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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의 해 ㅣ 미친 아담 3부작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평점 :
[오릭스와 크레이크]라는 제목으로 나온 '미친 아담 시리즈1권'에 이어 2권이다. 이제는 크레이크도 지미도 주인공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였다. 그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류에게 전염병을 퍼뜨린다. 인류는 절멸해야 한다.
성경에 신이 인간에게 분노해 인간을 멸하려고 할 때, 그럼에도 의로운 인간이 있어 모두를 멸하지는 못한다. 아무리 인류가 타락했다고 하더라도 의인은 한두 명 꼭 있다.
이 소설은 25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신의 정원사라는 종교 집단이 결성되고, 전염병이 돌아 인류가 거의 멸종될 때까지의 시간. 홍수의 해는 바로 25년이다.
물의 홍수가 아닌 물이 없는 홍수, 이것은 바로 전염병이다. 요즘 용어로 하면 '팬데믹'이다. 전세계를 3년 동안 공포에 떨게 했던 '코로나19'보다 더 치명률이 높은 전염병. 이를 만들어 퍼뜨린 사람은 크레이크다. 1권에 나온다. 그리고 2권에서도 렌의 회상 부분에서 크레이크가 등장한다.
반면에 1권에서 주로 나왔던 오릭스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다. 스쳐지나가는 인물이 된다. 다만 지미는 2권에서도 렌의 회상을 통해서 주요 등장인물이 된다.
2권은 토비와 렌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물론 각 장의 시작에는 아담1의 연설이 있고, '신의 정원사들이 즐겨 부르는 찬양집'에서라고 되어 있는 노래(시)가 실려 있다. 그리고 토비의 이야기와 렌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전개된다.
두 인물은 모두 신의 정원사 집단과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나이가 많은 토비는 이브의 직책까지 올라간다. 물론 신의 존재를 완전히 믿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진 경험으로 토비는 그들의 생활방식을 긍정하게 된다.
이들의 생활방식은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동물들을 먹지 않는 채식 위주의 생활을 하면서, 인간이 다른 종들을 멸종시키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물이 없는 홍수의 해가 올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니 토비의 이야기를 통해서 환경, 생태의 문제에 접근할 수가 있다. 우리의 생활이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가 지금의 생활방식을 유지한다면 지구가 7개가 있어서 안 될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토비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렌 역시 마찬가지다. 렌은 다양한 경험을 한다. 아직 미래를 살아갈 세대다. 토비가 어느 정도 책임있는 세대라면, 렌은 그들이 만든 세상을 물려받아 살아가야 할 세대다. 그러니 렌은 약한 존재로 나올 수밖에 없다.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세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생활을 바꿀 기존 세대들의 노력. 그것을 토비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왜 토비가 그런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 그것은 토비가 신의 정원사들에 합류 전까지 겪었던 일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토비는 기존 사회에서 배제된 삶을 산, 폭력에 희생당하고 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통해서 사람에게든 자연에게든 폭력이 더 이상 주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토비는 이 소설에서 제목을 이루는 성인들처럼 고난을 겪었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주 인물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그것을 이겨내는 사람이었기에.
전염병이 퍼진 세계는 디스토피아다. 크레이크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했지만, 그가 만든 세상은 디스토피아에 불과하다. 그가 창조한 인류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혼란한 디스토피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서로가 서로를 약탈하는 사회에서 살아남는 존재는 남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존재가 아니라 남을 보듬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토비의 존재가 소중하다. 토비는 렌을 보호하고 살아남게 한다.
다른 세상을 만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게 소설은 3권으로 넘어가게 된다.
소설이 방대하다. 방대한데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떼기가 힘들다. 오랜만에 2권을 읽었는데도 읽으면서 1권을 환기하게 된다. 1권에 나왔던 인물들이 2권에 토비나 렌과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토비와 렌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고 읽게 하고, 소설의 각 장에 나오는 날짜 이름이 된 사람들의 이름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몇몇은 쉽게 파악이 되는데, 이 소설에 나온 날짜 이름이 된 인물들을 한데 모아놓으면 환경, 생태 운동가들 열전이 되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3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