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즐기는 법 딱지책 3
박일환 지음 / 단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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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어렵게 여기거나 쉽게 여기는 사람으로 잘 나뉘지 않고 그냥 읽는 사람이 많은데, 시는 어떤 사람들은 즐기고, 어떤 사람들은 어려워 한다. 그래서 시를 즐기는 사람보다는 시에 거리를 두는 사람이 더 많다. 우리 도처에 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 유명한 곳에 가 보라. 그곳에는 시가 적혀 있는 곳이 최소한 한 군데 정도는 있다. 유명한 시인의 시비가 있기도 하고, 지역 특색을 드러내는 시가 적혀 있는 비석들이 있기도 하고, 또 시를 적어놓은 팻말들을 전시해 놓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주변에서 시를 자주, 많이 만나게 된다.


서울같은 경우는(다른 대도시의 전철을 타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지하철 역, 스크린도어에 시가 적혀 있는 곳이 많다. 유명 시인의 시도 있고, 시민이 쓴 시도 있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시를 읽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토록 시는 내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시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학교에서 시험용으로 시를 배워서 그런가, 시에서 꼭 정답을 찾아내려고 하고, 정답을 찾기 힘드니 시가 어렵고, 어려우니 자연스레 멀리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에 정답이 있을까?


모든 문학에, 예술에 정답이 있을까? 아니다. 작품은 작가가 이렇게 썼다(만들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작가가 미처 깨닫지 못한 점들이 작품에 드러날 수도 있다. 사람은 무의식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또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읽는 사람에 의해서 다르게 해석되고 이해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마음에 쏙 들어오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점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시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다가가게 하려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데... 시에 대한 여러 측면들을 살펴보면서 시가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음을 잘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든 것이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듯, 시 또한 그런 셈이긴 하지만 없어도 그만인 게 아니라 있으면 좋은 거라는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시가 사라지면 세상이 지금보다 더 어두워질 것 같기는 합니다.' (21쪽)라고 하면서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떤 시를 읽어야 할까 하면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시를 우선 읽기를 권한다. 시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알고 있는 시인의 작품부터 읽든지, 교과서에 실린 시인의 다른 시를 찾아 읽든지, 시를 모아놓은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시 또는 시인을 찾아 더 읽든지 등등, 다양하게 하지만 여러 작품을 읽을 것을 권하고 있다. 읽다보면 마음에 드는 시를 발견하게 되고, 시를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시에서 질문을 찾아내고, 은유의 힘을 느껴보며, 시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시를 깊고 넓게 읽으면서 '나쁜 시'를 멀리하게 될 수 있다고 한다. '나쁜 시'에 대한 규정이 좀 모호한데, 우리 삶을 왜곡된 방향으로 이끄는 내용의 시는 나쁜 '시'라고 할 수 있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만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는 '나쁜' 시 읽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만 조심하면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시를 읽고, 더 다양한 시를 읽는 태도를 지닌다면 그때는 홀로 읽기도 좋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읽는 것도 좋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내 생각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덧붙일 수도 있고, 나와 다른 해석이나 이해를 알게 되어, 시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자는 시를 즐길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쉽게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시대가 각박할수록 시를 읽는 사람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시대가 각박할수록 시를 읽는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다. 시를 통해서 위로를 받고,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며,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 속에 시 한편 품고 사는 것도 즐거운 삶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주는 책이다. 시를 어렵게만 여겼던 사람, 시가 무슨 필요야 하는 사람,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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