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하와 함께 한 책들

 

1. 랄랄라 하우스 : 마음산책/2005 : 개정판/  2012

 

 

 

 

 

 

 

 

 

 

 

 

 

<랄랄라 하우스>의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아~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의 형식을 종이 위에 펼쳐 보여 주었던 그 책'이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그 책 속에 고양이 이야기가 나왔던 것같은데...

맞다, <랄랄라 하우스>의 시작은 방울이와 깐돌이의 입양 소식이었다.

       

 작가의 아내는 친구가 1주일만 봐달라고 길고양이를 데려 오게 된다. 

정에 약한 그들은 이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는데, 고양이 이름이 방울이다. 그리고  약 6개월 후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비에 흠뻑 젖은 검은 털뭉치 깐돌이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방울이와 깐돌이의 이야기가 이 책의 시작이었다.

 

작가는 개정판의 '책을 내면서' 통해서 방울이가 2011년 봄에 퇴행성 뇌잘환이 악화되면서 신체기능이 정지되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해외에 거주하기에 방울이의  죽음을 함께 하지는 못했다는 말과 함께.

그러고 보면 내가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읽었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2009>에서도 그가 시칠리아에서 머물면서 길고양이를 돌보았던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책은 잘 나가던 작가가 자신의 일상을 훌훌 털어 버리고 유랑길(?)에서 이야기를 담았던 책인데,  외로움이 물씬 풍기는 작가의 내면 세계를 엿 볼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개정판인 <랄랄라 하우스>를 펼쳐든다.

 그런데, 독특했던 구판의 미니홈피 형식의 콘셉트는 개정판에서는 볼 수가 없다. 

구판에서는 미니홈피의 낯익은 폴더가 특색이라면 특색이었는데,

 Free Talk , 사진책, 방명록, 그리고 댓글까지.

free talk는 3부분으로 '방울이와 깐돌이' , '길 위에서' , '문학 앞에서' 로 분류되어 있었다. 

 

 

 

   (2005년 출간된 구판 '랄랄라 하우스'의 책 내용 중에서)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작가의 선곡'까지 있어서 미니홈피의 음악 설정을 보는 것 같았다.

마치 랜덤을 타고 남의 미니홈피를 엿 보는 것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젊은 작가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는데, 이런 모든 콘셉트가 사라지고, 책 속의 글들은 꼭지마다 지름 약 1cm의 작은 원에 사진이나 그림이  담겨 있다. 

 2005년에 이 책이 출간될 당시의 책과는 변화가 있는 것이다. 

그당시에 인기있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이제는 철 지난 해수욕장같다고나 할까.

트위터로, 페이스북으로 이동을 하였으니...

책장을 넘기면서 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생각이 나기도 하고, 전혀 읽지 않은 내용의 글들도 보인다. 개정판을 내면서 새로운 글이 추가되었다고는 하나,  기억이란 한계가 있어서 전에 읽었던 내용들의 상당수는 그동안 망각의 흐름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어떤 글은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허무맹랑한 망상의 이야기들도 있지만, 역시 작가의 글은 지적이면서도 재치가 넘쳐 흐른다.

책 속의 내용 중에는 이 이야기가 어떤 소설의 한 부분으로 변하기도 했음을 느끼게 한다.

'썰렁한 대화' (p 76)라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는 정말 리얼하다. 이런 경우 각 가정에서 허다한 일일텐데, 그 광경 자체가 썰렁하면서도 소통이 단절된 우리네 가정의 모습인 것만 같다

      

개화기와 해방후에 많이 나온 번안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외국 문학 작품을 줄거리, 사건은 그대로 두고 인물, 장소, 풍속 등 만을 자기 나라 것으로 바꾸어서 쓰는 문학 작품을 일컫는 것이 번안 작품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일본판 번안 작품은 '암굴왕'이다. 우리나라판으로는 '해왕성'이다.

어릴적에 '암굴왕'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아직도 그 내용의 일부는 기억이 난다. 그때는 '암굴왕'이 우리나라 작품인 줄만 알았는데, 일본 번안 작품명인 것이다.

그것 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 그러나 무엇보다도 압권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이다. 임꺽정의 저자인 벽초 홍명희가 이 책을 번역하였는데, 순수한 우리말로 된 그 제목은 다음과 같다.

<너 참 불상타>"  (p. 115)

책을 읽다가  '빠~ 앙' 터진다.

김훈 작가가 원고를 쓸 때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 그리고 또 다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

작가가 만난 세계적인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

글쓰기 뿐만아니라, 여행, 영화, 사진, 그리고 그림까지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그가 쓴 글은 폭넓은 지식과 상식과 잡식이 모두 겸비되어 있다.

그의 소설인 <검은꽃>을 쓰게 된 동기와 과정, 그리고 취재를 위해 간 여행에서의 이야기.

참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가 이우일과 함께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라는 책을 낼 정도로 영화에도 관심이 많으니. 책 속에는 영화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함께 살펴 보기도 하고,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그리고 왕가위의 사랑 삼부작이라고 하는 <아비정전>, <화양연화>, <2046>을 함께 분석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책을 처음  쓸 당시인 2005년과는 세월이 많이 흘렀기에 그때의 이야기를 지금 읽으니까 다소 어색한 이야기들도 있다.

    

 '낭독의 발견'이란 내용중에 독일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갔을 때의 이야기를 담아 내용이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신간을 출간하게 되면 강연을 주로 하게 되는데, 그당시에 이미 외국에서는 작가들이자신의 작품의 일부를 낭독하는 행사가 많이 열렸다고 한다. 그런 행사를 접하고 그는 이 책 속에,

" 자기 책을 조용히 읽는 작가와 그것을 귀여겨 듣는 독자의 만남을 기대해 본다." (p 225)라고 써 놓았는데,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작가들이 독자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는 낭독회, 음악과 함께 하는 북 콘서트 등이 많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김영하의 작품만을 골라 읽던 때도 있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검은꽃>은 아직 읽지를 못했다.

이제는 그의 책이 나올 때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즐겨 읽게 되는데, 그래도 빠트린 책이 있는 것이다.

<여행자 2007 하이델베르크>처럼 한 권의 책에 에세이, 사진, 소설이 묶여 있듯이, 그의 책은 기존의 틀에 갇혀 있지 않고, 독자들의 감각에 따라 새롭게 구성된다. 

책의 마지막에는 부록처럼 '추억의 사진첩'이 실려 있다. 

 

 

 

 

 

방울이도, 깐돌이도, 그리고 그가 여행지에서 담아 온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2. 퀴즈쇼 - 문학동네/ 2007 : 개정판 / 2010

 

 

 

 

 

 

 

 

 

 

 

 

 

<퀴즈쇼>는 2010년 2월에 개정판이 나왔다.

그런데, 집에 소장하고 있는 <퀴즈쇼>는 2007년 구판이지만 내용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같다.
작가의 글은 퀴즈쇼에 나오는 이민수만큼이나 지적 수준이 높은 지식의 향연을  담아내고 있었다.
이민수는 아는 것이 참 많다는 고시원의 옆방녀의 말에 잡학수준이라고 하지만, 작가의 글은 잡학수준이 아닌 다방면에 걸친 해박한 지식이 돋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이 가진 상상력과 표현력은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역시 김영하니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퀴즈쇼>는 80년대에 태어난 원숭이띠인 스물일곱살 고학력 백수의 성장소설이자 연애소설인 것이다.
스물일곱 살 !!
꿈많은 청춘들, 그런데, 그들의 현주소는 어떤가?
학교, 학원을 쉴 틈없이 드나들면서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를 갔다오고, 졸업을 하지만, 사회는 그리 만만하지 않으니 그들은 졸업과 동시에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이민수는 왕년에 단역배우를 했던 외할머니밑에서 자란 사생아이다. 아버지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엄마도 기억에 없는 청년이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도 다녔고, 유학을 보내준다는 외할머니의 말에 따라 영어학원을 다니던 그에게 외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인생의 큰 고비를 가져다 준다.
외할머니가 남겨놓은 것은 빚더미.
월세 29만원의 창문없는 고시원생활, 그것도 겨우 한 달 밖에 버틸 수 없었던 경제사정.
편의점 알바도 겨우 며칠 버틸 정도이니....
창문없는 음침한 고시원 방에서 그가 찾을 수 있었던 것은 " 현실의 창대신 빌 게이츠의 창,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선택" (p62)하게 되는 것이다.
퀴즈방에 클릭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활동.
민수는 자신에게 닥친 일들에 대해서 어떤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보다는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뭐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세상의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서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그런 청춘이라고 할까.
현실에서는 소외되었지만, 인터넷 퀴즈방에서는 경쟁에 끼는 그런 청년 백수.
컴퓨터 네트워크의 세상에서는 자신의 아바타가 존재하고, 아바타는 나의 실제 모습은 아니지만, 나 자신처럼 행세를 하기에 이민수의 세대들은 그 뒤에 숨어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상의 세상과 만날 때는 누추한 현실을 잊을 수 있기에.
가상의 세상에 빠져서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듯한 민수의 생활은 퀴즈방에서 아이디 '벽 속의 요정'을 만나게 되고, 그것은 민수의 새로운 사랑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많은 독자들은 <퀴즈쇼>를 읽으면서 작가가 고시원의 생활, 편의점 알바의 생활, 인터넷 퀴즈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등을 너무도 소상하게 묘사하기에 혹시나 작가도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작가는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들에 대해서 너무도 밀착 취재하여 쓴 것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민수가 이필성을 따라 가게 되는 산 속의 <회사>의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느끼게 해준다.
퀴즈쇼를 대비하여 훈련받는 집단의 이야기.
물론, 그것이 가상의 세계, 허구의 세상이었는지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지만,
바로 그것이 청춘들의 방황이자, 자아 속의 탈출구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던 청춘들이 그들의 세상으로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치열한 경쟁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거운 껍데기를 스스로 벗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그 사회로부터 추방당한 삶을 사는 청춘들.
가장 희망찬 시기에 가장 암울한 현실에 봉착한 청춘들.
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비록 민수가 헌책방의 점원으로 취직을 하지만, 그것은 민수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민수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에 그런 민수에게 그것은 세상을 살아나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 부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청춘의 찬란한 빛이 언제나 그들과 함께 하기를" 이라는 말을 전한다.
역시 김영하의 작품은 읽는 책마다 그만의 독특한 개성과 신선함이 함께 하는 것이다.

3. 김영하 여행자 도쿄 / 아트북스 / 2008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1권은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김영하 ㅣ 아트북스 ㅣ2007>이고, 그 두번 째에 해당하는 책이 <김영하 여행자 도쿄>이다.

이 책들의 특징은 김영하가 각각의 도시에서 여행자로 머물면서 찍은 사진들과 그곳에서 쓴 소설, 그리고 간단한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진 것이다.

작가는 하이델베르크에서는 콘탁스 G1으로, 도쿄에서는 Rollei 35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Rollei 는 요즘 흔히 쓰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이다. 줌기능도 없고, 렌즈교환도 안되고, 노출, 셔터 스피드는 손으로 맞추어야 하고, 거리는 눈대중으로 맞추어야 하고, 초점도 정확히 잡을 수가 없어서 자칫하면 안개낀 것처럼, 흔들린 것처럼 촛점이 안 맞는 사진이 되기 쉬운 아주 까다로운 카메라이다.

그래도, 김영하가 이 사진기를 들고 도쿄에 간 것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였기때문이다.

" 유쾌한 무관심으로 무장한 개인들이 활보하는 번잡하고 화려한 도시에는 어떤 카메라가 어울릴까. 나는 롤라이 35를 골랐다. 유쾌한 무관심이 불쾌한 관심으로 변하기 전에 촬영을 마칠 수 있고 (롤라이 35는  빠르다.(...) 도쿄의 좁은 길과 골목, 작은 카페나 상점에는 40 밀리미터 화각으로 충분했다. " (p. 211)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에서는 그 책 속의 사진들이 느낌이 좋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김영하 여행자 도쿄>를 통해서  작가가 사진에 대해서 전문가적 수준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김영하 작가 ~~ 사진도 포토그래퍼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니....

 

김영하 작가는 여행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유럽여행이 아니었다면 쓰이지 않았을 작품이고, 언제나 떠나기를 희망하여 길을 떠나고, 그 길 위에서 작품의 소재와 주제를 얻기도 했던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여행자 시리즈 1 - 하이델베르크- 에서는 Short Story 로 < 밀회 >가 소개되었었는데, 여행자 시리즈 2 - 도쿄- 에서는  Short Story 로 <마코토>가 소개된다.

이 두 작품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 김영하 ㅣ 문학동네 ㅣ2010>에 실린 작품들이다.

이번에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아니, 그 배경을 알고 읽으니 더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다.

 

 

책의 구성 중의 2 Eyes Wide Shots in Tokyo는 한 권의 사진집으로도 손색이 없는 도쿄의 이모 저모를 담고 있다. 다양한 시각으로 찍은 사진들, 그 어느 포토 그래퍼 못지 않은 발상의 사진들.

" 도시에 대한 무지, 그것이야말로 여행자가 가진 특권이다. 그것을 깨달은 후로는 나는 어느 도시에 가든 그 돗에 사는 사람들의 말을 다 신뢰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들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앎에 '갇혀' 있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래서 여행자 시리즈는 색다른 매력을 갖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렇게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기도 하고, 한 도시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감상하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느낀 이야기를 쓴 글들을 읽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린 한 도시을 여행하게 되면 되도록 많은 것을 빠짐없이 보려고 바삐 바삐 움직이지 않던가.

다음에 이 도시에 또 오리라는 기약이 없기에.

그러나, 작가는 다시 그 도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버리지 않는다.

"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것으 다 보아 버리면 다음 여행이 가난해진다. 언젠가 그 도시에 다시 오고 싶다면 분수에 동전을 던질 게 아니라 볼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 (p. 237)

물론, 작가의 말도 맞지만, 우리가 또 다시 그 도시를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어도 다 보고 가리라 마음을 먹는 것이 우리 여행자의 맘이 아닐까 한다.

언젠가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던 내 모습도 그런 마음에서 나올 것이 아니었던가.

김영하 작가의 눈에 비친 도쿄가 그의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이 책으로 옮겨 지게 되었고, 그래서 우리는 또다른 모습의 도쿄를 감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글들과 함께.

 

4.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문학동네 / 2010

 

 


 

 

 

 

 

 

 

 

 

 

 

6 년만에 오빠가 돌아왔다. 단편소설 '오빠가 돌아왔다'이후에 새로운 단편소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로~~~ 제목부터 왜 이리도 긴 여운을 남기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는 작가가 청탁을 받아서 쓴 글들이 아닌 자유롭게 그동안 썼던 13편의 단편들이 담겨져 있다.  낯설지 않고 익숙해진 그의 글들이 빠르게 머리속으로,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작품속의 인물들에게서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색다른 모습으로 투영되어 나타난다.

'로봇'에서의 버거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수경.지하철 속의 옆자리 남자의 축축한 우산이 종아리를 건드리는 상황에서 중얼거린다.  

 

'삶이란 별게 아니다. 젖은 우산의 살갗이 달라붙어도 참고 견디는 것이다.'(p9)

'인생은 젖은 우산을 견디는 것' (p14)

'어찌하다 누군가의/ 한 게임이 되었을까 (p15)

 그녀에게 찾아온 로봇과의 사랑. '로봇 3원칙'을 어기지 않을 수는 없었을까. 그건 불가능한 원칙이었기에.....

'악어'는 동화같기도 하고, 전설같기도 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독자들은 짐작할 수 있을까?  작가 자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는 있는 것일까? 아니, 당근... 알 리가 없지.

'여행'에서의 수진과 한선에게 나타난 짐승같은 몰골의 어부의 출현. 기막힌 반전. 예상치도 못한 설정.

언젠가 읽었던 작품인듯한.... '밀회' 그의 작품중에 특이하게 소설과 에세이 그리고, 그가 찍은 사진들이 함께 어우러졌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에 나왔던 소설인 것이다. 그가 경험했던 아름다운 하이델베르크를 소재로 썼던 단편소설. 낯선 여행지에서의 만남 '우연을 운명으로 착각하면 안돼.'(p97) 하이델베르크에서 만난 그들의 욕망은, 그들의 진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p92), 그녀의 남편이 사고로 그녀를 가짜 아내로 생각하는 것처럼, 두 남녀의 사랑도 가짜는 아니었을까... 가짜처럼 시작된 '죽음'도... 남자는 자신의 죽음의 순간에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며 하늘로 올라간다.

 

나는 열 두살의 그 해파리처럼 투명한 육신으로 흐느적거리며 허공을 부유합니다. 나의 눈은 맑고 몸은 유연하며 정신은 명정합니다. 이 높은 곳에서 나는 오래된 도시를 내려다 봅니다. 양갱처럼 검은 네카어 강에는 오렌지빛 석양이 깔리고 있습니다. 삶을 생각하기에 좋은 도시는 바로 이런 곳입니다. 나는 어쩐지 다음 생에도 이 도시에 오게 될 것만 같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안녕.(p101~102)

'명예살인'은 달랑 18줄의 이야기. 간결하지만 냉소적인 비판의 말이 담긴 짧지만 여운은 긴 작품이다.  

이렇게 짤막한 글은 '바다이야기'에서도 아주 짧은 글들이지만 그냥 재미있다. 어떤 TV드라마를 보다가 잠깐 스쳐간 단상이거나, 아니면 해변가에서 보게 된 광경을 썼거나 한 것같은.

이처럼 김영하의 머리 속은 소설의 소재들로 꽉 차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니면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현실의 모습 그대로. 또는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가미되어서 술~~ 술~~ 풀려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는 그냥 스쳐 지나칠 상황이나 사물들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관찰하고 보편적인 문장인 아닌 그만의 특유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작품을 읽는 중에 느낄 수 있는 묘미가 되는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내 마음에 조용히 깃든 이 내밀한 유쾌가 문장이라는 매개를 통해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기를 희망해 본다. (작가의 말 중에서, P271)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작가와 독자가 같은 호흡을 하지 않는다면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영하' 작가는 쉽게 읽힐 수 있는 글이지만, 그 작품을 읽고 나면 긴 여운이 남기에. 그리고, 젊은 감각으로 다가오기에 많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들을 차곡차곡 읽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양한 인물들과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책의 작품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 그자체인 것이다.

 

5. 너의 목소리가 들려 / 문학동네 / 2012

 

 

 

 

 

 

 

 

 

 

 

 

 

 

김영하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 문학동네, 2010>가 단편 모음집인데 반하여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작가가 5년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이다.

 

그래서 예약판매를 통하여 두 권의 미니북을 함께 받을 수 있었다. 미니북은 <오빠가 돌아왔다> 와 <엘리베이터에 끼인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였는데, 50 페이지 정도의 단 한 편의 작품만이 실린 미니북이었다.

이전에 파울로 코엘료의 <알레프> 예약판매때의 미니북 <순례자>와 <연금술사>에 비하면 '좀 아니다 '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그동안 작가가 쓴 소설인 <검은 꽃>, <퀴즈쇼>와 함께 '고아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내용이 어두울 것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슬픈 사연으로 가득찬 제이.

그는 십대 미혼모가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출산하는 순간 죽이려는 것을 경찰에게 발견되면서, 돼지엄마라는 사람에 의해서 길러지게 된다. 그러나, 생활이 여의치가 않은 돼지엄마는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집을 빠져 나가면서 제이를 남겨두고 간다.

같은 동네에 살던 동규는 어릴 적에 원격 조정으로 움직이는 모형 헬리콥터가 자신에게 달겨드는 순간 패닉상태에 빠지면서 함구증에 걸리게 된다.

제이와 동규는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친구였으나, 제이가 재개발구역에서 몰래 숨어 살다가 시설로 붙잡혀 가면서 헤어지게 된다.

제이가 시설에서 도망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거치게 되는 거리의 아이들과의 생활.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읽으면서 제이와 가출 소년소녀들의 동거 장면의 묘사는 차라리 책을 덮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심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십 대 청소년들의 방황, 가출, 가출후의 혼숙, 난교,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자신들의 행동에 한 치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

" 여기는 인간의 세계가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야생이라는 것을" (p. 98)

거리의 아이들과는 비교도 안 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청소년들.

지나친 부모의 간섭에 힘겨워하고, 과도한 학업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오늘날의 청소년들.

그러나, 그들에 가려서 안 보이는 곳에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나오는 거리의 아이들인 제이, 동규, 후드티, 야구모자, 금희, 한나, 목란 등의 아이들이 처첨한 모습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내내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것인가, 분노가 치밀어 올 정도였다.

아이들의 잘못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른들의 잘못이 너무도 크기에.

이런 아이들의 삶은 대를 이어서 이런 아이들의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한나사건이후 제이는 수련을 쌓은 듯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고, 그는 몸에 밴 자신감과 깊은 인상을 남겨주기에 폭주족의 우두머리가 되고, 동규 역시 가정의 불화로 인하여 가출을 하게 되면서, 다시 제이와 동규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 너희들은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로 인해 아프다. 아이들은 제이가 자기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존재라고 느꼈고, 그의 기이한 생활태도에 외경심을 품었다. " (p. 141)

이 소설은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이 특색이 있다. 작가가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와 작업 과정을 이야기로 들려주고는 있는데, 어느 부분을 읽을 때까지는 작가의 실제 이야기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를 읽어 가면서 이 부분이 소설 속의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장치임을 느끼게 된다.

어디까지가 실세 이야기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적인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부분을 통해서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나 작가의 의도를 눈여겨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지영의 <도가니>가 출간당시보다 몇 년이 지난 후에 영화화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이 소설을 읽는 것으로 끝내기에는 너무도 많은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다.

그 누군가는 이런 청소년들의 문제를 그대로 덮지 말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선을 모두 차지하고 굉음을 울리면서 내달리는 아이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하늘을 날아 오를 듯이 질주하는 아이들.

그들이 이 세상을 향해서 내뿜는 절망의 이야기들을 귀기울여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신나게 질주하는 오토바이의 곡예는 그들의 아픔의 몸부림이 아닐까.

강남 고속 터미널 화장실에서 태어나 십 대 어미에게 죽음을 당하기 직전에 버림을 받아야만 했던 제이.

제이는 우리 사회의 거리 곳곳에서 내 옆을 스쳐가는 어떤 아이일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중간 중간 불쾌하리만큼 충격적인 장면들을 그냥 덮어버리기에는 가슴이 멍멍해지는 것이다.

 

이 땅에서 소외된 아이들. 아직 꽃봉오리도 피지 못했건만, 망가져 버린 아이들.

그 아이들의 목소리.

작가의 귀에는 그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독자들의 귀에도 그 목소리가 들렸으면 한다.

그러나, 어떤 해결책도 없는 우리들이 너무도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6. 살인자의 기억법 / 문학동네 /2013

 

 

 

 

 

 

 

 

 

 

 

 

김영하는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감각을 가진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들은 뚜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기에 읽은 후에 마음 속에 남는 것들이 많다.

김영하는 그의 대표작인 <빛의 제국>을 출간한 후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해설 중에서, p. 153)

내가 김영하의 대표작인  <빛의 제국>을 아직 읽지 않았기에 그 의미를 알지는 못하지만,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은 후의 내 느낌이 바로 그랬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빽빽한 문장들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간결하면서도 압축된 문장들이 때론 듬성듬성 한 페이지 속에 담겨 있기도 한 149 페이지에 달하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이다. 책속의 내용만을 따라 잡아 읽는다면, 아주 쉽게 읽히는 그런 소설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70대 노인이 한때 연쇄 살인을 하였던 자신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김병수는 16살 때에 최초의 살인을 저지른다.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죽이는 것이 살인의 시작이다. 그후에는 어떤 뚜렷한 원한 관계가 있어서 살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의 동기라고 할 수도 없는 이유때문에 30년동안 지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 사건들은 이미 공소시효가 다 지난 사건들이 되었다.

" 치매는 늙은 연쇄살인범에게 인생이 보매는 짓궂은 농담이다, 아니 몰래 카메라이다. 깜짝 놀랐지? 미안, 그냥 장난이었어." (p. 35)

그런 연쇄 살인범인 그가 점점 사라져 가는 기억을 놓치지 않으려고 매일 매일 기억이 존재할 때에는 메모를 해둔다. 그건 과거의 살인범인 자신이 현재의 살인범이라고 추정되는 자로부터  자신의 딸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다.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살인범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피로 범벅이 되는 잔인한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으나, 이 이야기는 유머와 위트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 어쨌든 나는 그뒤로 시인으로 불렸다.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쓰는 마음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 (p. 38)

그러나 이런 생각을 부지불식간에 뒤엎어 버리는 것은 소설의  끝부분에서 나타나는 대반전이다.

'역시 김영하 작가 !!'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문장과 문장 사이에 담겨 있었던 계획된 치밀한 구성이 이 소설을 돋보이게 한다.

왜 작가가 '오이디프스'의 이야기를 끄집어 냈던가를, 그리고 김병수가 즐겨 읽던 반야심경의 구절들이 왜 담겨 있었는가를 깨닫게 된다.

" 그러므로 공(空)가운데에는 물질도 없고 느낌도 없고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없으며,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 형체와 소리, 냄새와 맛과 감촉과 의식의 대상도 없으며, 눈의 경계도 없고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 무영도 없고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늙고 죽음이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니라. " (p. 148 - 반야심경의 구절)

 우리 주변의 허상들에 매달리는 인간의 어리석음, 그 모든 것은 망상이었던가....

김영하는 삶과 죽음, 그리고 시간과 악에 대한 통찰을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영하는 '작가의 말'을 통해 자신이 습작을 하던 시절에 아버지가 묵묵히 그를 격려해 주었던 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아버지는 현재 투병중이고, 작가는 '꽤 괜찮은 작가'가 되는 날을 아버지에게 보셨으면 하는 바람을 적어 놓았다. 이미 독자인 나에게는 '꽤 괜찮은 작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아버지의 말없는 격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이번에 출간된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서 김영하 작가의 책 중에 리뷰를 남겨 두었던 책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 물론, 여기에 소개된 책들 말고도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나 에세이를 몇 권 더 읽었지만, 아쉽게도 그 책들에 대한 리뷰를 쓰지 않았기에 5권의 책들에 대한 감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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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8-1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살인자의 기억법 읽고 김영하 작가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님 글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난번 숭실대(?)에서 열린 김영하 낭독회 참 좋았어요.
퀴즈쇼 읽어보고 싶네요~~~

라일락 2013-08-18 12:45   좋아요 0 | URL
김영하 작가의 낭독회도 가 보고 싶네요. 책을 읽는 것과 낭독으로 듣는 것은 또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알라딘 서재 10주년을 축하합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서평을 작성하는 재미로 알라딘 서재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의 서재만을 채워 넣기에 급급했는데, 이제는 알라디너들의 서재를 둘러 보는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알라딘 서재는 이렇게 나의 서재로 시작하지만 어느새 우리의 서재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알라딘 서재가 있었기에 나의 독서를 기록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앞으로 알라딘 서재가 20년, 30년..... 쭈욱 알라디너들과 함께 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기쁘네요. 알라딘 서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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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란 `여러 문화`, `다수의 문화`를 일컫는 말로, 서로 다른 여러 문화가 한 사회에 함께 있음을 말한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도덕 교과서에는 우리민족이 단일민족이기에 자긍심을 느끼는 그런 내용들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단일민족이라는 개념보다는 다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된다는 내용이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변화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들은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아직도 부족하고, 같은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서양인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이 많은 아시아나 아프리카인에서 온 외국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태어나거나 자란 곳에 따라서 그들 나름대로의 고유하고 다양한 문화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나와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서 낯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폄하해서는 안 된다. <다문화 백과사전>은 책제목이 말해주듯이, 다문화에 대한 모든 것을 문답식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다문화의 역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그것은 선사시대인 인류 초기부터 이루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인류는 좀 더 나은 환경을 위해서,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 이동과 유랑이라는 오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동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농사를 짓으면서 정착을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들의 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로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위하여 중개 역할을 하는 상인들이 생겨 났다. 이런 경우는 인구의 작은 이동이지만,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대규모 이동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중국 역사 속에서는 칭기스칸의 정벌을, 서양의 인구 이동으로는 신대륙 발견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인구의 이동은 새로운 곳에 인구가 도달하게 되고, 거기에 살던 사람들과의 교류가 이루어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섞이게 되는데, 여기에서 다문화가 형성되게 된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나 르완다의 인종 청소는 다문화를 인정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끔찍한 사건들이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단일민족을 강조하던 우리나라도 나와 다른 민족이나 다른 문화를 배척하는 인상을 짙게 내 보이던 민족이지만 이제는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물론, 다른 민족은 우리 민족과는 여러 면에서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린 다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아가서는 다름을 받아 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한국 속에서의 다문화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문화의 개념에서부터 시작하여 다문화의 시초,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다문화가 형성된 배경이나 다문화를 인정하지 않은 사건 등을 두루 다루고 있다. 다문화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차이와 다름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정립해 준다. 이제 우리나라는 다문화 가정이 12만 호가 넘어섰다. 지금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면서 이주 노동자들이 몰려 오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면서 결혼을 하여 이 땅에 정착하는 외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다문화에 대한 개념 정립부터 새롭게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다른 문화에 대한 상호 존중과 상호 배려의 정신을 갖추어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문화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하다면 <다문화 백과사전>을 읽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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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의 도시, 파리~~ 수많은 영화와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도시, 파리. `파리`하면 상제리제 거리를 거닐면서 샹송이 흘러나오는 한 장면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파리를 여행한 사람 중에는 파리를 극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낭만적인 파리를 상상했던 사람들은 여행자로 붐비는 파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건 파리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리라. 또한 여행자의 입장에서 본 파리는 낭만의 도시였지만, 파리지앵으로 부딪혀야 하는 파리는 그리 녹녹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방인들이 느끼는 마음이라고 한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비롯한 몇 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아나운서에서 여행작가로 변신한 손미나가 2009년부터 3년간에 걸쳐서 파리지앵으로 살면서 느꼈던 이야기들을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에 담아 놓았다. 그녀는 아나운서 시절에 돌연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고, 그후에는 여행작가로, 소설가로 변신하면서 그때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 주었다. 이번에는 파리지앵으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들려준다. 에펠탑 근처에 위치한 집을 얻으면서 벌어지는 집주인과의 이야기, 바로 앞집에 살고 있는 사람과의 첫 만남에서의 싸늘한 반응 등은 그녀가 파리지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울 것인가를 말해준다. 역시, 손미나의 감각적인 문장력이 돋보이는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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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8-1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이 선정되었나요? ㅎㅎ 저도 추천했답니다^^

라일락 2013-08-12 18:31   좋아요 0 | URL
아직 선정도서 발표가 되지 않았습니다.
 

김영하는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감각을 가진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들은 뚜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기에 읽은 후에 마음 속에 남는 것들이 많다. 그는 1995년에 등단했지만, 내가 김영하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2010년에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김영하 ㅣ랜덤하우스코리아 ㅣ2009 >를 통해서 였다. 소설가를 소설이 아닌 여행 에세이를 통해서 만나게 되었는데, 그동안 쌓아 온 모든 것을 훌훌 털고 떠나온 시칠리아에서의 내면적 성찰이 잘 나타나 있었다. 그 책을 덮는 순간, 김영하의 글에 매료되어서 그의 소설과 에세이 등을 골라서 읽게 되었다. 지금까지 읽은 김영하의 작품 중에 나는 여행 에세이인 <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김영하 ㅣ 아트북스 ㅣ 2007>를 가장 좋아한다. 이 책은 매우 특이한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 한 권의 책 속에 하이델베르크를 배경으로 하여 에세이와 사진 그리고 소설이 함께 담겨 있다. 그러니 에세이이기도 하고, 사진집이기도 하고, 여행서이기도 하고, 소설책이기고 한 책이다. 이런 형식을 갖춘 책으로 `서진`의 <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서진 ㅣ푸른숲 ㅣ 2010>이 있기도 하지만, <여행자 - 하이델베르크>를 읽을 때만 해도 그런 형식의 책을 처음 접했던 것이다. 어쨌든 김영하가 쓴 책들은 그 어떤 책을 읽게 되든지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의 형식도 특이한 경우가 있기도 했지만, 책 속에는 어떤 묵직한 주제의식이 담겨져 있었다. 김영하는 그의 대표작인 <빛의 제국>을 출간한 후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해설 중에서, p. 153) 내가 김영하의 대표작인 <빛의 제국>을 아직 읽지 않았기에 그 의미를 알지는 못하지만,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은 후의 내 느낌이 바로 그랬다. 김영하의 소설과 에세이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참신함이 있다. <랄랄라 하우스>처럼 그당시 유행하던 미니홈피 형식을 빌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 보다 던 김영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주제의식이 뚜렷한 작품들을 쓴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 악과 시간은 바로 <살인자의 기억볍>에서 그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위트와 유머가 문장 속에 담겨 있기도 하고, 압축되고 간결한 문장들이 쉽게 읽히는 듯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꿰 뚫어 볼 수 있는 독자들은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꽤 괜찮은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이미 독자들에게 인식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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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8-07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좋은 에세이가 선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영하 저도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지난번 낭독회에 다녀오고 나서 팬이 되었어요^^

라일락 2013-08-07 12:34   좋아요 0 | URL
무조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신간이 나오면 읽게 되는 책이 김영하의 작품들입니다. 소설도 좋지만 <김영하의 여행자>를 비롯한 여행 에세이도 좋아요.

세실님이 읽고 싶으신 에세이가 선정되면 좋겠네요.
6개월동안 좋은 활동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