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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수업 (양장) -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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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없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지 않은 것 뿐이라는 말은 재능때문에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듯. 의식과 무의식의 결합, 무의식을 어떻게 의식으로 불러낼 것인가, 결코 쉽지 않은 일.
아주 작은 불만은 번역. 고전이고 널리 읽혀 유용한 책이어서 더욱 우리 말법에 맞는 번역이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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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어루만지다
김사인 엮음, 김정욱 사진 / 비(도서출판b)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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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쓴 글은 여럿이다.

시를 읽고 쓴 글의 소용은 새로운 시를 만나는 것, 시를 보는 새로운 눈을 만나는 데 있다.

김사인이 읽은 시는 56편이지만 그가 읽은 시집은 못잡아도 56권이다.

56권의 시집에서 56편의 시가 다시 부름을 받은 것이다.

비교적 짧은 감상의 글이지만 그 글 속에 녹아있는 것은 한 권의 시집이며, 한 사람의 시인에 대한 시 읽기인 것이다.

김사인의 독법대로 한 편 한 편 섬기는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내가 읽은 느낌을 잊어버리기 전에 김사인이 어루만진 시의 느낌과 섞어 읽는다.

대부분은 김사인이 읽은 느낌에 압도되어 내가 읽은 시의 느낌은 한순간에 사라지지만 어느 순간, 내가 시를 읽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김사인의 글 또한 시적인 것이어서 시를 읽는 감각으로 읽게 된다.

서로 다른 시인의 시들이 모여 한 권의 시집이 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이 책에 실린 시들은 낯선 시들이 모여 한 식구가 되었다.

시는 설명하는 대신 어루만졌을 때의 그 느낌으로 읽는 것이리라.

시도, 시에 대해 쓴 글도 모두 어루만지게 되는데 그 느낌이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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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이야기밥을 먹는다 -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이재복의 옛이야기 교육서
이재복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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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혹은 옛이야기가 아동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원종찬의 말을 기억한다. 그가 내세운 근거는 근대 이전에는 아동기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당연히 그들을 위한 문학, 혹은 이야기가 따로 없었다는 것.

 

그럼에도 이 책은 옛이야기, 혹은 신화가 아이들에게 유용하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옛이야기나 신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상징하는 것이다.

옛이야기나 신화가 지금도 읽히는 것은 이야기나 신화가 담고 있는 상징 때문이다. 그 상징은 한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힘과 같다. 아이들은 옛이야기를 통해 감성을 배우고, 옳고 그름을 알며 지혜를 배운다.

 

저자가 옛이야기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꿈이다. 꿈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가, 꿈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해석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꿈이 옛이야기가 되고, 옛이야기는 꿈이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대신 하는 것으로 발전한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아이들이 꾸는 꿈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다. 꿈이 그 아이의 심리상태나 현재 상태를 알려주는 메시지라는 것. 독자가 무의식이나 꿈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옛이야기나 신화는 옛 사람들의 내면을 드러내 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일종의 경전과 같은 의미가 있다(134). 이것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올 수 있는 것은 이것이 말문학이기 때문이다. 말문학이 갖고 있는 주술적인 힘이 있어서 가능하다.

옛이야기나 신화가 글문학이 아니라 말문학이라는 것은 중요한 차이다. 지금 다시 만들어 지는 이야기가 글문학이 아니라 말문학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책이 현실적으로 나에게 유용했던 것은 을 적어보는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꿈을 적어보고 앞뒤 문맥이 통하지 않는 미완성 꿈이 갖는 의미를 해석해 보는 일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이렇게 꿈을 적어보고 나름대로 해석을 하다보니 옛이야기의 환상성이나 신화의 비현실성이 이해가 된다. 나처럼 판타지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이 작업이 효과가 있다.

판타지는 상징이라고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꿈을 적어보고 해석하고 생각하다보면 그 말에 동의하게 된다. 나로서는 판타지에 대해 갖고 있던 이질감을 약간이나마 벗어낼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다.

 

옛이야기는 그것이 담고 있는 상징, 혹은 의미 해석이 중요하다. 옛이야기를 즐겼던 층은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유통시키고 얻고자 했던 것이 이야기를 즐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이야기 하나가 단순히 재미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유통 된 것이 아니라는 것.

옛이야기와 같은 내면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내는 환상적인 이야기는 사실의 세계가 아니라,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내는 진실의 세계를 드러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인과관계의 합리적인 사실성보다는 인물들이 드러내는 욕망(행동의 세계관)의 진실성에 더 무게 중심이 두어질 수 밖에 없는 거지요.”(206)

 

이불을 뒤집어 쓰고 덮었다 벗었다 하면서 보았던 전설의 고향이 떠오른다. 마지막 해설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 이야기가 하고자 했던 뜻이 정리되고는 했다.

그렇게라도 이야기가 전승되었는데, 지금은 말문학으로서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무릎 배고 옛날 얘기해달라고 할 할머니도 없다. 글은 많아졌는데 이야기로서의 말은 부쩍부쩍 줄어들고 있다.

앞 세대가 뒷 세대에게 전해 줄 말이 없다는 것이다. 해줄 말이 없다고 생각하니 이것도 문제구나 싶다. 줄어든 이야기의 시간과 공간을 무엇이 채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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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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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을 읽기로 한 것은 순전히 그가 제2의 김현으로 불린다는 말 때문이다.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도 없다. 김현이 누구인가. 지금은 너무 멀리 떠나와 도대체 내가 잠시 그 언저리에서 애면글면 짝사랑을 했던 적이 있기나 했었나 싶지만 돌아보니 내가 거기 있었던 게 맞다. 김현의 글들을 읽으면서 나는 시를 읽고 소설을 읽으면서 평론을 읽었다. 읽으며 감동하고 그의 말들이 좋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좋다좋다 하면서 다녔다. 평론은 확실히 문학이었다. 

신형철의 책 두 권 <몰락의 에티카>, <느낌의 공동체> 두 권을 부리나케 주문을 하고 설레며 기다린다. 느낌의 공동체를 먼저 읽는다. 따끈한 신간이기도 하거니와 좀 가벼운 글들이라니, 우선 느낌의 공동체를 먼저! 

내 글읽기가 이젠 후지고 뒤떨어져 평론이 재미가 없어진 줄 알았다. 신형철에게 감사를 전한다. 여전히 평론은 재미있고 또 시가 여전히 읽을만 한 것이었다. 소낙비처럼 시의 세례를 받으며 결국 또 다른 시집을 주문한다.  

그는 참 깨끗하고 단정하며 착한 사람일 것 같다. 그가 읽고 말해주는 시들은 한결같이 좋은 시들인 것 같고 그 작품을 내는 시인들이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가 발견해낸 느낌들이 좋다. 물론 깊이가 아득해서 미처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공부도 많이 한 것 같다. 깊은 눈을 가진 평론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 깊이에서 길어올리는 글들 또한 매력적이다.  

3부의 글들은 짧아서 담아 낼 이야기를 충분히 못한 것 같아서 상대적으로 덜 재미있었지만 시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좋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거나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열씸히' 반응하고, 화내는 모습이 외로 꼬나보는 시선 보다는 좋다.  

물론 내가 좋다, 어떻다 할 만한 그가 아니다. 그의 글들 대부분은 질투가 날 만큼 빼어나다. 사유와 표현 모두.  

그 덕분에 잊고 있던 시를 다시 생각하고 또 읽을 거리가 생겨서 기쁘다.  

이 책은 평론집 이름으로 나온 게 아니다. 산문집으로 나왔다. 이제 그의 평론을 읽으려고 한다. 좀 어려워서 겁이 나지만 (꼭 이런 걸 읽어야 하나? 내가? 그래! 누가 뭐라든!) 나도 가끔은 이런 지적 사치를 부려보고 싶다. 비평이 문학이라는 것을 다시 보는 일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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