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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2부 :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평점 :
2부다. 암흑의 숲이다. 이제 지구는 외계 문명을 알았다. 그들이 지구로 온다는 것과, 그들과의 격차도 알았다.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지구인이 이길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물론 400년 뒤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번 권은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1권에서 주인공 역할을 했던 왕먀오는 언급도 되지 않는다.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도 없고, 그만큼 그는 2부에서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다. 아니 그의 역할은 미미하다.
대신 우주사회학이라는 학문을 창시한 뤄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뤄지와 더불어 1권에 나왔던 스창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하지만 이제 방향이 달라진다.
지구인들은 연합해서 삼체 문명에 대항하기로 한다. 삼체인들이 술수를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그들에게 알려지지 않게 숨겨진 계획을 실현하려 면벽자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네 명의 면벽자들이 나오지만, 그들은 하나하나 자신들의 계획을 간파당한다. 뤄지만 빼고.
알 수 없는 뤄지. 결국 뤄지로 인해 200년이 지난 다음 삼체 문명은 지구를 정복하려는 계획을 멈추게 된다. 뤄지의 계획이 성공한 것. 그 계획이 성공하기까지는 뤄지가 주장하는 우주사회학이 큰 역할을 한다.
우주사회학은 두 개의 공리와 두 개의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을 뤄지는 예원제에게 듣는다.
공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생존은 문명의 첫 번째 필요조건이다. 둘째 문명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확장되지만 우주의 물질 총량은 불변한다.' (17쪽)
여기서 파생되는 두 개의 개념은 '의심의 사슬과 기술 폭발'이다. 이 두 개념이 삼체 문명이 지구를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의심의 사슬은 거리가 멀수록 더욱 많이 생기게 되고, 이것은 자신의 선의가 선의로 받아들인다는 보장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광활한 우주에서 또다른 문명이 있는데, 이들 문명에게 자신들의 위치를 드러내는 일은 의심의 사슬을 통해 멸망으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구보다 월등한 문명을 지닌 삼체 문명도 마찬가지다. 자신들보다 더 발달한 문명을 지닌 우주 문명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체 문명 역시 자신들의 위치를 드러내는 것을 삼가야 한다. 이 점을 뤄지가 파고드는 것이다. 그의 면벽자로서의 활동도 이런 점에 맞춰지게 되고.
또한 '기술 폭발'도 다른 문명에겐 위협적이다. 지금은 낮은 문명 수준일 수 있지만, 기술은 예측을 넘어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200년이 흐른 지구 문명을 봐도 알 수 있다. 분명 삼체 문명을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200년 동안 어떤 발전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 발전된 문명이 있다면, 비관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기술은 폭발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면 미래에 지구를 정복하려는 계획이 성공할지 알 수 없게 된다.
이 우주사회학이 소설의 주를 이루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뤄지를 통해 간간히 나올 뿐이다. 그러다 소설의 막바지에 가면 이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과정 속에 수많은 인물들, 그 인물들이 대응하는 방식 등을 보여주면서 위기에 처한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하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서로 다른 문명이 만났을 때 작가는 '의심의 사슬'로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없기에 갈등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의심의 사슬이 두 문명의 만남이 아니라 수많은 문명에게로 확대를 하면 공존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상대를 완전히 알 수 없을 때 상대와 공존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든지, 상대와 거리를 두면서 타협하든지. 외계 문명과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그 점을 이 소설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삼체 문명과 거리를 두고 공존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생각하게 2부가 마무리되었는데, 아직 200년이 남았다. 그리고 소설은 3부가 남았다. 어떻게 될 것인가. 여전히 지구로 오지 않겠다고 했지만, 삼체 함대는 우주 공간에서 태양계 쪽으로 항해를 하고 있으니.
3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