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멀리 뛰기 - 이병률 대화집
이병률.윤동희 지음 / 북노마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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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알지 못한다.

단지 그의 시집 두 권을 읽었을 뿐.

그의 시를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마음에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느낌만 지니고 있을 뿐.

두 권의 시집을 읽고 다시 그 시집을 펼쳐 보아도 비슷한 시에서 눈길이 멈춘다.

마음이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나 보다.

아직은 이병률 시집을 다시 펼칠 때가 아닌가 보다.

대화집을 읽었다.

이병률이란 시인,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울림소리들이 반복되는, 무언가 그 이름을 부르면 울림이 느껴진다.

어던 종교에서 '옴'이라는 말만 외워도 좋다는 말을 본 것 같은데, 그렇게 '옴, 옴, 옴' 하다보면 마음에 어떤 울림이 생긴다.

마음에 파장이 생긴다.

그 파장이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이병률. 마찬가지다. 울림소리. 소리가 몸을 울리고 마음을 울린다.

시인 이름이 시란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이병률 시인하면 알지도 못하면서 축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의 시에서 받았던 인상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 이름에서 연상이 되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축축하다는 표현이 무겁다면 촉촉하다는 느낌.

젖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화집을 읽으니 이병률 시인이 술을 좋아한다고 한다.

허, 역시 젖어 있군. 하는 생각을 한다.

술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좋아한다.

젖어 있다. 사람 몸의 70% 이상이 물이라고 하니, 젖어 있는 것이 맞다.

젖어 있음, 물이다. 그런데 그의 시집 제목은 '바람의 사생활'이다. 바람, 불. 물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하지만 대칭이다. 물과 불은 함께 존재해야 한다.

그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 이 대화집에 자주 나온다. 세계 곳곳을, 생각나면 훌쩍 떠났다고 한다.

낯선 곳에서 자신을 만나는 것. 여행의 묘미다.

그런데 대화집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통해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런 자신을 남에게 다시 드러내 보인다.

대화 상대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또 대화 상대라는 사진사를 통해 자신을 내보이게 된다.

대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 사진사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사진사가 포착하고 남기고 싶은 것을 찍어 사진으로 남기듯이, 대화자도 대화를 통해 남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을 끌어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최소한 대화자는 시인 이병률이 함께 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읽어가면 된다. 이 책은.

그러면 자연스레 젖어든다.

이병률이란 시인에 대해서, 그가 하는 이야기에.

'안으로 멀리 뛰기'다. 밖으로가 아니다.

안으로 멀리 뛰기가 얼마나 힘든가?

특히 요즘처럼 온통 밖으로만 뛰는 세상에서는 더 힘들다.

온갖 매체들이 밖으로 뛰기를 강요하고 있다.

강요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은 밖으로만 뛴다.

여기에 반해 이병률은 안으로 뛰어야 한다고, 그것도 멀리 뛰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필요한 시절이다.

적어도 밖으로 뛰는 만큼 안으로도 뛰어야 한다.

인생은 대칭 아니던가.

안으로 뛸 수 있는 사람,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사람.

이 대화집에 나온 말처럼 서랍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안으로 뛰어야 자신에게 서랍을 만들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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