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나라 이야기 세트 - 전7권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스토리 북스)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권 --- 마법사의 조카 


  나니아 나라 이야기의 첫권이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를 봤다면, 이 첫권은 좀 생소할 것이다. 주인공이 영화와는 전혀 다르니 말이다. 그렇지만 첫권은 바로 나니아의 시작이다. 나니아라는 나라가 창조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나니아에서 놀라운 모험을 하는 네 남매의 이야기는 그 다음부터다. 그러니 이 첫권은 나니아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곳에 어떻게 가게 되었는지, 또 마법의 옷장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디고리와 폴리가 등장한다. 디고리의 외삼촌이 만들어낸 반지로 다른 세계로 가게 된 아이들. 이 아이들이 다른 세계에서 아슬란이라는 사자를 만나고, 아슬란이 나니아를 창조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젊음, 생명의 사과 - 창조와 사과, 또 아슬란은 아담의 아들, 이브의 딸이라는 말을 쓰고 있으니, 이 부분만 보면 기독교적 요소가 많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조론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정확히 사과라고는 나오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악과를 사과라고 하니, 그 사과가 첫권에 등장하는 것은 기독교 문화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가 나온다.


이 사과를 가지고 와 엄마의 병을 고치는 디고리... 그가 남은 사과 몸통을 정원에 심었더니, 곧 사과나무가 되고, 나중에 사과나무가 쓰러졌을 때 디고리가 그 나무를 가지고 옷장을 만든다는 내용으로 첫권이 끝난다.


그러니 첫권은 다음에 전개될 나니아 모험의 도입부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마법의 반지가 아니라 옷장을 통해서 나니아로 가게 될테니 말이다.


아마도 첫권은 나중에 쓰여졌을텐다. 해설을 읽어보면 이 전집 2권이 먼저 쓰였다고 하니 말이다. 2권부터 시작하기에 개연성이 약하니, 아이들이 나니아로 가게 만들기 위해서 옷장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것이 왜 디고리 교수의 집에 있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야 했으리라.


하여 첫권은 나니아 나라 이야기의 도입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다른 아이들로 인한 모험이 시작된다.


2권 --- 사자와 마녀와 옷장


영화로도 만들어진 부분이다. 네 남매의 모험이 그려진 부분. 마녀와 대결하여 승리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런데 여기서 아슬란의 희생과 부활이 나타난다. 인간이 저지른 잘못을 대속하기 위한 아슬란의 행동. 기독교를 떠올리게 하는데,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고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했을 때 벌어지는 일들, 하지만 두려움에 굴복하기 보다는 두려움을 딛고 나아갈 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이번 편이 보여주고 있다.


마녀의 겨울에 맞서는 네 남매의 모험이 자세하게 표현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마녀로 인해서 고통받는 세계, 그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네 남매의 모험이라고 하지만 아슬란을 중심으로, 나니아에 거주하는 존재들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위급상황에서도 일상을 유지하려는 비버 부인이라든지, 자신에게 온 손님을 환대하는 모습이 바로 그렇다.


3권 ---  말과 소년


  이번에는 나니아가 아닌 칼로르멘이라는 나라에서 나니아로 가는, 정확히는 아첼랜드로 가는 여정이 나온다.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나니아에서 칼로르멘으로 납치된 말이 둘 나오고, 여행을 함께 하게 되는 아라비스라는 소녀도 나온다. 


  샤스타에서 코르가 되는 이야기. 칼로르멘에서 나니아 이웃인 아첼랜드의 왕자가 되는 아이. 그 과정에서 겪는 모험. 그리고 이 모험을 전부 주관한다고 할 수 있는 아슬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 같지 않은가. 샤스타는 배로 강을 따라 내려오다 어부에게 발견이 된다. 버려진 아이, 구출, 그리고 탈출. 이런 과정은 보통 영웅이야기에서 많이 나온다.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다가 자신을 찾는 이야기. 샤스타가 코르가 되는 과정이 바로 그런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만의 성공이 아니다. 칼로르멘이라는 나라의 위협으로부터 아첼랜드를 구해내는 역할을 하게 되니, 이는 거대한 성장 서사가 된다. 


이런 구절이 있다.


'샤스타는 선한 일을 하면 그 대가로 항상 더 힘들고 막중한 일이 기다리게 마련이라는 걸 아직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170쪽)


선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리고 선한 일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더 선한 일들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나니아 이야기 3권은 한 아이의 성장으로 끝난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 우리가 이야기에서 기대하고 있는 결말이다.


이 이야기에서 '모세'가 떠오르는 것은 나만 그런 걸까? 아닐 것이다. 첫권이 천지창조라면, 두 번째 이야기는 인간의 죄를 대신해 죽는 대속이 나온다면, 3권은 모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성경 이야기가 순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이 이야기에서 성경의 이야기, 또는 교훈을 떠올리기는 쉽다.



4권 ---- 캐스피언 왕자


나니아도 세월이 흐른다. 천년 왕국이 있기는 힘들다. 평화롭던 나니아 역시 다른 왕조로 바뀐다. 왕조의 흥망성쇠야 역사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왕조가 교체되면서 나타나는 차별과 탄압이 문제다.


융합이 되면 모르겠지만, 기존 문화, 관습을 바꾸려는 과정에서 저항이 일어나고, 그 저항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폭력은 차별을 낳고, 차별은 억압으로 이어지면서 또다른 저항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다시 왕조 교체가 일어날 시기가 온다. 나니아가 그렇다. 이번 권에서는 나니아가 텔마르 사람들에게 정복당한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텔마르를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니아 이야기에서는 통치자가 누구인지를 따지지는 않는다. 그가 어떻게 통치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니 아담과 이브의 자손이라는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가 나니아를 다스릴 수 있었던 것.


캐스피언 왕자 역시 텔마르 출신이다. 그렇지만 그는 나니아의 전통, 문화를 존중한다. 그러니 그는 통치자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그의 고난과 성공 과정이 펼쳐진다. 그냥 나니아의 통치자가 될 수는 없으니, 이 과정에서 피터 등이 다시 등장한다. 캐스피언이 성공하게끔 도와주는 조력자로서. 그리고 이번 권에서는 피터와 수잔이 다시는 나니아로 돌아올 수 없음을 밝힌다. 그들은 나니아로 올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고.


이번 권을 읽는 아이들에게는 출신보다는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자신의 출신을 고집하는 난쟁이가 있고,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난쟁이도 있으며, 작은 몸집으로도 자신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난장이들이 나오니 말이다. 게다가 텔마르의 이방인이라 할 수 있는 캐스피언조차도 그들은 망설임 없이 통치자로 받아들인다.


이는 출신이나 신체, 피부색 등이 그 존재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은영 중에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게다가 가장 어린 루시의 눈에 먼저 아슬란이 보이고, 나무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는 점에서 순수한 마음, 열린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또한 이번 권은 톨킨이 쓴 [반지의 제왕]과 비슷한 점도 있다. 압도적인 무력 우위를 보이는 집단에 대항해 나무들이 함께 하는 것. 반지의 제왕에서는 엔트라고 나오는데, 이 책애서도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즉, 순수한 마음, 정의로운 일에는 모든 존재들이 함께 함을 보여준다.


5권 ---새벽 출정호의 항해


  이번 권은 바다 여행이다. 4권에 나왔던 캐스피언 왕자가 숙부에 의해서 쫓겨난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에드먼드와 루시, 그리고 유스터스와 함께하는 과정이 나와 있다.


  모험을 통해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면, 이번 권에서는 유스터스의 변화가 눈에 뜨인다. 


  남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제 감정대로만 행동하려 했던 유스터스. 그러나 모험을 통해서 남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 용으로 변했을 때 이 점을 깨닫게 되는 데, 탐욕이 눈을 가리고, 자신을 다른 존재로 변화시킨다는 점을 알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캐스피언 역시 아버지를 옹호하던 기사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을 겪는다. 가령, 노예제를 알게 되고, 그들이 얼마나 비참한 지경에 처해 있는가를 몸소 체험하게 되며, 탐욕으로 금으로 변해버리는 모습도 보고, 두려움으로 인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때 그곳에서 멈추면 안 된다는 점도 깨닫게 된다.


이번 권은 여기까지는 없다는 점을 생각하게 해준다. 여기까지라는 말은 자신이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멈춘다는 말이다. 이는 잠을 자는 것과 같다. 자신은 만족해서 잠을 자겠지만, 남들이 보면 더이상 무언가를 하지 않는 상태에 불과하다.


즉 사람들은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삶을 완성할 수 있다. 새벽 출정호의 모험은 생쥐 리피치트를 통해서 그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6권 ---은의자


  또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이번에 등장하는 인물은 이 세계에 있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질. 그리고 전 권에 나왔던 유스터스


  질은 다른 학생들의 괴롭힘을 피해 있다가 유스터스를 만난다. 그리고 둘은 나니아로 여행을 떠난다. 이번에는 사라진 왕자를 찾기 위한 모험.


  사라진 왕자를 찾는 과정에서 아슬란이 준 힌트가 있고, 그 힌트를 잘 따라가야 하는데, 막상 일에 닥치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세상 일이 어디 뜻대로 되겠는가?계획한 대로만 일이 되면 좋겠지만, 늘 현실은 계획을 넘어선다. 이들의 모험도 그렇다. 


  나니아 이야기의 전 편들이 그렇듯이, 이번 편에서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인물이 등장한다. 어떤 생물이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여기서는 마슈위글이라는 종족이라고 하는데, 이름은 퍼들글럼이다. 셋이서 떠나는 모험.


유혹에 굴복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들은 지하세계에 갇혀 마법에 걸려 있는 왕자를 만나고, 마녀를 퇴치한 뒤 나니아로 돌아온다. 


거인들에게 잡혀먹힐 뻔하기도 하고, 지하세계를 탐험하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위험을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위험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현실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음을 '은의자'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질과 유스터스가 겪은 일들을 이야기라고 한다면, 질은 이야기를 통해서 현실을 이겨낼 힘을 키워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온갖 위험이 있는 모험 이야기. 그런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늘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어려운 지경에 빠지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 또는 포기하고 굴복하지 않는 마음으로 이겨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힘을 얻게 된다.


6권을 읽으면서는 이런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7권 --- 마지막 전투


  나니아 나라 이야기 마지막 권. 나니아의 멸망을 다루고 있다. 

                              

  나니아의 멸망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라고 해도 좋은데, 이것은 현세에서 내세로 넘어가는 이야기라 볼 수 있다.


  현세가 멸망하기 위해서는 혼란이 계속되어야 한다. 혼란을 부추기는 인물이 나온다. 원숭이 시프트가 그 인물인데, 이 원숭이는 우연히 얻은 사자 가죽을 당나귀에게 씌워 아슬란인 척하게 하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얻는다.


  마치 적그리스도를 연상시키는 그런 발상. 그리고 혼란, 전쟁. 결과는 나니아의 멸망.


  단지, 나니아의 멸망으로 끝났으면 아이들에게 읽히기 힘들었으리라. 그래서 이야기는 새로운 세상으로 끝난다.


그동안 나왔던 인물들이 모두 나와 한자리에 모인다. 이들은 이제 새로운 세상에서 영원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천년왕국. 그것이 생각난다. 굳이 기독교 식으로 해석하지 않더라도 현세를 벗어난 내세가 펼쳐진다.


즉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 그것은 현실이 불만족스러울수록 더욱 강하게 자리잡게 된다.


현실과 다른 세상을 꿈꾸면서 현실을 바라보게 되면, 새로운 세상을 위해 한걸음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냥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세상, 모두가 함께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 이야기의 힘이다.


7권까지 오면서 많은 모험이 펼쳐지지만,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선(善)이다. 선을 추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7권까지의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주는데...


나니아라는 환상 속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모험. 그 모험을 통해 성숙해가는 아이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게 될 아이들.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그런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나니아 나라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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