. 건립이 건국과 다르다고 할 것인가? 제헌 헌법에 분명히 재건이라고 쓰여 있음을 그들은 부정하는 것인지... 건립, 재건이 건국과 다르다면 왜 반민특위를 설치할 법을 헌법 부칙에 만들자고 했을까? 이것을 당시 우익들도 반대하지 않았는데...
보수란 기존의 가치를 수호하는 집단이라고 한다면, 이들이 건국절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헌법에 이미 삼일운동으로 건립했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서 우리 헌법이 제정되는 동안 벌어진 일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의견, 그리고 치열한 논쟁. 그것으로 탄생한 우리의 헌법에 대하여. 더 논의하지는 않겠지만 제헌 헌법에는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있는 이익 균점'에 관한 조항도 있으니...그들이 꿈꾸었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이 헌법에 잘 나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날인 제헌절이 공휴일이 아니라니... 국군의 날은 비록 임시긴 하지만 공휴일로 한 해 지정이 되었는데... 우리가 헌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지니려면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왜 우리가 제헌절날 쉬는 거지? 의문을 가지고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