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제목을 많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겠지. 이 책 제목만 보고 오해했었다. 아, 동네서점에 대한 이야기가 실린 책이구나. 소설이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제목만 보고, 더 살펴보지 않은 성급함 때문이다. 빨리빨리를 거부하면서도 책을 판단하는데 그 놈의 빨리빨리가 잣대로 작용하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요즘 동네책방에 대한 소개글들도 많아서 제목에 '어서 오세요'라는 말과 '휴남동 서점'이라는 말에서, 정말로 휴남동이라는 동네가 있고, 그 마을에 있는 책방에 얽힌 이야기겠구나 지레짐작하게 된 것.


그러다 책을 직접 손에 들고, 이를 책의 물성을 느낀다고 할 수 있겠는데, 표지를 살펴본 순간 어라 소설이었어?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아, 소설이었구나... 이런...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 그렇다면 한번 읽어봐야겠네... 동네책방에 얽힌 이야기를 소설로 풀었구나,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읽어봐야지 이런 마음에 읽기 시작.


읽으면서 이 소설의 내용을 떠올렸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기 서점에 베스트셀러를 가져다 놓지 않겠다고 한다. 어쩌면 이 장면은 예전 텔레비전에서 방송했던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에 관한 일화가 떠올랐다. 책의 다양성... 그건 바로 마을책방들의 다양성과 통할텐데...


그 프로그램에서 선정된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수십만 권에서 백만 권 이상까지 팔리곤 했는데, 권정생 선생의 책을 선정하고 싶다고 제작진이 출판사에게 물었을 때 출판사에서 선정되기를 거부했다고, 저자인 권정생 선생도 거부했다는 일화... 이유는 사람들이 직접 책방에 가서 책을 고르는 재미를 빼앗을 수 없다고.


그런데 내가 베스트셀러를 읽다니... 소설 주인공과 반대로 가고 있나? 하는 생각도 순간 했지만, 주인공도 말한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그 책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357쪽)고. '한번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계속 베스트셀러로 남는 현상이 문제였다'(357쪽)고.


그렇다고 베스트셀러를 읽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좀더 다양한 책들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주인공의 말은. 이 말은 또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과 통한다. 서점을 책으로 비유한다면, 대형서점 몇 곳과 인터넷서점 몇 곳은 베스트셀러에 해당할테니, 이들만으로는 책의 다양성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점점 사라져가는 동네책방들... 예전에는 대학가에는 작은 책방들이, 나름대로 주제가 있는 책방들이 있었고, 그 서점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책을 사고 만나고 약속을 잡고, 토론하기도 했었다. 동네책방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동네책방들...


이 소설은 그러한 동네책방을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간다. 마치 서점의 주류에서 밀려난 동네책방이듯이, 현대 사회의 삶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서점에 모여든다. 휴남동 서점을 중심으로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준다. 


주인인 영주, 커피 아르바이트를 하는 민준, 동네 주민으로 서점에 관심을 가져준 민철 엄마(희주), 엄마에 의해 반강제로 서점에 들르게 된 민철, 강연으로 인연을 맺게 된 승우, 또 책벌레 상수, 커피 원두를 제공하는 지미, 비정규직의 팍팍한 삶을 살던 정서 등등이 휴남동 서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마치 마을의 느티나무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살아가듯이 그렇게 휴남동 서점에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공유해간다.


그 삶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또 돈을 많이 벌지는 않아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동네책방, 그 책방이 바로 휴남동 서점이다.


가끔 채널을 돌리다 만나는 '동네 한바퀴'란 프로그램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렇게 마을에서 사람들이 서점을 통해 만나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결코 화려하지 않은 마을을 도는 그 프로그램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도 소설은 일에 치인, 또는 목표에 치인 현대인의 삶에서 한발짝 벗어나게 해주고 있다. 읽으면서 느티나무 그늘에 모여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듯이, 편안하게 소설을 읽어갈 수 있다.


따스한 내용...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장소가 소설 속 휴남동 서점이었듯이, 이 소설은 현대를 팍팍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안을 주는 마을 느티나무 같은 역할을 한다. 


베스트셀러라고 다 읽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이 소설 속에는 다른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아마도 이 소설을 재미있게 또는 감명깊게 읽은 사람은 소설 속 소설을 찾아 읽게 될테니, 이 소설은 책읽기의 다양성에 이바지 하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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