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별 사이 - 소년소녀 X SF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김동식 외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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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소녀xSF'라고 한다. '청소년xSF'라고 하지 않은 편집자의 고심이 느껴진다. 특정한 성이 특정 연령대를 대표하고 있다는 느낌을 청소년이라는 말은 준다. 그렇다고 청소녀라는 말을 쓰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언어가 사고를 대표한다고 하면, 청소년이라는 말에는 의식하지 않더라도 남성중심주의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특정한 연령대를 독자로 상정하고 작품을 내놓은 출판사에서 용어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심했음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소년소녀xSF'라고 했는데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 네 편의 주인공들은 주로 중고등학생 정도의 연령이라고 보면 된다. 중학생 정도의 연령 13세에서 18세 정도를 사춘기로 잡으면 사춘기에 들어선 사람들이 주요 등장인물이고, 독자들도 그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여기면 된다.


그렇다면 사춘기에 접어든 사람들이 주로 경험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우선 친구 관계, 또 성장통(소위 사춘기 반항이라고 하는), 성적(공부), 사랑 문제가 아닐까 한다. 


이런 문제들을 사실적으로 쓴 소설도 많지만, 이 소설은 SF라고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상상이 발현된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을 표현하고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상상력에서 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SF소설의 매력이다.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고, 그 거리만큼 현실 세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김주영이 쓴 '별 별 사이'는 친구 관계를 다루고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이 이루어지는 학교. 온라인 수업은 부유층 아이들이 주로 하고, 오프라인 수업은 어려운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주로 하는. 


같은 학교 학생이지만 서로 별과 별처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그런 사이들. 이렇게 먼 존재들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그리고 친구가 되어야 함을 작가는 상상력을 발휘해 엄마의 가출, 부유한 친구의 제안, 그 친구는 엄마와 아는 사이 등등의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예전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 욕을 하면 경고가 나오고 어쩌고 하는 장면을 이 소설에서도 볼 수 있는데... 기발한 상상력으로 친구가 되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다.


친구는 경제적 차이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서로가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부딪치며 지내는 사이에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친구가 된다. 그런 과정... 예전 어른들이 그러지 않았던가. 친구가 되려면 밥을 함께 먹고, 목욕을 같이 하고, 잠을 같이 자야 한다고. 그렇게 경제적 차이에 의해 분리되지 않고 함께 하는 생활 속에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SF라는 형식을 빌려 작가가 보여주고 있다.


김동식 소설 '이상한 미래의 사춘기'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기발한 상상력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말하면 화학요법에 의존해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그런 세상이 꼭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예지의 가족을 통해서.


사춘기에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그 격정적인 감정을 이용해 감정 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다는 발상, 그러나 모든 아이가 사춘기를 거치지는 않는다는 사실. 아니 사춘기가 있다면 거치기는 하겠지만, 그 시기를 보내는 모습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 예지 역시 사춘기를 요즘 말로 하면 쉽게 보낸다. 


소설 속에서 의사가 말하는 어려운 집안 아이들은 가족을 생각하기 때문에 사춘기도 빨리, 조용히 넘긴다는 말은 슬픔을 자아내지만, 그렇지만 그런 집안에서도 서로를 생각하면서 웃으며 지내는 가족이 있음을, 마냥 슬프다고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예지와 예지 엄마의 관계 역전을 통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냥 웃으면서 읽을 수도 있지만, 소설 속에는 우리가 깊게 생각해야 할 주제가 몇 있다. 과연 인간의 감정을 외부 요인에 의지해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또한 그런 감정조절이 된다면 왕따와 같이 피해를 보는 학생에게 기쁨 에너지를 쏘여 기분 좋게 하면 일이 해결되는가? 사춘기와 갱년기라고 꼭 지칭하면서 특정한 행동을 하리라고 예측하고 대응해야 하는가 등등.


전삼혜가 쓴 '토끼와 해파리'는 슬프다. 물론 소설은 전혀 슬프지 않다. 이게 SF소설이 지닌 장점이기도 하다. 분명 슬픈 내용임에도 읽으면서는 슬픔을 느끼기 어렵다. 다만 읽고 나서 깊은 슬픔이 밀려온다. 


어렸을 때 천재 소리를 듣던 사람이 자기 또래와의 생활을 건너뛰고 어른이 된 모습. 그러나 지식의 발전 속도(우리는 어렸을 때 공부를 남들보다 잘하면 천재라고 찬탄을 하다가, 성인이 되어서 남들보다 특출하게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 사람을 폄훼하는 경향이 있다)가 어렸을 때와 달리 어른이 되어서는 잘 보이지 않는 아이를 설정한다.


자기 또래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또래 아이들과 관계를 맺지 못하고 건너뛴 아이를 천재라고 찬탄만 해야 하는지... 오히려 그런 아이일수록 또래와 함께 지낼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 '어메이징 메리'를 보라. 무엇이 행복인지, 그런 사람에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소설은 그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홍지운이 쓴 '그냥 그런 체질이라서'는 사춘기에 사랑에 빠진 사람 이야기다. 사랑에 빠지면 흥분하기 쉽고 이성보다는 감정적으로 행동하기 쉽다. 그 점을 용족과 결혼한 후손이라는 설정으로 (반인반수도 아니고, SF니까 가능한 설정이다. 그렇지만 재미 있다. 과거 우리나라 왕족들은 대부분 용들의 자손이 아니던가. 그러니 SF라고 없던 이야기를 지어내지는 않았다. 전통의 계승이다. 이 소설은) 사랑하는 소녀 앞에서 불을 뿜어낸 소년 이야기다.


그냥 웃음이 난다. 그리고 그렇게 사춘기의 사랑은 앞뒤 안가리고 불붙는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에서는 웃음을 유발하면서 넘기고 있지만, 자신이 조절 못하는 사랑으로 상대가 다칠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그러니 그냥 웃고 끝내는 소설이 아니다.


네 편 모두 사춘기에 겪을 만한 일들을 주제로 다양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사건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래서 진지하게 읽기보다는 웃으며, 깔깔거리며 읽을 수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설정이다.


그렇게 웃으며 읽다가 무언가를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다. 이 네 편의 소설에는 웃음 속에 우리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일들을 넣어두었기 때문이다. SF소설은 전혀 현실과 같지 않은 상상력 속에서 현실을 바로보게 하고 있으니...이 소설집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이 소설집에는 재미 있게 읽고, 웃으며 알게 모르게 마음 속에 사춘기를 겪으며 느꼈던 감정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조금 더 성장시킬 수 있겠다는 작품들이 실려 있으니,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들 또는 사춘기에 접어든 사람들, 읽으면서 낄낄거렸으면 좋겠다. 낄낄거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무언가가 올라올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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