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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고전영화 읽기 - 내 아이 감성 영재로 키우는 영화 이야기
조수진 지음 / 호밀밭 / 2018년 12월
평점 :
우리나라 영화의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감독 가운데서 세계적인 감독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여럿 있고, 배우 중에서도 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그만큼 우리나라 영화가 세계에 많이 알려졌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미나리'라는 영화로, 감독이 한국계이고, 우리나라 배우들이 참여했고, 윤여정 씨가 조연으로 세계에서 수많은 상을 받고 있으니, 가히 한국영화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영화는 아직은 학생들에게 그리 권장되지 않는다. 내 학창시절, 학교에서 소설을 읽으면 공부 안 하고 쓸데없는 짓 한다고 야단을 맞았다. 야단 맞는 정도가 아니라 책은 압수 당하고, 지금은 거의(?-완전히라고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라진 체벌까지도 당해야 했는데, 아마 지금 학생들 중 대다수는 영화를 본다고 하면 공부 안 하고 이상한 짓 한다고 야단맞지 않을까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공부 하면 대학입시로 수렴된다. 모든 공부는 대학으로, 대학 입학과 관련 없는 공부는 - 사실 대학 입학과 관련 없는 공부가 어디 있겠는가? '수시'라는 제도는 각자 능력있는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 아니겠는가. 다만, 이것이 또 변질돼서 문제지 - 이상한 짓, 딴 짓, 공부에 방해가 되는 짓으로 치부된다.
아직도... 참... 그러니 세계적인 감독이 나와도, 세계적인 배우가 나와도, 여전히 우리는 '헐리우드 키드'를 벗어나지 못하게 미국 헐리우드 중심의 영화를 주로 접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영화가 전부가 아님에도, 다른 영화를 만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학창시절에는.
그래서 이 책은 참 반갑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고전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내용. 실제로 그렇게 한 결과를 가지고 책을 냈다고 하니, 공부라는 개념이 대학 입시를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너무도 반갑다.
또한 이 책은 요즘 영화도 이야기하고, 또 함께 보기도 하지만, 기초부터 시작해서 좋다. 고전영화, 물론 고전영화라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고, 꼭 고전영화부터 봐야 할 이유도 없지만, 그럼에도 요즘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 고전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역사, 영화의 기법, 영화 감독, 영화 음악 등등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좋다.
영화를 본다고 표현하지 않고 읽는다고 표현한 것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이겠다. 기초가 탄탄하면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더 깊고 넓게 감상할 수 있다. 본다는 말과 읽는다는 말이 합쳐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기초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영화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또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감독과 영화는 무엇인지, 우리나라 예전 영화는 어땠는지 등등을 엄마와 아들이 함께 보본 결과, 또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한 결과를 책으로 엮어냈으니, 우리는 이 책을 읽어가면서 고전영화의 세계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고전영화 읽기라는 제목에 걸맞게 헐리우드에 편중되지 않아 좋다. 세계 여러나라의 영화를 골고루 다뤄주고 있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좋은 책이다.
너무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아서 청소년들이 읽기에 좋다. 영화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라면 자신이 그동안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했던 것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을 것이고, 고전영화라면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옛날, 그것도 지금은 보지 않아도 될 잊어야 할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그렇지 않음을, 고전영화를 통해서 재미도 느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영화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문학과 마찬가지로 영화 역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폭을 확장해주는 역할을 하니, 이 책을 통해 많은 영화를 만나고, 또 자신의 경험도 넓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덧글
읽다보니, 우리나라 영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년도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있을 수 없는 년도가 나와 버려서... 이 부분은 수정해야 할 듯하다.
71쪽. 우리나라 영화 전래 시기는 대략 1897년에서 1903년으로 본다. 1897년 소설가이며 영화감독인 심훈이 신문에 글을 쓴 것과... 로 되어 있는데...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심훈이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상록수]를 쓴 심훈일테고, 그는 1901년에 태어나서 1936년에 세상을 떴으니, 그런 심훈이 1897년에 신문에 글을 쓸 수가 없다. 이 부분은 알 수가 없으니, 찾아서 수정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