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배려할 때, 티나지 않게 필요한 일들을 해줄 때, 세상은 따스해진다.
드러내지 않으면서 남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일이나 공부를 하러 갈 때, 가는 길이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누군가가 잠들어 있을 때, 누군가는 도로를 청소하고 있는 것.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고 말하지 말자.
보수가 주어지는 일일지라도, 남을 위해서 하는 일이고, 남들이 잠들어 있을 때 깨어서 일을 하는 일이니,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일들을 단순히 그림자 노동이라고 치부하지 말자.
보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더라도 고마운 마음을 지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런 세상은 조금씩 더 따스해진다.
복효근이 쓴 청소년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에 온기를 지니게 됐다. 배려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고, 이런 아이들, 이런 사람들이 있는 세상은 더 평안해지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가 다섯 마리
내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
복효근, 운동장 편지. 창비교육. 2016년. 10쪽.
친구가 무안해 하지 않게 배려하는 모습. 그 모습은 친구의 마음 속에 남아 세상을 차가운 곳이 아닌 따스한 곳으로 받아들이게 하리라.
우리 모두에게 이런 따뜻한 저녁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