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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 소설을 둘러싼 일곱 가지 이야기 ㅣ 밀란 쿤데라 전집 13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10월
평점 :
소설이 무엇일까? 소설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느껴야 할까? 과연 여기에 대한 답이 있을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진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소설에 관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제목이 '커튼'이다. 커튼이 무엇인가? 가리는 것이다. 가리는데 뒤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가리는 것이다. 그래서 커튼은 뒤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커튼을 들추었을 때 나타나는 것, 그것은 다른 세상일 것이다. 그런 다른 세상을 다 보여주지 않고 커튼으로 가리면서 그 세계를 탐구하도록 하는 것.
그렇다면 소설은 바로 이것이다. 분명 무언가가 있다. 그 있는 것을 살짝 가리고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들춰보라고. 들춰서 뒤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그렇다. 커튼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소설이다.
우리의 삶. 그런 삶에 대해서 모두 아는 사람은 없다. 삶은 미지의 세계이고, 늘 변하는 세계이다. 고정되어 있지 않고 미리 만들어져 있지 않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소설은 종점이 아니라 종점에 도달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정류장이다.
정류장에 내릴 수도 있고, 잠시 머물다 떠날 수도 있다. 그만큼 소설은 우리에게 많은 정류장을 제공해주고 있다. 종점까지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정류장을 거쳐야 하는지...
그 정류장에서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다만, 쿤데라가 체코인이지만 프랑스인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책에 나오는 작품들이나 작가들이 거의 유럽의 작가들과 작품들이다.
그런 문화에 친숙하지 못하면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특히 그가 자주 언급하는 카프카에 대해서는 그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면 그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소설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을 하고 있으므로 이 책은 읽을 만하다.
커튼은 마냥 가리기만 해서는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없다. 커튼은 분명 뒤에 있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커튼을 젖히도록 해야만 한다. 젖혀지지 않는 커튼은 아무 의미가 없다.
커튼을 젖힐 수 있도록 하는 것, 소설은 바로 이런 커튼 역할을 한다. 소설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또는 가려져 있던 삶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일시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영속적인 소설을 통해서 자기 삶을 발견해나가도록 하는 것, 그것이 소설이 하는 역할이기도 하리라.
그렇게 하기 위해서 쿤데라는 커튼이라는 제목으로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자, 우리 앞에 커튼이 있다. 그 커튼 뒤에 무엇이 있을까? 한번 커튼을 젖혀보고 싶지 않은가.
커튼을 젖혀보도록 한다면 그 소설은 성공한 것이다. 우리 일상에 균열을 내는 것, 그 균열을 통해서 우리는 삶에 대해서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