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가시를 두른 고슴도치가 있다. 다른 존재의 접근을 막는 가시. 그러나 이 가시는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가지 못하게 한다.
소위 소년원이라는 곳에 있는 사람들. 사회에서 이미 밀리고 밀려 결국 그곳까지 온 아이들.
이들이 온몸에 두른 가시들. 밖으로 나 있는 가시에 자신들조차도 찔리고 있는 고슴도치들.
학교 밖 아이들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스스로 학교를 박차고 나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오기도 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음을.
그들이 학교 밖에서도 자신들의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해줘야 함을 생각하는데... 그냥 내몰기만 하지 말고.
소년범 돕는 일을 한다는 조호진이 쓴 시집이다. 소년원의 봄이라는 제목을 달고. 시집에는 단지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 이야기만이 아니라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도 있고, 또 그들을 외면하는 종교인들에 대한 시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그런 시들이다.
이 중에 고슴도치라는 시를 본다.
고슴도치
1만6천 개의
가시를 두른 것은
찌르려는 게 아니랍니다.
사랑한다고 다가와
불쌍하다며 다가와
하도 찌르고 따돌리고 놀려서
그만 당하려고 두른 가시랍니다.
제발 다가오지 마세요.
동정의 눈빛 좀 그만하세요.
안아주는 척하다 가버릴 거잖아요.
됐어요, 그냥 놔둬요
다가오면 찌를 거라고 씨팔.
접-근-금-지
조호진, 소년원의 봄. 삼인. 2015년. 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