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대로 매혹적이다. 눈에도 잘 들어오고, 마음으로도 깊게 들어온다. 사진과 시의 융합. 말 그대로 융합이다.
사실 디카시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시집을 보면서 디카시 이해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누구도 쉽게 시도하지는 않는 디카시라는 생각이 들고. 또 이제 시에도 새로운 형식이 생겨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단순히 사진과 시가 배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디카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를 떠올리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 그림이 그림만으로 유명해졌냐 하면 그것이 아니다. 세한도라는 아주 작은 그림에 수많은 글들이 붙어서 명작 '세한도'를 이룬다.
글과 그림이 완전히 융합한 상태. 그것이 바로 '세한도'다. 디카시를 이렇게 이해했다. '세한도'와 같은 형식의 시라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하고.
머리말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예전 그림이 글과 문자가 조화를 이룬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똑같지는 않겠지만. 머리말에서 이들은 디카시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디카시는 기존 시의 언어를 영상과 문자의 멀티언어로 지평을 넓힌 멀티언어 예술이다. 형태시처럼 문자에 사진을 보조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아니고, 포토포엠처럼 완성된 시에 사진을 덧붙이는 방식도 아니다. 디카시는 시인이 직접 자연이나 사물에서 감흥한 시적 형상을 찍고 쓰는 새로운 방식의 시이다.
그렇다. 디카시는 그냥 사진과 시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화학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사진은 시에 더 구체성을 부여해주고, 시는 사진의 마음을 글로 드러내 보인다. 그렇게 시와 사진이 하나로 합쳐진다. 이것이 디카시다.
많은 시들 중에서 아마도 디카시가 무엇인지, 디카시가 어떤 울림을 주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엄선한 작품들을 실은 시집이다. 그러니 디카시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은 이 시집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
디카시집을 읽으며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시들이 길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형상을 나타내는 사진이 있기 때문에, 이 사진에 들어 있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길어질 수가 없다. 또한 시상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전개할 수 있다. 그 점이 좋았다.
날로 무슨 말인지 모르는 시로 흘로가는 요즘 경향에서 디카시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느꼈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과 비교할 수 있다.
또한 나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고,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