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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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소설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보다 더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 말이 맞다. 현실은 소설보다 더하다. 그만큼 현실에서는 우연이 겹치고 겹치고 무어라 앞뒤가 연결이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나? 하지만 이유는 모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그 일이 생긴 건지, 찾으려고 해도 찾지 못할 때가 많다. 이와 반대로 일이 술술 잘 풀릴 때가 있다. '어? 왜 이러지?' 하지만 이유는 딱히 찾을 수가 없다. 그냥 잘된다.


이게 인생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데도 소설에서는 복선이다 암시다 뭐다 해서 인과관계가 명확하길 바란다. 잘 밝혀지지 않으면 개연성이 부족한 소설이라고 이야기한다. 현실은 소설보다 더할 때가 많은데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세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내용이 전혀 다르고, 한 곳은 서점이고, 한 곳은 편의점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 좋은 쪽으로가 아니라 좋은 쪽으로. 요즘같이 팍팍한 세상에서 소설마저도 팍팍하다면 삶은 더 견디기 힘들텐데, 다행히 이 두 소설은 팍팍한 삶을 위로해주고 있다. 강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부드럽게 우리들을 감싸준다는 느낌을 준다.


마치 이 소설의 공간인 편의점 밖 야외 테이블처럼... 이곳은 겨울에도 야외 테이블을 없애지 않는다. 누구나 편하게 와서 앉았다가 갈 수 있는 장소. 동네 느티나무 아래 평상처럼, 그렇게 편의점 앞에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겨울이면 온풍기도 갖다주기도 하니, 그야말로 사람들 마음 쉼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마음을 어루만져주니, 이 편의점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하나하나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꼬인 관계들을 풀어나간다.


풀어나가기 전에 먼저 자신을 열어야 하는데, 자신을 열 수 있는 공간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또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있고, 들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들어줄 사람, 이 편의점에 전직 노숙자인 '독고'씨가 들어온다. 곰과 같은 외양의 그. 그러나 그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사람들 말을 들어준다. 사람들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조건, 자신의 말을 적게 한다. 다행히 소설 설정으로 노숙 생활을 하면서 그는 말을 하는 법을 잊었다가 다시 회복하는 중으로 말을 더듬는다. 


그러니 말을 할 때는 상대보다 느릴 수밖에 없고 상대는 그보다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마음에 있는 응어리를 토해내는 일. 그것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편의점과 관계된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간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인물도 있다. 당연하게도 모든 관계가 다 좋아지지는 않는다.


이때 관계를 맺을 때 주의할 사항은 바로 '편의점'이라는 곳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편의점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그래서 편의점이다. 그렇다면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편하게 가게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


손님이 편리할 수 있도록 자신들이 조금 불편해지는 일, 그것이 편의점이 잘 되는 일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모든 일을 나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해나간다면 관계가 파탄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 가족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듣기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기. 내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듣기. 들으면서 상대에게 공감하기. 그러면 상대도 마음을 열게 된다. 


열린 마음들이 관계를 맺으면 그 관계를 더 좋아진다. 처음에 상대의 말을 듣기 위해 감수했던 내 불편이 곧 편리함으로 바뀐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주인(점원)이 조금 불편해지면서 손님들의 편의를 살린다면, 다음에는 주인(점원)도 편리해지는 상호 편리의 관계로 바뀔 수 있다. 


주인과 점원의 관계도 마찬가지고. 왜 이 편의점이 주인과 점원이 가족같은 분위기를 지니게 되었는지는 소설을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불편한 편의점]은 노숙인 출신 점원을 중심으로 불편이 어떻게 편리로 바뀌어 가는지, 관계를 맺을 때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이 따스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더 좋고... 물론 소설 결말이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우연은 우리 현실에서는 더 잘 일어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불편한 시대, 이 [불편한 편의점]을 읽으면서 어떤 자세가 관계를 편리하게 하는지,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하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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