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듄 신장판 4 - 듄의 신황제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신황제' 사실 영어 제목을 보지 않았을 때는 새로운 황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 아라키스에도 새로운 황제가 등장했구나. 3권의 레토에 이어 누가 대를 이어서 아라키스를 다스리고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궁금해 했는데... 아니었다. 신황제에서 신은 새로운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신이었다. GOD!
황제가 신이다. 사실 종교와 정치가 분리가 안 된 사회에서는 왕은 곧 신이었다. 아니 신의 사제였다. 신의 뜻을 대리하는 존재. 그들은 유한한 존재였으며,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인간으로 생각했다. 즉 유한한 생명이었음을 인정한 것.
하지만 이번 권에서 듄의 황제가 된 레토는 거의 불멸의 존재다. 세상에, 3,500년이나 살아 있던 것. 그러니 다른 존재들이 죽어사라졌음에도 레토는 벌레의 몸으로 듄을 다스린다. 신이 되어서. 그래서 신황제라고 불리는 것.
거의 전지전능한 레토인데, 그가 보았던 황금의 길이 어떤 길인지 구체적인 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레토는 신황제로서 존재하지만 그것은 그가 황금의 길을 가기 위한 한 방편에 불과하다. 그런 그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아트레이데스 사람들을 만들어내지만, 그들은 레토와 같이 될 수가 없다. 그들은 아직까지 황금의 길을 가지 못하는 존재다. 이런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사람들 중에, 신황제에 반대하는 반란자들이 있고, 이 반란자 중에서 뛰어한 사람을 레토는 자신의 편으로, 즉 황금의 길을 가는 징검다리가 되는 존재로 만들어낸다.
이 4권에서는 시오나가 등장한다. 이제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구나 생각하는 순간, 소설의 대부분이 레토의 이야기로, 또 골라인 아이다호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시오나 역시 조연에 불과하다. 아직도 여성이 중심이 되는 사회는 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물고기 대원들은 모두 여자다. 경호부대라고 할 수 있는 물고기 대원들을 여자로 삼은 이유는 남성들의 호전성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여성들도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대임을 작가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81년에 이 소설을 썼으니, 작가가 처음 듄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로부터 꽤 긴 세월이 흘렀다. 사회도 많이 변했고.
하지만 소설에서 흐른 3,500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은 여전히 종속되어 있다. 인류의 역사와 맞먹는 기간 동안 사람들은 자율성을 잃고 신황제에 종속된 삶을 산다.
주체성이 없는 인간. 그런 인간들에게 레토가 보여주는 황금의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힘들더라도 위험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하는 삶 아닐까 한다.
신황제의 집사장으로 반란군 중에서 선별한 사람을 뽑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즉 레토는 반란 역시 황금의 길을 가는데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절대권력은 고독하다. 이해를 받지 못한다. 아니, 이해를 받는다면 자신이 가야할 황금의 길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하지만 스스로를 그 길로 가게 해야 하는 레토. 그런 레토의 고독이 이번 권에서 잘 드러나 있는데...
이런 고독을 이해하고 공감한 존재가 바로 흐위 노리다. 익스의 대사로 파견된 여자. 하지만 레토의 인간적인 고독을 이해한 흐위로 인해 레토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간다. 바로 죽음의 길이다.
즉 흐위로 인해 아이다호가 이성을 잃고, 또 시오나는 황금의 길을 이해했지만 벌레가 되는 레토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해할 필요가 없다. 과거는 과거로 사라져야 한다.
레토가 3,500년 넘게 준비해온 그 길을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가야 한다. 그리고 레토의 몸을 감싸고 있던 모래송어들이 다시 모래 벌레가 되기 위한 여정에 나서야 한다.
아라키스를 되살리기 위해서... 그렇게 되기 위한 과정이 이번 권에서 서술되고 있는데... 황금의 길이 명확하지 않아서, 시오나나 아이다호에게 감정이입을 하기가 힘들다. 오히려 레토의 고독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자신의 길을 홀로 갈 수밖에 없는 존재의 고독에 대해 전율하게 된다.
알면서도 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 그런 선지자들. 이번 권은 그런 선지자들의 고독, 쓸쓸함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
많은 시간을 들여 듄의 세계관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구절들이 다양한 생각과 논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구절들을 살펴보자.
기술은 무정부 상태를 길러낸다. 기술은 이런 도구들을 아무렇게나 퍼뜨린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폭력이 도발된다. 야만적인 과거의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필연적으로 점점 더 작은 규모의 집단들 손에 떨어지다가 마침내 집단이 아닌 한 개인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 P69
~외부의 적이 없으면, 남자들만의 군대가 항상 가지 동족들을 공격했다고 말씀하셨소. 항상.
- P161
남자아이들끼리만 있으면 순전히 고통을 야기할 목적만으로 만들어낸 농담이 오가고, 자기네 무리에 속한 동료에게만 의리를 지키지....
- P162
종교는 항상 화려한 말을 이용한 전제 정치로 이어지지.
- P189
권력 기반은 아주 위험하지. 진정한 광인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힘 그 자체만을 위해 힘을 추구하는 자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이야.
- P191
~진실은 추구하는 자에게 위험한 것일 수 있다. 신화와 사람을 안심시키는 거짓말을 찾아 믿는 것이 훨씬 쉽다. 너희가 진실을 찾는다면,비록 그것이 일시적인 진실이라 해도 고통스러운 변화들을 요구할 것이다. - P208
전문가들은 믿을 수 없는 존재이다. 전문가들은 뭔가를 배제시키는데 통달한 사람들이지. 좁은 영역에서만 전문가야. - P278
기계 장치들 그 자체가 사용자들을 길들여서 그들로 하여금 기계를 사용하듯 서로를 사용하게 만든다. - P288
내 ‘천국의 미녀들‘은 성숙을 가르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반드시 남자들의 성숙을 감독해야 한다는 걸 알아. 이를 통해서 그들은 자신들의 성숙을 발견한다. 결국 ‘천국의 미녀들‘은 아내와 어머니로 융합되고 우리는 청소년기의 고착으로부터 그들의 폭력적 충동을 떼어놓는다. - P342
경찰은 범죄자들이 번성하는 것을 항상 지켜보지. 권위를 가질 수 있는 자리가 범죄자가 되기에 가장 유리한 자리라는 사실을 놓치는 건 아주 멍청한 경찰관뿐일 거다. - P367
감옥은 법원과 경찰이 유효하다는 환상을 제공해 주는 데에만 필요할 뿐이다. 일종의 직업에 대한 보험인 셈이지.
- P368
폭군이 찾아내기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는 실제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다.
- P394
그가 만들어낸 것과 같은 사회,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혼합을 제한하려고 애쓰는 사회조차 위험하고 폭력적인 작은 무기들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사실상 품지 못했다. 그런 물건을 통제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망상이었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위험한 허구였다. 열쇠는 폭력에 대한 ‘욕망‘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 P412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에게 이치를 설명하려 해서는 안 돼! - P422
살아 있는 자들에게 삶을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것, 삶을 따스하게, 아름다움으로 가득하게 만들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나 자신은 누리지 못하더라도 내가 보존하고 싶은 것이다. - P 429
특권은 오만이 된다. 오만은 부당함을 촉진하다. 파괴의 씨앗이 꽃을 피운다. - P4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