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厚顔無恥)

 

  낯짝이 너무도 두꺼워 도무지 부끄럼을 모르는 상태. 홍윤숙이 낸 열다섯 번째 시집이라고 한다. "지상의 그 집" 

 

  이 시집을 읽으며 이 단어를 모자처럼, 옷처럼, 화장처럼 제 몸에 달고 사는 몇몇 국회의원들이 생각났으니... 

 

  지상의 그 집은 우리가 살아가는 집이기도 하고, 지구이기도 하고, 그리고 우리 영혼이 깃들여 있는 몸이기도 하다. 그런 집이 낡아가고 서서히 무너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나이.

 

시인은 1925년에 태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시집이 나온 해는 2004년이니 시인 나이 80세다. 80생을 살아오면서 시인이 느꼈던 것, 이 시집에 잘 나타나 있다.

 

나이듦.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것. 시인은 2015년 지상의 집을 떠나 하늘의 집으로 떠났다. 그렇게 시세계에서도 떠났는데...

 

시인은 이 시집의 서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대의 아픔에 가슴 저려도 / 세상과 싸울 기개와 의지 없으니 / 시는 나 혼자 살아가는 나만의 놀이였다 / 다만 시에 의해 어지러운 세상 / 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보았으나 / 그 길은 번번이 멀고 험난하여 / 무시로 절벽에 부딪혀 무릎 꿇었다 (위난한 시대의 시인의 변 중 3연 중 일부. 12쪽)

 

이렇게 시인은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려 애썼다. 그것이 시의 힘이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 시를 읽으며 후안무치라는 말이 떠올랐으니...

 

요즘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몇몇 의원이 한 짓을 생각하면... 표현의 자유? 그건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혐오표현... 지독한 언어 폭력이다. 그것도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에서, 그런 말도 안되는 짓을 하고도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다니...

 

자기 당 의원이라고 감쌀 줄만 알지 질타할 줄 모르는 국회의원들이라니... 국민을 대변한다는 것 치고는 너무도 낯짝이 두껍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다.

 

도편추방제, 국민소환제

 

그리스 역사를 읽다가 이 제도가 머리 속에 계속 남았다. 악용된 경우도 있었지만, 권력자를 민중이 합법적으로 쫓아낼 수 있는 제도.

 

요즘말로 하면 국민소환쯤 되려나? 우리나라는 뽑을 권리(아마도 의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듯)는 있어도 쫓아낼 권리는 없으니... 한번 뽑히면 법에 걸리는 위법행위를 해 재판을 통해 실형을 받지 않는 한, 4년동안 무슨 짓을 해도 쫓겨나지 않으니...

 

어찌할 수가 없다. 이런 제도를, 적어도 국민소환제 정도는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법률 제정을 어디서 하지? 국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도 있는데, 선거제도 개혁도 못 하는 것들이, 자기들 족쇄를 마련할 리가 없지. 그러니 답답할 수밖에.

 

 두 그루 은행나무

 

두 그루 은행나무가

그 집 앞에 서 있습니다

때가 오니 한 그루는

순순히 물들어 황홀하게

지는 날 기다리는데

또 한 그루는 물들 기색도 없이

퍼렇게 서슬 진 미련 고집하고 있습니다

 

점잖게 물들어 순하게 지는 나무는

마음 조신함이 그윽해 보이고

퍼렇게 질려 아니다 아니다 떼를 쓰는 나무는

그 미련하게 옹이 진 마음 알 수는 있지만

 

웬지 일찍 물든 나무는 일찍

물리를 깨달은 현자처럼 그윽해 보이는데

혼자 물들지 못하고 찬바람에 떨고 섰는 나무는

철이 덜 든 아이처럼 딱해 보입니다

아마도 그 집 주인을 닮았나 봅니다

 

날마다 두 그루 나무가 마주 서서

서로 다른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그 집 앞 가을이 올해도 깊어 갑니다

 

홍윤숙, 지상의 그 집. 시와시학사. 2004년. 60-61쪽.

 

꼭 어느 정당을 떠올릴 필요는 없지만,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모 정당이 자꾸만 생각난다. 이 시를 읽으면.

 

'철이 덜 든 아이처럼 딱해보'였으면 그나마 동정이라고 하겠지만, '미련하게 옹이 진 마음'만 드러나고 있으니...

 

도편추방제, 국민소환제, 그런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끼게 하는 몇몇 국회의원의 행태... 그들을 감싸는 정당들.

 

나이들어 가면서 세상을 좀더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을 가진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에고, 이런 떨거질은 나이를 도대체 어디로 먹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드니.

 

그들이 헛소리 하기 전에 제발 좀 이런 시를 읽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지들이 선량(選良)이라고 하면... 선량(選良)이라니... 무슨 양식있고 훌륭한 사람으로 뽑혔다는 말을 쓰다니... 에고. 정신 못 차리는 은행나무 같은 그들을 어찌해야 할까.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선량(選良)'의 뜻풀이. 이런 뜻풀이나 국회의원들이 알고는 있을지...

 

선량 (選良)

「1」뛰어난 인물을 뽑음. 또는 그렇게 뽑힌 인물.

「2」법률‘국회 의원’을 달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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