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드디어 다윈 1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장대익 옮김, 최재천 감수,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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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안 들어본 사람은 없는 책. 찰스 다윈을 모르는 사람도 별로 없는 상황. 그의 진화론은 이제 기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물론 아직도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 다윈이 창조론이 문제가 있음을 그렇게 증거들을 대면서 주장했음에도 - 창조론과 진화론을 어설프게 연결지어 유신화론(또는 진화론적 창조론)이라는 이름을 지닌 주장도 있으니, 다윈 시대는 물론이고 지금도 완전히 하나로 정리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고위직에 오르려는 경우도 있으니... 다윈이 이 책을 쓴 지가 얼마인데...


그는 오랜 시간과 관찰을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자신이 모은 자료만이 아니라 다른 학자들의 자료들도 방대하게 인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자료들을 통해서 증명하고 있다. 간혹 나오는 '창조론'으로 이것이 설명이 되겠는가 하면서...


너무나도 유명한 책인데,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으니... 그냥 이름만 기억하면서, 그런 책이 있었지 하면서 넘어갔었는데... 한번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은 이유는 [다윈의 사도들]을 읽으면서부터였다.


현대 생물학에서 다윈을 뺄 수가 없다면, 그가 이룩한 진화론이 엄청난 사상적 변화를 이끌어냈다면, 그야말로 천문학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가 있다면 생물학에서는 '다윈적 전회'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책을 그냥 이름만 알고 넘어가기에는 뭔가 미진하지 않은가.


그것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시험을 위해서든 아니든 다윈의 진화론은 귀에 딱지가 지도록 들었으면서...


그렇지만 [진화론]을 꼼꼼하게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과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닌 나에게 [진화론]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그래 다 이해할 필요는 없지. 왜 다윈이 이런 책을 썼는지, 그리고 어떻게 주장을 전개해 나가는지, 그리고 그의 주장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알기만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진화론을 거부할 수 있는 이유가 없구나 하는 생각. 왜 이 책으로 진화론이라는 것이 생물학계에 정설로 자리를 잡았는지를 알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자기 주장을 근거를 통해 펼치고, 그럼에도 자신에게 주어질 반론을 제시하고, 그 반론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제시해서 반론을 논박한 다음, 다시 자신의 주장을 정리하는 구조로 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다윈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주장을 펼칠 수가 없다.


그렇게 신중하게 자신의 주장을 하면서, 자연 선택으로 인해 종들이 분화되었음을, 그것을 '변화를 동반한 계승'이라고 부른다. 이 '변화를 동반한 계승'이 지금 우리가 말하는 '진화'인 것이다.


이 책은 초판본을 번역했다고 하는데, 6판에 가서야 '진화'란 말이 나온다고(26쪽. 옮긴이 서문) 하는데, 초판이 다윈의 '독창성과 과감함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32쪽. 옮긴이 서문)'고 여겨 번역 텍스트로 삼았다고 한다.


그만큼 다윈은 창조론이 문제가 있음을 이 책 곳곳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당시 신을 중심으로 사고하던 시대에 이것은 큰 모험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밝혀지지 않고 밝힐 수 없는 주장을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고 그것에서 합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주장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을 지니고 그것을 자신의 책을 통해서 펼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에는 다윈의 고심도 어느 정도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 14장에서 다윈은 1장부터 13장까지 해온 주장을 요약해주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명료하게 정리함으로써 책을 끝맺고 있어서, 다윈의 주장을 오해할 여지를 없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윈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데, 구체적인 근거들을 제시하고, 반론을 들고, 거기에 대한 재반론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타당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논쟁을 할 때는, 또는 자신의 주장을 할 때는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주장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 감정이 아닌 이성적으로 합리적인 증거를 찾아 자신의 주장을 하는 학자가 다윈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록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읽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뿌듯하다. 다 읽었으니까. 


이 책에 나온 다윈의 주장을 옮겨본다. 그의 말을 직접 읽는 것도 묘미다.


무슨 일인지, 나머지 문장들이 알라딘 서재에 있는 밑줄긋기 란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냥 아래에 박스로 처리한다. 밑줄긋기가 먼저고, 아래에 있는 것이 나중이다. 다윈의 글을 직접 읽는 것이 좋을 듯해서......



모든 동식물 집단은 동일한 부자연적인 조건에서 불임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고, 모든 종 집단은 불임인 잡종을 낳는 경향이 있다. ...개체들이 몇 세대에 걸쳐 자기들에게 부자연스러운 환경에 놓였을 때, 이들은 극도로 변이하는 경향이 있다.  372


어떤 점에서 서로 연관되어 있는 두 경우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불임이라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하나는 생활 환경이 교란된 경우이고, 다른 경우는 두 개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에 의해 구조가 장애를 입은 경우다. ...  생활 조건에서 일어나는 약간의 변화는 모든 생물들에게 이롭다는 것이다. 374


약간의 생활 조건 변화는 모든 개체들에게 이로우며, 다른 한편으로 약간의 교배, 즉 같은 종에서 변이해서 약간 달라진 암수 사이의 교배는 더욱 활력 있고 생식 능력이 높은 후손을 낳는 듯하다.그렇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큰 변화 혹은 특정한 성질의 변화가 개체들을 어느 정도 불임으로 만들며, 더 심한 교배, 즉 명확하게 다른 웅성과 자성 사이의 교배는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불임성을 가진 잡종을 낳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375


나는 지질학적 기록이란 것은 마치 변화하는 방언으로 저술되었으며 불완전하게 남겨진 세계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이 역사에 대해서 우리는 겨우 두세 세기만을 다루는 마지막 책 한 권만을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 마지막 책 한 권조차도 여기저기에 짧은 장만이 남아 있을 뿐이며, 매 쪽마다 겨우 여기저기 몇 줄 만이 남아 있다. 427

 

변화의 과정은 극도로 느릴 것이다. 각 종의 가변성은 다른 모든 종들의 가변성과 독립적이다.  ... 많은 복잡한 우연적인 요소들에 달려 있다. 433


변화하지 않는 것들은 멸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434


자연의 경제에서 어떤 한 종의 후손은 다른 종의 빈자리를 정확히 메우기 위해 적응하게 되고, 결국 그것을 대체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두 형태들 - 구형과 신형 - 이 전적으로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양쪽 다 각자의 먼 시조로부터 서로 다른 특질들을 물려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  하나의 집단은 일단 사라진 다음에는 다시 출현하지 않는다.  435


자연 선택 이론은 결국은 새로운 종이 될 모든 새로운 변종들이, 그것과 경쟁하는 다른 것들보다 약간의 이점을 가지는 것에 의해 탄생하고 유지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 결과로 인해 일어나는 덜 유리한 형태들의 멸절은 거의 불가피하게 뒤따르는 현상이다. 440


모든 측면에서 서로를 가장 닮은 형태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경쟁이 가장 심하게 일어난다. 따라서 개량되고 변화된 후손 종들이 일반적으로 부모 종의 멸절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441


내 이론에 따르면, 보다 보편적인 의미에서 좀 더 근래의 형태들은 좀 더 고대의 형태들보다 더 고등하다. 새로운 종은 선행한 다른 형태들에 비해 생존 투쟁에서 이로운 몇 가지 특징들을 가지면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460


종이란 일반적인 세대 계승을 통해 탄생되었으며, 예전 형태들은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변화의 법칙들에 의해 탄생해서 자연 선택을 통해 보존된, 새롭고 향상된 생명체들에 의해 밀려나게 된다고 말이다. 470


언제가 되었든, 나는 각 종이 어떤 한 곳의 출생지로부터 확산되었다는 가설이 완벽히 인정될 때가 오리라고 믿는다. 486


나는 계통이라는 이 요소가 박물학자들이 그동안 자연적 분류 체계라는 개념 아래 찾으려고 노력했던 숨겨진 연결의 요체라고 믿는다. 581


두 집단의 동물들이 지금은 구조와 습성 면에서 서로 어느 정도나 다르든 간에, 그들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배 발생 단계를 거친다면, 우리는 그들이 동일하거나 거의 유사한 부모로부터 내려왔고, 그렇기 때문에 밀접한 유연 관계를 갖는다고 확신할 수 있다. 따라서 배 구조의 공통성은 계통의 공통성을 드러낸다. 599


먼 옛날에 존재했던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다수의 후손들 각 개체에게서 경미한 변화들은 - 비록 매우 이른 시기에 야기되었을지는 몰라도 - 그다지 이른 시기에 발현되지 않고, 그 연령에 해당하는 이르지 않은 시기에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600


나는 불용이 주된 요인이라고 믿는다. 즉 불용이 잇따른 세대들로 하여금 다양한 기관들의 점차적인 위축을 야기해서 결국 흔적 기관이 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605


이처럼 흔적 기관들은 오랫동안 존재해 온 생명체의 모든 부위에 있는 대물림되려는 경향성 때문에 존재한다. 607


따라서 유추를 통해 나는 아마도 지구에서 살았던 모든 유기체는 처음으로 생명력을 가지게 된 어떤 하나의 원시 형태로부터 유래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643


이 같은 법칙들은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번식을 동반한 성장, 번식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는 대물림, 외부적 생활 조건의 직간접적인 작용과 사용 및 불용에 의한 가변성, 생존 투쟁을 초래하는 높은 개체 증가율, 자연 선택의 결과로 나타난 형질 분기와 덜 개량된 형태들의 멸절을 포함한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대상인 고등 동물은 이 법칙들의 직접적 결과물로서 자연의 전쟁 및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탄생한 것들이다. 처음에 몇몇 또는 하나의 형태로 숨결이 불어넣어진 생명이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이 행성이 회전하는 동안 여러 가지 힘을 통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다는,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649-650


올바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각각의 문제에 대해 양쪽의 입장을 모두 충분히 들어 보고 여러 사실과 논거를 저울질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그러지를 못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충분히 그렇게 했다. 하지만 이 책 곳곳에서 이 책은 간략한 요약본이라고 하고 있으니... ‘이번에 발표하는 이 요약본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36쪽)고 하고 있지만, 이 책이 불완전하다면 다른 책은?) - P37

종의 기원과 관련해, 유기체들 상호 간의 유연 관계(affinity)나 발생학적인 관련성, 지리적 분호, 지질학적 천이(geological succession) 및 그 밖의 여러 사항을 고려해 보면, 박물학자는 모든 종이 각기 독립적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변종(variety)들처럼 다른 종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 P37

나는 종이라는 것은 불변하는 존재가 아니며, 하나의 종에서 나온 것으로 인정받는 변종들이 그 종의 자손들인 거소가 마찬가지로, 소위 동일한 속(genus)이라고 부르는 집단에 속해 있는 종들은 어떤 다른(대개는 멸절한) 종의 직계 자손들이라는 점을 완전히 확신하고 있다. 더 나아가 나는 자연 선택이 이 변화(modification)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주된 방법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 P 42

나는 가변성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 수정이 일어나기 전에 영향을 받은 수컷과 암컷의 번식적 요소들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 P48

자연은 계속해서 변이를 일으키고 이에 인간은 그들에게 유용한 어떤 방향으로 그 변이를 더한다. - P75

나는 생활 조건이 변이를 일으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생식계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 가변성의 효과는 대물림과 복귀가 어느 정도로 일어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변성은 알려지지 않은 많은 법칙, 특히 연관 성장의 지배를 받는다. - P90

나는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모든 원인 중에서 단연코 가장 지배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누적적 선택의 작용이라고 확신한다. 그 작용이 체계적이고 빠르게 적용되든, 아니면 무의식적이고 느리게 적용되든 상관없이 말이다. - P91

이러한 개체 차이는 매우 중요한데, 이는 자연 선택이 작용해 누적될 재료를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96

나는 부모와 약간 달라진 상태에서 점점 더 달라지는 상태로, 어떤 분명한 방향으로 구조적 차이들을 누적시켜 나가는 자연 선택의 작용 때문에 변종의 계대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뚜렷한 특징을 가진 변종을 발단종(incipient species)으로 불러도 무방하다고 본다. - P 105

변종과 종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존재한다. 그것은 변종들 사이의 차이점은 서로 또는 부모 종과 비교했을 때, 동일한 속에 속한 종들 사이의 차이점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 형질 분기... - P111

각각의 사소한 변이가 유용한 경우에 보존되는 원리, 나는 이것을 인간의 선택 능력과 대비해 자연 선택이라 부르기로 했다. - P118

여기서 내가 생존 투쟁이라는 용어를 넓은 의미로 그리고 비유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전제할 필요가 있겠다. 이 용어에는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 의존한다는 뜻도 포함되며, (이것이 더 중요한 사실인데) 개체의 생존뿐만 아니라 자손을 남기는 성공 또한 포함된다. - P120

기후는 한 종의 평균 개체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나는 극한의 추위와 건조한 계절의 주기적 반복이 개체수의 증가를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 P127

울타리를 쳐서 소의 출입을 막은 것 외에 한 일이라고는 한 종의 나무를 심었던 것뿐인데, 우리는 여기에서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볼 수 있다. 울타리를 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 P130

유기체 하나하나의 구조가 모든 다른 유기체의 구조와 가장 본질적으로, 하지만 보통인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 P136

각 유기체들은 기하 급수적인 비율로 개체수를 증가시키려 애쓰고 있고, 각 세대 동안이나 세대 사이의 특정 시기에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해야 하며, 파멸의 위기를 겪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 P138

이러한 유리한 변이의 보존과 유해한 변이의 배제를 나는 자연 선택이라 부른다. - P142

생활 환경 조건의 변화는 특히 생식계에 어떤 영향을 줌으로써 변이를 유발하거나 증가시킨다고 볼 수 있다. - P143

인간이 체계적인 선택과 무의식적인 선택의 방법을 통해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실제로도 그랬다면, 하물며 자연이 그리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자연은 생명의 전체 조직 내의 모든 내부 기관과 모든 미묘한 체질적 차이에 작용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선택하지만 자연은 자신이 돌보는 존재의 이득을 위해서만 선택한다. 선택된 모든 형질은 자연에 의해 완전히 단련되며 그 유기체는 적절한 생활 환경 조건 아래 놓인다. (이 쪽에서 ‘~하물며‘라는 번역자가 감탄한 문장이 나온다.) - P144

자연 선택은 매일 그리고 매시간 전 세계 구석구석의 모든 변이들을, 심지어 아주 미세한 것이라 하더라도 세심히 살피면서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은 보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어디건 어느 때건 기회만 주어지면, 소리 없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유기적 또는 무기적 생활 환경 조건에 있는 각 유기체들을 개량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 P145

사회성 동물에서 자연 선택은 전체 군집의 이익을 위해 각 개체의 구조를 조정할 것이다. 물론 그 선택된 변화가 결과적으로 각 개체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 말이다. 자연 선택이 할 수 없는 일은 어떤 종이 이득도 없는데 다른 종을 위해 자신의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다. - P148

자연 선택은 오직 극히 소량의 대물림된 변이의 축적과 보존을 통해서만 작용하며, 이 변이들 각각은 보존된 유기체에게 이득을 준다. - P158

혈통을 영원히 이어 가기 위해 자가 수정을 하는 생물은 없으며, 다른 개체와의 교배가 우발적으로 - 아마도 오랜 시간 간격을 두고 - 일어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이 일반적인 자연의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 P160

많은 유기체에서 두 개체 사이의 교배는 번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어떤 경우에는 긴 시간 간격을 두고 교배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유기체에서도 자가 수정이 영원히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 P166

나는 진정으로 자연 선택이 언제나 매우 느린 속도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자연 선택의 작용은 그 지역의 자연의 계층 구조 내에 공석이 있을 경우에만, 즉 일종의 변화를 겪고 있는 서식자들 중 일부가 점령하게 될 빈자리가 있을 경우에만 작동한다. 그러한 공석의 존재는 흔히 물리적 변화 - 이 물리적 변화는 대개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 - 에 의해, 그리고 더 잘 적응한 형태들의 이주가 저지되는 것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나 자연 선택은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 일부 서식 생물들에 의해 좌우되어 작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며, 그로 인해 다른 많은 서식 생물과의 상호 관계는 교란된다. - P174

변이와 개량을 거듭하고 있는 것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경쟁하고 있는 형태들이 당연히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 새로운 변종 또는 종 각각은 대개 그것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그것들과 가장 가까운 다른 종들을 심하게 압박하고, 나아가 그것들을 전멸시켜 버리는 경향이 있다. - P177

원 부모 종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이전 상태와 나중 상태 사이, 즉 종에서 덜 개량된 상태와 더 많이 개량된 상태 사이에 있는 모든 중간적인 형태들은 일반적으로 멸절되는 경향이 있다. - P192

나는 부모의 생식계가 기능적으로 손상을 입은 것이 바로 자손이 변이하게 만드는 혹은 변화가 일어나기 쉬운 상태를 야기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수컷과 암컷의 생식 요소는 새끼를 낳기 위한 짝짓기가 일어나기 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 P206

습성, 사용 및 불용은 체질이나 여러 기관의 구조상의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지만, 사용과 불용의 결과는 종종 선천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자연 선택과 결합되어 나타났고 때로는 자연 선택이 이를 압도했다. - P219

자연 선택이 각각의 유기체의 조직 하나하나에 이익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이익이 되는 것을 통해서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 P227

종의 형질 - 정과 종을 구별하는 형질 - 이 속의 형질 - 종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형질 - 보다 가변성이 더 크다는 점, 같은 속의 다른 종들이 가지는 동일한 부분과 비교할 때, 어떤 종에서 이례적인 방식으로 발달한 부분이 엄청나게 변이한 경우가 많다는 점, 어떤 부분이 얼마나 이례적으로 발달되었던 간에 만일 그것이 어떤 집단에 속한 모든 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면 변이의 정도는 별로 크지 않다는 점, 이차 성징의 변이성은 매우 크며, 근연종 간에 나타나는 이차 성징도 많은 양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 이차 성징의 차이와 보통의 종간 차이는 일반적으로 유기체의 동일한 부분에 나타난다는 점 - 이러한 모든 원리들이 서로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 P237


지구상의 수많은 개체들이 서로 투쟁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가운데 최고가 생존하도록 적응시키는 것이 바로 이 자연 선택을 통한 변화다. - P252

사실상 나는 진짜 허파를 가지고 있는 모든 척추동물이, 부유 장치, 즉 부레를 가지고 있었던 알 수 없는 고대의 원형으로부터 일반적인 세대 교체를 통해 이어져 내려왔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P278

밀른 에드워즈가 잘 표현했던 것처럼, 자연은 변이를 일으키는 데는 너그럽지만, 혁신을 일으키는 데는 인색하다. 창조설로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P 282




자연 선택은 오로지 그 개체의 이익에 의해서만, 또 이익을 위해서만 작용하므로 절대로 그 개체에게 해로운 것은 만들어내 내지 않을 것이다. ... 자연 선택은 동일한 지역에서 서식하면서 서로 생존 투쟁을 벌여야 할 개체들만큼 혹은 그보다 조금 더 각각의 개체들을 완전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것이 자연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완벽함의 정도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자연 선택은 절대적인 완벽성을 산출해 내지는 못한다. - P283

자연 선택은 오직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소한 변이들을 취함으로써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절대로 도약할 수 없으며, 다만 짧고 느리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으며 전진할 뿐이다. - P290

다른 종의 이익을 위한 목적만으로 자연 선택이 어느 종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 반면 자연 선택은 다른 종에게 직접적인 해를 입힐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실제로도 그러한 경우가 종종 있다. - P291

모든 개체가 유형의 통일성과 생존 조건이라는 두 가지 위대한 법칙에 따라서 탄생되어 왔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유형의 통일성이라는 것은 같은 강에 속하는 개체들 사이에는 각각의 생활 습성과는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구조적 일치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이론에서 유형의 통일성은 유래의 동일성으로 설명된다. 자연 선택은 개체가 가지고 있는 변이하는 부분을 유기적 또는 무기적 생활 조건에 현재 적응시키든지, 아니면 과거에 오랫동안 적응시켜 옴으로써 작용하기 때문이다. 적응은 어떤 경우에는 사용 및 불용의 도움을 받고, 외적인 생활 환경 조건의 직접적인 작용을 통해 약간의 영향을 받으며, 항상 여러 성장 법칙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사실 생존 조건의 법칙은 과거에 일어난 적응의 대물림을 통해 유형의 통일성까지 아우르는 더 고차원적인 법칙이다. - P297

어떤 한 세대가 습성을 통해 수많은 본능을 획득했고, 그런 본능들이 그 후에 대물림을 통해 후손들에게전달되는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오해는 아마 없을 것이다. ... 생활 조건이 변화하는 경우라면 본능을 약간 변화시키는 것이 종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본능이 조금이나마 변해 간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본능의 변화가 이익이 되는 한 자연 선택은 그것을 보존하고 계속해서 축적한다는 사실을 무난히 인정할 수 있다. - P 303

개체뿐만 아니라 과(family)에도 선택이 적용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원하는 목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극복 불가능해 보이는 이 어려운 문제는(바로 위 문장에 ‘ 어려운 문제는 관련된 구조의 변화가 어떻게 해서 자연 선택을 통해 서서히 축적되었는가를 이해하는 데 있다‘고 되어 있다) 줄어들거나, 내가 믿는 바처럼 사라진다. - P337

한 공동체에서 생식이 전혀 불가능한 일원들의 연습이나 습성, 혹은 자유 의지는, 후손을 남길 수 있는 생식 가능한 일원들의 구조나 본능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가 없었다. 나는 라마르크의 유명한 학설에 맞서 이토록 명시적인 중성 곤충의 예를 제시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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