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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한 걸음 더
한국역사연구회 지음 / 푸른역사 / 2018년 9월
평점 :
역사는 단지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학문이다. 그리고 현재에 과거와 미래를 불러오는 학문이다. 이렇게 현재에 과거와 미래를 중첩시키는 학문, 그것이 바로 역사다.
미래를 중첩시키기 위해서는 과거를 현재로 불러내야 한다. 과거를 시간의 흐름 속에 묻어두어서는 안 된다. 시간 속에서 잠자고 있던 과거를 깨워 다시 현재로 불러내는 일, 그래야만 미래를 살아갈 수가 있게 된다.
우리나라 역사, 기존 통설로 하면 역사시대가 5천 년 정도인데, 이 5천 년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있고, 거의 다 정리가 되어 있을 것 같지만, 역사교과서 논쟁과 같이 최근에 일어난 일도 정리가 되지 않고 있으니, 사료가 부족한 과거의 일에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한국역사연구회는 그래서 우리 역사에서 논의했으면 좋을 주제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현재부터 과거로 가는 편제를 통해, 현재를 살기 위해서 과거를 무시할 수 없음을 생각하게 한다.
기존의 통사처럼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것이 아니라 반대 순서로 엮은 것이 좋았고, 현재의 쟁점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데서 출발해 과거 역사 속에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것, 또 규명해야 할 것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좋다.
역사가 연구하면 할수록 더 많은 주제를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 다른 학문과 연계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기도 했고, 최근에 역사 연구에서 무엇을 쟁점으로 삼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기도 했다.
가령 이 책에 있는 내용 중에 조선시대 나온 문집의 형식 가운데 시가 빠지지 않고 있는데, 그 시를 문학작품으로보다는 일기로 보는 관점을 제시한 것이 새로운 점이었다. (오항녕, 시(詩), 버려두었던 일기)
예전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이나 행적을 간략하게 시로 표현했다는 것, 문집의 맨 앞에 시가 나오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을 잘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시였다는 것.
이렇게 그간 알지 못하고 있었던 점을 알게 해준 것, 그리고 이 책의 첫번째 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한국사 이후의 한국사) 역사가 다른 분야와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역사가 더 넓고 깊게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점이 역사가 학자들의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나와 같은 대중들에게도 다가와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근현대사, 조선사, 고려사, 그리고 고대사에서 아직도 완전히 연구되지 않은 쟁점들, 문제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제시해주고 있어서 역사란 분야에 아직도 발을 디디지 않은 분야가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한국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학자들은 어떤 점을 연구하려 하고 있는지를 알려면 이 책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