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 페미니즘의 관점
김동진 외 지음, 김동진 기획 / 학이시습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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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우리나라를 흔들었던 사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N번방 사건이었다. 우리가 흔히 너무나 많아서 숫자를 붙이기 힘들 때 알파벳 N을 쓴다. 가령 몇 사람이 동등하게 나눌 때 사람 숫자가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1/N'하자라고 이야기 한다. 이 N이라는 말이 나오면 그래서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어느 누구라고 꼭 정하지 않더라도 흔하게 하는 일에 참가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하게 된다.


N번방, 마찬가지다. 1번방, 2번방이 아니라 N번방이다. 그만큼 방이 많아졌다는 뜻이겠다. 방이 많아졌다를 다른 말로 하면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단속되지 않도록 방을 바꾸면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뜻이다. 범죄인 줄 알면서도 안 걸린다고 방을 만들면서 큰소리를 친 사람이 있었고, 그 큰소리를 믿고, 안 걸릴 줄 알고 참여한 사람도 있고, 그것이 범죄라고 생각하지도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가 된 이후에 N번방을 만들거나 적극 참여한 사람들이 체포되고, 입건이 되면서 그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적어도 그 사실만은 깨닫게 되었다. 나는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자신도 그 범죄에 가담한 사람임을 자각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사실 N번방이라는 말보다는 성착취범죄방이라고 하는 편이 사람들에게 더 조심하게 하는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 않게, 그것이 범죄임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표현을 언론이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단지 언론에서만 그렇게 하면 되나? 아니다. 끊이지 않고 나오는 성폭력 사건들을 보라. 그것도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니, 이것은 특정한 못된 범죄자들만이 저지르는 일이 아니다. 또 이렇게 이야기하면 선량한 사람들을, 특히 남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고 비비판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N번방 사건과 같은 일이 특정한 못된 흉악한 범죄자만이 저지르는 일이 아니라는 말은 그러한 문화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으며, 그것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지니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예전 소설에서 남자들이 군대에 가기 전에 무슨 통과의례처럼 사창가에 가는 일들이 너무도 흔하게 나타났다. 또 여자들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 행동들도 무척 많이 나타났고. 그런 모습들이 소설에 많이 나타났다는 것은 여성들의 성을 착취하는 행위가 일종의 관습처럼, 남자들 세계로 전해 내려왔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가 잘 아는 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보라. 여기에 선녀의 인권은, 자기결정권은 어디에 있는가? 자, 나는 나무꾼이 아니라고? 그렇담 생각해 보자. 나무꾼이 당당하게 선녀와 살 수 있었던 것은 그 마을에서도 그런 행동이 용인되었다는 얘기다. 그러니 나무꾼이 아니라고 나는 선녀의 그 일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지 말라고 하기 전에, 우리 사회에 어떤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지를... 어쩌면 너무도 익숙해서 문제의식을 지니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를. 그래서 우리는 불편해져야 한다. 자신을 돌아봐야 하니까. 자신의 행동을 생각해 봐야 하니까. 그리고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할지 고민해야 하니까. 적어도 이 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N번방이 우리에게 지닌 의미를.


그래서 이 책은 유치원부터, 초-중-고-대, 그리고 성인까지를 아우르면서 성평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계기는 N번방이지만 우리 사회가 여성을 보는 관점과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N번방은 그야말로 또 다른 방을 불러오는 N번방일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매우 힘든 일임을 각 분야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사람, 그들 말대로 하면 '한 줌밖에 안 되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사회는 조금씩 변해간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신과 관계 있는 분야의 대담, 글을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주욱 읽어가는 것도 좋다. 왜냐하면 '유-초-중-고-대-사회'에서 노력하는 모습, 어떻게 해왔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분야가 있지만, 거기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내가 살아온 날들도 있고, 나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 살아온 또는 살아갈 날들도 있고, 여러 사람이 관계되는 장소, 공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한 분야에서만 바뀌어서는 안 된다. 여러 분야에서 이런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 결실을 맺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 그 상대방의 연령, 학력, 성별, 경제적 상황, 신체 등등에 따라서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 그러나 나와는 다른 사람, 그래서 더 존중해야 할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


존중은 다름에서 나온다. 나에게 속한 사람이 아니라 나와 다른, 독립된 존재임을, 나와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할 사람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부터 한다면 상대를 짓누르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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