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들 - 잊고 또 잃는 사회의 뒷모습
오찬호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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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잘 보이지 않는 일들. 자세히 보고, 자신의 관점만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일들. 제 생각과 분명히 다르지만, 왜 다른지 고민해 봐야 하는 일들.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그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는다. 자신의 관점만을 고수한다.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잘 적용되는 일들이 많다. 자기에게 유리한 면들만 보고, 그것들로 자신의 관점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주장은 모두 잘못된 주장이고, 고려할 가치가 없는 편협한 주장일 뿐이다. 나는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관점을 버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관점이나, 이것도 그르고, 저것도 그르다는 양비론적 관점을 택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일들에는 분명 옳고 그름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일만 가지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 힘들다면 그 일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살피고, 원인을 파악하여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일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쟁점이 되는, 저자의 관점을 빌리자면 잘못된 주장을 하는 집단들이 존재하는 일들 열두 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성소수자, 악성 댓글, 폭력(운동선수), 비정규직(노동자 사고), 빈곤(복지), 기업의 비윤리성(가습기 살균제), 코로나19(재난), 성착취, 낙태죄, 세월호, 대통령 탄핵, 입시 문제(공정)


다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문제다. 사실 성소수자가 논란이 될 이유는 없다. 성적 취향이 어찌 논란이 된단 말인가? 그럼에도 아직도 성소수자는 차별을 받고 있다.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기도 어렵다.


소수의 성소수자들이 방송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많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극소수에 해당할 뿐이다. 고 변희수 하사는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을 당해야 했다. 아직도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단지 반대가 아니라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여기에 안심 화장실 문제... 모든 성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자신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인데...


이와 마찬가지로 악성 댓글이 단지 댓글 창만 없앤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사회가 바뀌어야 함을, 그것이 바로 운동선수들의 폭력 문제나, 입시의 공정성, 비정규직 노동 환경(단지 비정규직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함을, 노동자들의 사고는 바로 이런 노동환경의 개선이 있어야 함을, 사회가 국가가 적극적으로 노동환경의 개선에 개입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의 개선,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데 선별 복지냐 보편 복지냐에 대한 접근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까지 언급하고 있다.


즉 하나의 사안은 그 사안으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사회적 배경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만 해도 그렇다. 피해자는 있는데, 그 피해를 온전히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몇 년 전 일을...  최근에 국가에서 가습기 피해를 인정했다고 하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긴 세월이 흘렀던가. 또한 아직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보상받지 못한 사람이 있는데, 이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할 자유를 무한히 허용했다가 발생하는 문제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세월호 역시 가습기 살균제와 마찬가지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갖 개조를 하고, 규제를 무마하기 위해 벌인 로비, 이런 것들로 인해 벌어진 사고... 국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인정하기 걸린 오랜 시간처럼 세월호 역시 국가가 책임지고 진실을 규명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이런 일들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는데, 이는 한 개인을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즉, 대통령이 지닌 책무가 무엇인지, 대통령은 한없는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헌법에 부여된 국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자리임을, 그런 일을 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음을 잘 보여준 일이라고 한다.


여기에 낙태나 성착취는 여성을 어떻게 보는가? 성착취야 착취라는 말에서 이미 잘못임을, 범법 행위임을 알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사례들이 있었음을, 그것은 바로 성착취에 대한 과거의 인식에 머물러 있었음을 이야기하면서, 낙태에 관한 관점이 아직도 진행 중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낙태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관점에서 보지 않고 성문란 또는 방종으로 연결시키는 관점들이 있음을... 낙태죄가 법적으로 이미 폐지가 되었음에도 이런 관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이처럼 이 책은 다양한 관점을 소개하면서, 저자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 사안들에 대해서 이런 관점과 저런 관점이 있고, 또한 배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단지 하나의 관점에 갇히지 말고, 본질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한 주장이 득세를 하는 세상인데, 그 강한 주장이 적절한 근거를 갖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럴 때 근거를 들어 그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인식하고 다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비록 어려운 길일지라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말 기억해야 한다. 유효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다.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이 사회는 사람이 만든 거고 그걸 바꾸는 것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주하기 싫어도 마주해야 변화가 가능하다. 일단 화들짝 놀라고, 아직도 이런 일이 있냐고 탄식하고, 피해자를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모색하는 고민의 연속만이 사회를 움직인다.' (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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