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만화다. 특별한 맛집을 소개하는 만화가 아니라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는 음식이야기다.

 

  특히 할머니가 등장해서 집에서 만든다. 건강한 식재료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주인공 이름이 별이다. 음식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

 

  할머니가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감탄하면서 먹는 아이.

 

1권에 나오는 음식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막걸리빵, 수정과, 봄동 겉절이, 단호박 죽, 떡볶이, 부추전, 비빔밥, 송편, 감자 샌드위치, 미역국, 호떡, 초콜릿, 딸기 쉐이크, 국화차, 화전

 

이 중에 초콜릿은 예외다. 발렌타인데이라고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에 나오는데, 이 음식과 관련해서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동성애를 다루기도 하지만, 사랑을 이루는 바탕은 바로 이해와 배려 아닌가 한다.

 

동성애에 관해서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여러 관점이 갈등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그 사람을, 그 사랑을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의 말에 이런 말이 나온다.

 

언젠가 이 만화를 읽은 한 아이가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별맛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왜 다 착해요? 너무 착한 것 같아요. 작가님도 이렇게 착한가요?" (4쪽)

 

작가가 착하다 착하지 않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 만화를 읽은 이 아이가 이렇게 이야기했다는 사실에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 안타까웠다.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이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착하다고 이야기 하기 전에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니고 살아가야 할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콜릿 부분을 보면 마음이 찡해진다.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면서 자란다면 다르다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없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여기에 미역국 부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많이 생각하게 하는 대사를 만나게 되었다. 미역국에 고기를 넣지 않자 그것을 의아해 하는 아이들에게 할머니가 한 말,

 

'생명이 태어난 걸 축하하면서, 다른 생명이 죽은 걸 먹는다는 게 할머니 생각엔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생일이면 일부러 고기를 더 먹는데, 우리 집은 생일날 만큼은 고기를 안 먹어.' (1권. 152-153쪽)

 

고기를 먹지 말자고 채식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생명탄생의 날에 가능하면 육식은 삼간다는 말인데... 식물도 생명이 있는 존재라고 이야기하면 뭐라 하기 힘들지만, 생명은 다른 생명의 목숨으로 생명을 이어가기 때문에, 최소한 그 생명에 대한 고마움은 간직하고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그것이 생명을 살리기 위해 죽은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이렇게 만화는 음식을 통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2권에 나오는 음식을 보자.

 

오미자, 김치말이 국수, 미숫가루, 약식, 주먹밥, 찹쌀케이크, 잔치국수, 매생이떡국, 봄나물, 두부버거, 수박화채, 팥빙수, 사과 토스트, 숙주라면, 카레

 

역시 집음식이다. 사 먹는 음식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음식. 이 만화는 단지 음식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그래서 음식과 삶이 잘 어우러져 있다. 마치 비빔밥처럼.

 

등장인물도 다양하다. 한부모, 다문화 가족이 등장하고, 그러면서 서로 어우러지면서 결합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음식공동체.

 

함께 음식을 먹으며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을 열어가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들이 따스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한 아이가 착한 사람들만 나온다고 했나 보다. 그만큼 이 만화는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만화 속 음식이 내 몸 안으로 들어와 나를 건강하게 해주는 느낌을 받는다.

 

바로 우리들에게 필요한 음식은 비싸고 화려하며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이런 음식들임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이 만화를 보면서 공광규 시, '별국'이 떠올랐다. 이 만화 주인공 이름이 별 아니던가... 음식의 소중함, 사랑이 담긴 음식... 이렇게 만화와 시는 서로 통한다.

 

 별국

           - 공광규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들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

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

 

어머니 눈에서

별빛 사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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