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의 죽음
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6월
평점 :
인간은 불멸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불멸의 존재. 예전에 과학계에서는 영구동력을 연구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 번 작동하면 다른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계속 작동하는 동력.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영구동력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영구동력과 불멸을 비교할 수 있는가? 저자들은 비교할 수 있다고 한다. 과학적 기술적으로 영구동력은 불가능하지만, 불멸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고.
불가능하지 않다면 불멸이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불가능이 아닌 경우 시일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가능으로 변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저자들은 불멸은 '어떻게'라는 질문 보다는 '언제'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이 있었고, 약간의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갈 길이 멀다는 말을 불가능이 아니라, 갈 수 있음으로, 가능으로 판단하고, 저자들은 이 갈 길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고, 불멸 운동에 참여한다면 그 시기는 많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지금도 필멸에서 불멸로 넘어가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인간을 냉동시키는 업체도 생겨났다고 한다.
'언제'가 '언제'일지 확실히 알 수 없으므로, 그 '언제'가 다가올 때까지 인간을 냉동시켜 보존했다가, 불멸의 존재로 깨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
몇 십 년 전부터 냉동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있어 왔다. 서양에서 이미 그런 일을 하는 업체가 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고. 그냥 그렇겠거니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들이 단지 현재 고칠 수 없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 한 과정으로 '냉동인간'을 도입했음을 알게 됐다.
저자들은 과학적, 의학적으로 불멸이 가능하고, 또 많은 성과들이 있으며, 최신 과학기술을 동원하면 '언제'가 더 앞당겨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노화로 인한 치료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지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이 이제는 피조물이 아니라 창조자, 또 신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례들을 들어 불멸이 가능함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런데 과연 이 지구에서 인간이 불멸한다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우리가 시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살고 싶어하지 죽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불멸을 꿈꾼다. 불멸을 꿈꾸는데, 건강하게 -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이것이다. 나이 들어서 약해진 몸으로 온갖 약을 달고 살면서 오래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몸으로, 청장년기와 마찬가지로 활달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 사람들이 계속 살아간다면...
넘치는 인구는 어떻게 하지? 지금은 효용성이 떨어진 '맬서스'의 이론이 다시 적용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는다. 결국 인간은 식량 부족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죽어가게 된다?
여기에 대한 답은 내놓지 않지만, 이들은 이런 주장이 터무니 없음을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암시하고 힜다. 즉 그 인구에 맞는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함께 발전하리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이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먹는 즐거움을 제외한다면, 식량은 최소한의 또는 최대한의 영양소로 구성된 알약처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죽지 않게 만드는 기술을 지닌 사회가 그 정도 기술도 만들 수 없지는 않으니까. 이런 사회가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기아로 죽는 사람은 없는 세상이라고 하면, 인구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죽지 않고, 또는 몇 백 년 살아간다면 태어나는 사람들의 숫자가 죽어가는 사람들의 숫자보다 엄청나게 많아질 것은 분명한 일.
그 많은 인구들, 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마치 엔트로피 법칙을 연상하게 하는 인구증가일텐데, 그런 지구에서 과연 인간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이들 논의에서는 그래서 우주개발이 함께 되어야 한다. 노화를 방지하는, 불멸의 존재로 인간을 만드는 기술을 지니고 있다면 우주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즉 이들이 말하는 불멸에 관한 논의에서 '언제'는 우주에서 인간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언제'와 함께 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이 함께 하지 않으면 이미 태어난 인간들은 자신들의 불멸을 위해서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나는 것을 막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불멸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는 어쩌면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 아닐까?
불멸의 존재를 꿈꾸기보다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게 살다 가는 인간을 꿈꾸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 한다. 죽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이런 연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활발하게 불멸을 향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전지구적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저자들은 전지구적 노력으로 불멸을 향해 가야 한다고 하지만, 이런 연구가 시행되기 전에 전지구적으로 불멸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과학기술에는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가장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온 불멸 또는 노화방지, 노화역전에 관한 주장을 하는 근거 몇 구절 적어본다. 아직은 무어라 확신을 할 수 없는데... 이들이 '어떻게' 보다는 '언제'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나는 '왜'에 중점을 먼저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노화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비극이다. 세상의 모든 다른 사망 원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매일 노화로 사망한다. 구체적으로 말라리아, 결핵, 사고, 전쟁, 테러 및 기근 등 다른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노화로 인한 사망자가 2배 이상 많다.'(42쪽)
'인류의 가장 큰 적은 노화로 인한 죽음이다. 죽음은 항상 우리에게 최악의 적이었다.'(43쪽)
'우리가 생명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모르지만, 특정한 관점에서 보면 생명은 살기 위해 태어났지, 죽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적어도 이상적인 조건에서 대칭적으로 번식하는 박테리아는 그렇다. 하지만 비대칭적으로 번식하는 박테리아는 나이를 먹는다.
죽음은 항상 존재해왔음이 분명하지만, 최초의 생명체는 이상적인 조건에서 영원히 젊게 살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영양소 부족이나 질병과 같은 삶의 가혹한 현실은 노화하는 유기체와 노화하지 않은 유기체 모두에게 죽음을 초래했다.'(55쪽)
. 분열 효모 새표는 이상적인 성장 조건에서 노화하지 않는다.
. 비노화는 분열의 대칭과는 무관하다.
. 노화는 스트레스로 인한 비대칭 손상 분리 후 발생한다.
. 스트레스 응집체의 유전은 노화 및 죽음과 관련 있다. (57쪽)
'우리는 기본적으로 노화하지 않는 다른 유기체, 즉 노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유기체들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또한 우리 신체에서 '최고의' 세포(생식세포)는 노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즉, 생물학적 불멸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지 아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문제는 오히려 언제 인간의 노화를 멈출 수 있는지가 되어야 한다.' (70쪽)
'노화의 일곱 가지 원인은 무엇인가? 1. 세포 내 노폐물, 2. 세포 간 노폐물, 3. 핵 돌연변이, 4.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 5. 줄기세포 손실, 6. 노화 세포의 증가, 7. 세포 간 단백질 연결의 증가 (89쪽)
'노화의 일곱 가지 근간, 1. 염증, 2. 스트레스 적응, 3. 후생유전학과 조절 RNA, 4. 신진대사, 5. 고분자 손상, 6.. 단백질 항상성, 7. 줄기세포와 재생' (97-98쪽)
'노화를 질병으로 치료하면 연구와 자금 지원의 수준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의료, 제약, 보험 산업의 명확한 목표를 파악할 수 있다.
항노화 및 노화 역전 산업이 곧 세계 최대 산업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은 큰 기회다.'(106-1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