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목소리 - 미래의 연대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 새잎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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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나라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면서 은근슬쩍 핵발전을 옹호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소형 핵발전은 해롭지 않다고, 오히려 친환경 발전이라고도 한다. 친환경 발전에 원자력을(그들은 절대로 핵발전이라고 하지 않는다) 포함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가 아직 해결도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은 좀 오래 되었다. 10년도 전에 나온 책이다. 그렇다고 유효하지 않을까? 몇 십 년 만에 핵방사능이 다 사라졌다면 이 책은 과거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일 뿐이겠지만, 체르노빌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뒤에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했다. 일본 정부는 거의 해결이 되었다고 하고, 오염수들을 바다로 방류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여전히 진행 중인데,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한다. 이 책에서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왜 나한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나!" (172쪽)


지금 많은 나라들에서는 말해주어도 듣지 않는다. 그들은 핵발전은 오히려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체르노빌 전에도 그랬단다. 러시아 주전자(사모바르)보다도 더 안전하다고. 모스크바 크렘린 궁 옆에다 지어도 안전하다고.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보아왔다. 그런데도 안전하고 환경적인 에너지가 핵에너지라고 한다.


체르노빌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평화적 핵도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전혀 몰랐어요." (264쪽) 이 말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에서 평화적 핵도 죽음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아직도 모르고 있나? 그렇다고 또다른 핵폭발 사건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데... 핵폭발뿐만이 아니라 핵발전으로 인해 나오는 엄청난 방사성 물질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도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당장 눈 앞에 닥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핵발전을 고집하다가 당을 대표했던 사람이 했던 말을 또다시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는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합리화한다. "나는내 시대의 사람이었다. 나는 범죄자가 아니다." (346쪽)


이 말로 끝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고, 또 미래 사람들도 살기 힘든 땅이 되었다. 폭발 사고가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뒤에 해결하는 방법은 신속해야 했다. 우선 사람들을 대피부터 시키고 봐야 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고만 했다. 감추었다. 사람들을 자원봉사 명목으로 제대로 된 장비도 지급하지 않고 폭발 현장으로 보냈다.


그곳에서 일한 사람들, 나중에 죽어갔다. 나중에서야 그 까닭을 알게 된 채. 그런 나라는 사람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사람의 나라가 아닌 권력의 나라였다. 국가가 중요하다는 데엔 아무도 반기를 들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 생명의 귀중함은 온데간데없다." (361쪽) 이것은 권력의 나라에 불과하다. 이런 비극이 재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는가. 핵발전은 여전히 위험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핵발전은 너무도 오랜 시간이 소모돼야 폐기물을 처리할 수가 있다. 고준위, 저준위 물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이들은 모두 사람에게 해롭다. 그래서 이 물질들을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완전히 처리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양보다 새롭게 다시 나오게 되는 폐기물의 양이 더 많다. 그러니 이들이 완전히 안전해지는 데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 


현재 세대가 사용해도 그 책임은 미래 세대가 질 수밖에 없다. 이 책 작은 제목에 '미래의 연대기'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에 사용한 사람들, 건설한 사람들이 책임을 다 지지 못한다. 책임을 미래에 전가한다. 과연 그런 에너지를 청정에너지라 할 수 있을까? 그런 발전을 환경적 발전이라 할 수 있을까?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는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지구라는 곳에 잠시 다니러온 손님이다. 손님이 남의 집에 들어가 그 집에 해로운 물건을 남겨두고 오면 되겠는가? 손님은 그 집에 가능하면 쓰레기를 남겨서는 안 된다. 자신이 쓸 수 있는 물건들만, 또 방문한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고 가야만 한다. 


그 집에서 주인인 양 지내고, 나중에 주인이 치워야 할 쓰레기, 그것도 엄청나게 부담되는 쓰레기를 남기고 와서는 안 된다.


이 지구, 미래세대에게 빌려 현재를 살아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구에 우리는 손님으로 머물다 가는 것이다. 손님으로 머물다 간다면 손님 역할을 해야지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이 땅에 손님으로 왔다는 걸,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라는 것을 신이 보여주신 거야. 우리는 손님으로 왔어." (234쪽)


이렇게 손님으로 왔음을 체르노빌을 통해서, 후쿠시마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손님이기를 거부하고 주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손님, 자신이 불편하다고... 주인집보다는 자신의 필요를 생각해서 물건을 가지고 간다. 그리고 쓰레기로 남긴다. 


그러면 안 되는데... 기후 재앙이라고 할 정도의 변화가 심각한 현대... 잠깐의 기후 재앙을 벗어나겠다고, 미래의 기후 재앙을 예비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구에 들른 손님이라는 생각을 하면, 지구에 살아갈 주인은 미래세대를 비롯해 모든 생명체임을 생각한다면, 어떤 에너지를 써야 할지 더 깊게 생각해야 한다.


핵발전을 옹호하는 사람들, 이 살아있는 목소리들을 먼저 들었으면 한다. 듣고 생각하고 판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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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8-26 1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기차, 원자력발전소 보다는 수소차, 대체에너지 쪽인데 정책은 당장 눈앞에 효과가 나타나는것을 선호하지요

kinye91 2022-08-26 13:05   좋아요 2 | URL
저도 에너지 문제는 장기적으로, 그리고 미래 세대와 환경을 생각해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레이스 님 말씀처럼 당장 눈앞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선호하는 정책이 문제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