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으로 문학상에 제정된 작가는 행복한 작가다. 적어도 자신을 기리는 후배 문인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 작가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문학계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든 소설이든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건 문학상을 지니게 된다. 그렇게 몇 안 되는 문학상 중에 '박재삼 문학상'이 있다.

 

  사실, 이 수상집을 보기 전까지는 있는지도 몰랐다. 박재삼만 알았지, 그를 기리는 문학상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정지용이나 이상, 김소월에 비하면 박재삼은 후대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후대에 속한 시인의 이름을 건 문학상이 있다니...

 

박재삼에게는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 이라는 시가 유명하다. 나 역시 그 시를 배웠고... 이런 그를 기리는 시집이니 그가 시도한 시적 성과를 어느 정도 이룬 시인에게 문학상이 주어진다고 하겠다.

 

첫회 수상자는 이시영이다. 짧은 시부터 사회 문제를 다룬 시까지 폭넓게 써온 시인이다. 그가 첫회 수상자로 선정된 것에 납득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수상자 말고도 다양한 시인들의 시가 실려 있다. 그리고 박재삼이 지냈던 사천에서 활동하는 시인들 가운데서 박재삼 사천문학상을 따로 수상하고 있다. 그 수상 시인의 자선 대표작이 실려 있어서 문학상이 전국에서도 또 시인이 활동했던 지역에서도 의미를 지니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수상집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집에서는 이홍섭의 '등대'라는 시를 소개한다. 이렇듯 삶은 무언가를 뒤에 남겨두고 가는 것. 그 뒤에 남겨진 것이 나를 안내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등대

 

나 후회하며 당신을 떠나네

 

후회도 사랑의 일부

후회도 사랑의 만장 같은 것

 

지친 배였다고 생각해주시게

불빛을 잘못 보고

낯선 항구에 들어선 배였다고 생각해 주시게

 

이제 떠나면

다시는 후회가 없을 터

등 뒤에서, 등 앞으로

당신의 불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눈먼 바다로 나아갈 터

 

후회도 사랑의 일부

후회도 사랑의 만장 같은 것이라

 

나 후회하며

어둠 속으로 나아가네

 

제1회 박재삼 문학상. 실천문학사. 2012년. (이홍섭, 등대 전문) 117-118쪽.

 

등대... 나를 인도하는 불빛. 그러나 나는 떠나야만 한다. 그렇게 떠나갈 때 불빛을 뒤로 하고 떠나갈 때.. 빛에서 어둠으로 나아갈 때... 후회가 밀려오겠지만, 후회도 곧 삶.

 

후회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후회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렇게 나아가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삶.

 

후회들을 무슨 만장처럼 거느리고, 뒤로 하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가 영원히 머무를 곳에 도달할 때까지... 그때까지 후회 속에서 머무르지 않으리라.

 

후회를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리라. 그것이 바로 인생이기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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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5 1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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