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르 사전을 읽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하자르 사전은 말 그대로 사전식 소설이다. 주요 등장인물이 사전식으로 나열되어 있고, 우리는 마음 내키는대로 원하는 사람부터 읽을 수 있다. 나는 당연히 하자르 사건의 주인공 격인 '아테 공주'를 먼저 읽었다. 읽다가 다른 사람들도 조금씩 읽어 보았고, 부록에 중요인물인 니콜스키 신부가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은 다양한 정보를 어떤 식으로 먼저 접하느냐에 따라 소설을 완성해가는 방식이 달라지는 소설이다. 산을 오르는 다양한 방법이 있듯이. 그러나 정상에 도달하면 어떤 방법으로 왔든지 서로 만나게 되는 것처럼 소설을 다 읽고나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만나게 된다. 나는 부록의 니콜스키 신부를 읽으면서 좀더 그를 이해하기 위해 '지도'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부록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1.페치
테옥티스트 니콜스키 신부는 깜깜한 어둠으로 뒤덮인 폴란드 어느 지방에서 페치의 주교 차르노예비치 아르센 3세에게 마지막 고해의 글을 쓰고 있었다. p. 407
시대는 17,18세기이다. 지도에서 페치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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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치는 로마제국 시절에는 '소피아나이'라고 불렸으며, 중세 시절에는 다섯 개의 교회라는 뜻의 '큉케에 클레시아이'로 불리며 발칸반도와의 교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고 크고 작은 성당이 들어섰다. 이후 16세기 오스만투르크 시절엔 투르크가 오스트리아를 치러가는 틈바구니에 끼어 투르크의 지배를 받았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페치에는 로마, 켈트, 무어, 투르크족의 문화까지 여러 문화가 혼재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으로선 '유럽의 문화도시'로 지정될 정도로 그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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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지도보기는 이스탄불이 있는 터키에서부터 출발해보자. 불가리아를 지나 루마니아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와 접하고 있는 윗부분의 땅이 헝가리이다. 폴란드는 헝가리 위 슬로바키아 위에 위치한다. 저 폴란드 어디쯤에서 아래쪽으로 한참을 내려온 헝가리, 그 헝가리에서도 남단에 있는 페치의 주교에게 테옥티스트 니콜스키 신부는 과연 어떤 내용의 고해를 하는걸까. 지도를 보고 분위기를 잡으면서 책을 읽어보자.
역시나 고해의 시작은 '탄생'에서부터이다. 니콜스키 신부는 자신이 성 요한 수도원 인근의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자라서 성 요한 수도원에 들어갔고 필경사가 되었다. 왠지 <장미의 이름>이 살짝 연상되는 분위기다 그러던 어느 날,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니콜라스 수도원에 새로운 필경사가 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필경사의 이름은 니콘 세바스트. 니콜스키는 세바스트를 만나고 나서 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천형처럼 지고 살고 있던 질병 아닌 질병이 잠시 '사라'지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평생을 짊어지던 것이 일시에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면 누구나 왕성한 호기심이 일지 않겠나. 니콜스키는 그즈음에 필사를 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사고까지 쳤다. 코리시아의 성 페테르 전기의 필사를 부탁받고선 5일동안 단식했던 성 페테르의 단식 날짜를 50일로 과감하게 바꾸는 불경을 저지른 것이다. 필사를 부탁했던 수도사 론진은 필사본을 받자마자 단식을 시작했고 51일이 되는 날에 론진은 성 수태고지 수도원에 묻혔다. 충격을 받은 니콜스키 신부는 속죄의 의미로 세바스트 밑에서 일을 하기로 했고 이후 여러 해동안 니콜스키 신부는 니콜라스 수도원에 기거하게 된다.
2. 모라바 강
니콜라스 수도원으로 가는 길은 모라바 강을 따라 나 있었는데, 길 한쪽에는 가파른 둑이, 다른 쪽에는 강물이 있었습니다. 수도원으로 가는 길을 하나뿐이었으므로 적어도 장화나 말발굽은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이렇게 진흙이 묻은 장화를 보고 방문객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단번에 알아보았습니다. 바다에서 왔는지 혹은 루드니크 산에서 왔는지. p 410
세르비아를 관통하는 강은 크게 4개다. 위에서 내려오는 두 강이 왼쪽이 다뉴브강, 오른쪽이 티서강이 있고 왼쪽에서 옆으로 들어오는 강이 사바강,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강이 모라바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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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서 세르비아로 내려오는 강 중 왼쪽 강이 다뉴브(도나우) 강이고, 오른쪽 강이 티서강이다. 슬로베니아에서 발원해서 크로아티아를 지나 세르비아로 들어와 베오그라드에서 다뉴브강과 합류하는 강은 사바강이며, 사바강의 지류로는 드라바(드리나)강이 있다. 모라바강은 마케도니아의 스코페에서 발원하여 북류해 세르비아를 흐르며 베오그라드의 약간 하류에서 다뉴브와 합류한다. 루드니크 산은 세르비아의 중부에 위치한 산으로 그루자강(http://100.naver.com/100.nhn?docid=855555) 의 발원지이다.
세르비아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 세르비아의 수도는 베오그라드이며 2개의 자치주를 가지고 있다. 위쪽의 노비 사드는 헝가리인 다수의 보이보디나 자치주의 주도이며, 아래쪽의 프리슈티나는 알바니아인 다수의 코소보 자치주의 주도이다. 보이보디나가 있는 북헝가리는 다뉴브 강이 흐르는 비옥한 평야지대이고, 중부와 남부 헝가리는 알프스 산맥과 발칸 산맥으로 둘러싸인 석회암 지대로 높은 고지와 산으로 되어 있다.
세르비아의 지역적 특징은 영토가 유럽을 가로지르듯이 향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세르비아의 강가와 계곡을 지나 형성된 국제적인 도로와 철로들은 한쪽으로는 서부와 중부유럽을 또 다른 쪽으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지역을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등 지리적인 중요성을 안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러한 도로와 철로들은 모라바(Morava)강의 계곡 길을 따르다가 니쉬 근처에서 두 갈래로 나뉘게 된다. 그 중 한 갈래는 남쪽 모라바강과 마케도니아의 바르다르(Vardar) 강에서 그리스의 데살로니카로 이어지며, 또 다른 한 갈래는 사바(Sava)강에서 불가리아의 소피아와 터키의 이스탄불로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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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수도원에서 몇 년을 보낸 후 둘은 황제의 도시 빈으로 떠나게 된다. 그들이 빈으로 떠난 건 정해진 수순이었을까. 그들은 그곳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갖게 되는데 바로 브란코비치 가문의 아브람 브란코비치를 만나게 된다. 하자르 사전에 얽힌 여러 사건들을 접하면서 니콜스키는 역시나 자신의 천형인 '사진찍기 기억력'을 이용하게 된다. 이미 그리스어, 아랍어로 된 하자르 사전을 암기한 니콜스키는 히브리어로 된 하자르 사전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다뉴브 강의 전투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흘린 종이뭉치를 줍게 된다. 물론 그 종이는 히브리어로 쓰여져 있었다. 니콜스키는 종이를 주워 강 건너 왈라키아의 델스키 수도원으로 들어가서 마찬가지로 암기를 했으며, 폴란드로 건너가 출판업자를 찾았다. 다우브마누스 라는 이름의 출판업자에게 구술자로서 암기했던 사전의 내용을 모두 풀어놓은 뒤 그는 맨처음 장소에서 지금까지의 일들을 고해 성사 형식으로 적어 내려간다.
3. 빈
4. 왈라키아
왈라키아는 아래 그림처럼 진한 오렌지색 땅을 말하며 바깥의 실선은 루마니아이다. 그러니까 왈라키아는 현재 루마니아의 남부를 의미한다. 왈라키아는 고대 다키아의 일부였으며 2세기 경에는 로마제국의 식민이었고, 6세기 경에는 이주해온 슬라브인을 받아들여 원주민과 혼혈되었다. 이후 14세기에 왈라키아 공국을 세워 마자르인의 지배를 벗어났으나 16세기 투르크의 지배을 다시 받았으며 18세기는 러시아, 투르크 전쟁으로 러시아에 종종 점령되기도 했다. 이후 독립하면서 1861년에 국호를 루마니아로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