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의 대화 -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새로 읽는 관계사 시리즈
김연철 지음 / 창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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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식이 쓴 "선을 넘어 생각한다"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박한식은 북한을 바라보는 12가지 편견에 대해서 사실에 기반해서 반박하고 있다면, 이 책은 남북간에 이루어진 대화를 역사적 순서대로 서술하고 있다.

 

분단이 된 직후부터 이야기하지 않고 전쟁이 끝난 다음부터 남북간에 어떤 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세계적인 정세와 함께 분석하고 있다. 이렇듯 과거를 분석하는 이유는 과거에 매달리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나를 따지자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앞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가자는 것, 그것은 대결 국면에서 평화 국면으로 전환하자는 것, 적대자에서 동반자 관계를 만들자는 것, 실질적인 섬나라에서 명실상부한 반도가 되자는 것, 그래서 우리가 평화를 배달하는 배달의 민족이 되자는 것이다.

 

이 책은 남북관계를 7개의 장으로 구분하고 있다.

 

전후(1950년대와 제네바 회담) -> 대결의 시대(1960년대 제한전쟁과 푸에블로호 사건) -> 대화가 있는 대결의 시대(1970년대와 7·4남북공동성명) -> 합의의 시대(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 공백의 5년(김영삼 정부의 남북관계) -> 접촉의 시대(두번의 남북 정상회담) -> 제재의 시대(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이 책은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이루어진 일은 다루지 않고 있다. 책이 지닌 한계이리라. 이 책이 출판된 것이 2018년 1월이니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화가 막 이루어지기 시작한 때다. 그 뒤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결성이 되어 감동을 주었고,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졌으며(그것도 두 번이나),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루어졌다. 아마 증보판이 나온다면 '평화의 시대'라는 장이 하나 추가되지 않을까 한다.

 

남북 관계, 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평화 분위기로 전환되었기에, 이 책에서 짚어온 남북 대화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우리가 안정적으로 생활을 하던 때가 언제인가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어떤 상태를 추구해야 하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남북이 긴장관계, 대결관계에 있을 때 과연 우리 삶이 편안했던가. 안보를 자신들의 정권 유지에 이용한 집단들 때문에 우리는 불안에 휩싸인 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반면에 남북이 서로 대화를 하는 국면에서는 갈등이 있더라도 곧 해결될 것이라는 안정감을 지니지 않았던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대화를 하고 있는 국면이기에 혹 북한과 갈등이 일어나더라도 잘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사라져가고 있고. 이런 사라짐은 다른 분야에서 우리를 더 힘내게 한다.

 

따라서 지금 청년들은 안보 불안에 떨지 않는다. 이들은 적어도 남북관계에서만은 밝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이들 청년, 청소년들은 통일에 대해서도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통일은 정치적 의미보다는 자신 생활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다.

 

"기차 타고 유럽 가자!"

 

얼마나 발랄한가. 이게 바로 통일이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미래 세대에게는 우리나라가 섬나라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안보를 핑계 삼아 정권 유지를 할 집단들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때, 그런 때가 바로 통일을 바라보게 되는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으로 무거웠던, 통일 하면 무언가 어려운 난제라고 생각했던 과거가 있었음을, 지금 이렇게 밝은 분위기로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대화들이 오고가고, 멈추었다 다시 시작하고를 반복했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책이 시중에 나와 대중들이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사회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북한 잘못으로 몰아가던 책들에서, 이제는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책들이 나왔으니 말이다.

 

이제 시작이다. 남북 평화 시대는. 제재의 시대를 넘어 다시 접촉, 상생의 시대, 평화의 시대로 가고 있다. 그렇다. 제재의 시대, 보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해서, 그 때 이룬 남북관계 성과들을 묻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유산은 상호불신밖에 없었다.

 

이 유산을 청산하고 다시 대화, 평화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제재의 시대에 멈추었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철도 연결 사업, 각종 문화 교류, 이산가족 상봉 등 다양한 활동들이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군사적 긴장도 다시 확성기가 철거되고 장성급 회담이 진행되는 등 완화되고 있으니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보수-진보-보수-진보 정권을 거치면서 충분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운 점도 많다. 그러니 상생, 평화, 동반자 시대로 남북이 접어들 때도 되었다. 그 열쇠를 주변 강대국들에게 맡기지 말아야 한다.

 

열쇠는 바로 우리가 쥐어야 한다. 그 열쇠로 전쟁으로 인해 막힌 자물쇠를 열어야 한다. 물론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이 한번에 열 수는 없다. 자물쇠가 많이 녹슬어 있을 테니. 천천히 계속 열쇠로 열려는 노력을 하면 자물쇠는 열린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점은 한번에 자물쇠가 안 열린다고 포기하지 않는 자세다. 열쇠를 잃어버리지 않게 꼭 쥐고 계속 여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자물쇠는 열린다. 우리에게 평화의 시대가 펼쳐진다.

 

이렇게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꾸준히 노력할 때 우리 미래세대들은 기차 타고 유럽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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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09: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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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1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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