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이여자 / 기욤 뮈소 ㅣ 밝은세상 ㅣ 2010>★

 

 

 

 

 

 

 

 

 

 

 

우리나라 여성독자들에게 각광을 받는 프랑스 작가라고 하면 서슴치 않고 '기욤뮈소'라고 대답할 것이다.

'기욤 뮈소'는 그동안 <사랑하기때문에> <구해줘>를 통해서 사랑을 이야기하였는데,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함께 감각적이고 스피디한 문체를 보여주었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테마를 위주로한 이야기를 보여 주었다면, <종이 여자>는 캐릭터에 색다름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궁금한 점은 '종이 여자'라는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일 것이다.

어릴적에 가지고 놀던 종이 인형?

종이와 여자가 합쳐지는 느낌은 갸냘픔이나 연약함. 그런 느낌들인데.....

프롤로그를 읽을 때까지도 독자들은 어떤 확실한 실체를 잡을 수가 없을 것이다.

프롤로그는 <천사 3부작>이라는 작품의 2권까지를 출간하면서 혜성처럼 나타난 유명 작가 톰 보이드의 이야기가 뉴스 매체를 통해서 소개되는 기사들과 그가 받은 메일들을 소개해 하는 기사 내용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또 뉴스 매체의 기사는 미모의 피아니스트 오로르 발랑꾸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어느새 톰과 오로르는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되고.... 곧 이어 톰은 오로르에게 버림을 받게 된다. 그 결과, 형편없이 무너지는 톰 보이드.

폭행, 과속 운전, 마약.... 도저히 재기를 할 수 없는 형편없는 모습으로 변해 가게 된다.

<천사 3부작>의 마지막 3권은 앞으로 세 달후에 출간예정이지만 톰의 머리 속은 백지상태이다. 굳어져 버린 머리. 컴퓨터 화면을 열면 구토를 느낄 정도로 무기력하게 변해 버린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 지난 일이 돼 버렸다. 옛날 일이.

나는 글쓰기를 포기했고, 글도 나를 버렸다. (p.185)

 이때 나타난 여인, 빌리.

톰의 <천사의 3부작>중의 스페셜판이 인쇄상의 문제로 266 페이지까지만 인쇄된 책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가 그녀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 그녀는 바닥에 나가 떨어지면서"까지 인쇄가 된 그 책에서 빌리는 떨어져 나왔다고 한다.

책 속에서 떨어져 나온 빌리.

그녀는 이 책이 완성되어야만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당신이 쓴 미완성 문장 한 가운데서, 그러니까 행의 중간쯤에서 딱떨어졌다니까요. (p.76)

 여기서 독자들은 어리둥절하게 될 것이다.

'기욤 뮈소'의 판타지 소설?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가 끝맺지 못한 <천사 3부작>의 등장인물 중의 한 여인인 빌리가 펼치는 이야기이니까.

이 작품 속에는 톰, 캐롤, 밀로의 우정과 사랑도 강한 감동을 준다.

세 사람은 미국의 한 빈민촌 출신들이다. 가난하기만 한 것이 아닌, 몸과 마음에 상처를 담고 있는 세 친구.

밀로는 톰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서 그의 매니지먼트 역할을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갱단에 가입했던 사람.

그리고, 캐롤은 치유 불가능한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야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톰은 매일 캐롤을 위해서 <천사 3부작>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마법같은 세계를 만들어 주었기에 그녀가 삶을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러니, 톰이 나중에 <천사 3부작>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그녀를 즐거운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단 몇 시간이라는 야수가 가하는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게 해 주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 자체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픽션의 세계에 사는 것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p.400)

소설도 쓰지 못하는데다가 밀로의 펀드 실패로 무일푼이 된 톰과 그의 책에서 나왔다는 종이 여자 빌이 펼치는 모험에 가까운 이야기들.

그리고, 어느새 사랑을 느끼게 된 톰과 빌리의 이야기.

빌리는 톰에게

"몇 주 안에 내게 불가능한 것에 대한 믿음을 주었고, 굽이치는 비탄의 강줄기들이 마침내 고통의 절벽으로 떨어지는 그 아슬아슬한 세계에서 나를 구해 준 여자."  (p.473)

또한 청소년 시절에 톰, 캐롤, 밀로에게 있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이 <종이 여자>를 통해서 펼쳐진다.

기욤 뮈소가 젊은 작가인 만큼 그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들도 젊고 상큼함이 있다.

빌리의 발랄하고 재치있고, 통통 튀는 캐릭터는 읽는내내 신선함이 있다.

소설가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찔하고 위험한 순간들과 수시로 맞닥뜨리"(p.117)는 존재임을 기욤 뮈소는 자신의 책 속에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종이 여자>는 그의 소설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창작력의 부재, 작가의 백지 공포증...

이런 것들이 작가들이 느끼는 것들 중의 일부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 속에 살면서도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 내면서도 현실 속에서 살아야 하는 작가의 일상이 곧 <종이 여자>에 나타나는 작가의 창작 활동의 일부분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단 한 권 남은 파본을 찾기 위해서 말리부에서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대서양을 건너서 로마, 다시 한국, 그리고 맨해튼, 이런 긴 여정을 거쳐서 한 권의 책은 프랑스의 센 강에서 퉁퉁 물에 젖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책의 향방을 쫒는 이야기는 분명 모험 이야기이지만.

 35. 심장의 시련

헛고생을 하며 찾을 때는 없다가도 막상 일을 그만두면 발견 될 때가 있다.

- 제롬 K. 제롬

이처럼 작가가 <감사의 말>을 통해서 이야기한 것처럼 "삶은 한 편의 소설이죠"(P483)

이 말을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종이 여자>의 이야기처럼 인생은 픽션과 현실 사이에 놓인 마술 거울을 통해서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 순간의 이미지를 포착하는 데 실패한 사진작가처럼, 나는 내 인생에 다시 웃음과 빛을 줄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p.473)

기욤 뮈소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듯이 <종이 여자>도 탄탄하고 섬세한 구성,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 작가의 감성과 취향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또한, 마지막 반전은 허를 찌를 것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으면서도 사랑스럽다.

빌리가 픽션 속의 인물이지만, 현실 속에 살아 있는 듯 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책을 덮을때까지 한 치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의 이야기를~~ 판타스틱한 이야기를~~ 모험의 이야기를~~

모두 원한다면 <종이 여자>가 제 격이 아닐까 한다.

또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한국 사랑은 <종이 여자>에서도 한 몫을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카산드라의 거울>에서 한국 청년을 주인공으로 했듯이.

<종이 여자>에서도 '대한민국'이란 단어들과 박이슬이란 여대생이 살짝 등장한다.

역시,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 수준도 그 어느 나라 못지 않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 <천사의 부름 / 기욤 뮈소 ㅣ 밝은세상 ㅣ 2011> ★

 

 

 

 

 

 

 

 

 

 

 

 

기욤 뮈소는 <그후에>, <당신없는 나는?>,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사랑하기때문에> 등으로 이미 많은 독자들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 작가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는데, 그것은 아마도 작가의 톡톡튀는 젊은 감각적 문체와 트렌디한 대중문화의 코드와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젠 많은 독자들에게 작가의 스타일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데, 작가는 작품마다 또다른 새로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내가 기욤 뮈소의 책 중에 가장 아끼는 책은 <종이여자>이다. 이 소설은 베스트 셀러 작가인 톰이 피아니스트 오로르 발랑꾸르와의 사랑에 실패하게 되면서 단 한 줄의 원고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그의 작품 속의 인물인 빌리가 책 속에서 튀어 나와서 톰의 재기를 도와준다는 이야기인데, 처음에 이 소설을 읽게 되면 황당한 설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차츰 차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허구와 진실의 숨바꼭질같은 러브스토리와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인 것이다.

책표지 역시 종이 여자 빌리의 모습이 판타스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마치 책표지만 보면 <천사의 부름>은 <종이여자>와 시리즈처럼 많이 닮아 있다.

<천사의 부름>은 휴대폰이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기에 단순한 사랑이야기처럼 생각하고 이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은데, 이 책 속에는 엄청난 스릴러가 담겨 있는 것이다.

기욤 뮈소는 <천사의 부름>을 통해서 러브스토리와 스릴러를 접목시키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과 재미를 함께 선사한다.

물론, 그동안, 기욤 뮈소가 다른 작품에서도 반전과 스릴러적 효과를 노리는 장치를 작품 속에 가미시키기는 했지만, <천사의 부름>은 제대로 된 스릴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휴대폰을 처음 사게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처음엔 남들이 다 쓰니까, 가장 기본 사양을 골라서 사용하게 되는데, 스티브 잡스의 영향인지 휴대폰은 이제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신들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요술방망이나 다름없는 기계"(p.10)가 된 것이다.

이야기는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뉴욕의 JFK 공항에서 조나단과 매들린이 부딪히면서 휴대폰이 바뀌게 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상반된 기분으로 그 공항에 있었던 것이다.

조나단은 한때는 재벌가의 딸과 결혼도 했고, '맛의 마술가', '미식계의 모차르트', ' 세계 최고의 천재 셰프'라는 말을 들으면서 세계적인 셰프로 명성을 날렸으나, 지금은 아내가 바람을 피워서 이혼을 하고, 샌프란스시코에서 허름한 식당을 하고 있다.

그가 뉴욕에 온 이유도 크리스마스를 아들 찰리와 보내기 위해서 이혼한 부인으로부터 아들을 데리러 온 것이어다.

매들린은 파리에서 플로리스트로 <환상의 정원>이란 꽃집을 하는데, 얼마후에 결혼할 남자와 함께 밀월여행을 보내고 돌아가기 위해서 공항에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상반된 감정으로 뉴욕 JFK 공항에서 부딪힌 두 사람은 얼마후 자신들의 휴대폰이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된다.

조나단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들린은 파리에서...

서로를 경망스럽고 정떨어지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했던 잠깐의 만남을 생각하면서 휴대폰을 돌려주려고 하지만, 파리의 공공노조 파업으로 지연되게 된다.

조나단은 매들린의 휴대폰을 본다는 것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같은 죄책감에 휴대폰을 훔쳐 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으나, 휴대폰의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자, 다른 사진들을 그리고, 다음에는 메일을 보게 되고, 또다시 일정관리를 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휴대폰의 용량을 채우고 있는 어떤 파일들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밀번호를 풀게 되고, 그 속에서 엄청난 사건의 메일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매들린의 입장에서는

"(...) 더 깊이 파고 들면 아무도 봐서는 안 될 파일이 나올 수도 있었다. 진작 없애야 했던 파일, 세상 어느 누구도 보아서는 안 되는 파일이 휴대폰에 들어 있었다. 그녀의 삶을 망가뜨린 비밀, 그녀를 광기와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았던 비밀." (p.79)

기욤 뮈소가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하는 기욤 뮈소의 스릴러 소설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휴대폰 속 파일은 앨리스 딕슨 이라는 14살 소녀의 실종사건에 대한 모든 기록을 담은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의 전개는 조나단과 매들린이 서로 어떤 접점으로 다가갈 수 밖에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매들린은 조나단이 오늘날 허술한 식당을 운영하기 전에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셰프였으며 그가 추락하게 된 배경에 <윈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 그래, 운명이었어, 조나단과 휴대폰이 뒤바뀐 건 하늘의 뜻이었던 거야. 조나단, 조르주, 프란체스카의 뒷조사를 하고 다닌 건 앨리스에게 돌아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어. " (p.283)

" 그녀는 그와 처음 만났던 순간을 다시금 떠올렸다. JFK 에서 우연히 몸을 부딪치지 않았다면 그와의 인연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수로 휴대폰이 뒤바뀌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와의 인연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30초만 일찍 혹은, 30초만 늦게 카페에 들어갔더라면 그와 마주치지 않았을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두 사람을 그 자리에 있게 한 건 바로 운명의 힘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운명을 일컬어 '천사의 부름'이지, 라고 말씀하시곤 했었다. " (p.314)

<천사의 부름>은 이런 숨겨졌던 이야기들을 두 사람이 어떻게 풀어나가게 되는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을 보는 것처럼 칙칙한 맨체스터와 뉴욕의 맨해튼을 비롯한 곳곳을 독자들이 책 속의 주인공들과 함께 그 장소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장소적 표현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심리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첫 장면부터 끝 장면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구성이 돋보이기도 하면서, 이야기의 전개는 빠른 템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긴장감이나 흡인력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천사의 부름>에는 음식이야기도, 음악이야기도 한 몫을 한다.

기욤 뮈소의 소설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역시 '사랑'이다. 진실한 사랑, 한 순간에 끌리는 사랑.

그 사랑의 이야기에 스릴러가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어 한 편의 소설로 탄생한 것이 바로 <천사의 부름>이다.

실제로 소설의 모티브가 된 휴대폰이 뒤바뀌게 된 상황이 2007년 8월 몬트리올에서 작가에게 있었으며, 그것에서 영감을 얻어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기욤 뮈소는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속편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으니, 이 소설은 결말이 있기는 하지만, 열린 결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독자들 스스로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앨리스가 조나단에게 남긴 편지 속에 인용된 빅토르 위고의 말을 끝으로 이 글을 맺으려고 한다.

"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 (p.247)

 

   ★ <7년 후 / 기욤 뮈소 ㅣ 밝은세상 ㅣ 2012> ★

 

 

 

 

 

 

 

 

 

 

 

기욤 뮈소는 <종이 여자>의 '감사의 말'을 통해서 " 삶은 한 편의 소설"( 종이여자, p. 483)이라고 하기도 했고, <7년 후>의 책 뒷표지의 글에는 자신의 소설이 베스트 셀러가 되는 이유를 " 단지 내가 독자의 입장에서 읽고 싶은 소설을 쓰는 게 내 나름의 방업이라면 방법이다." 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기욤 뮈소의 소설은 정말 평범한 이야기가 아닌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설정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너무 소설적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을 정도로 드라마틱하기만 하다.

바로 <7년 후>가 그런 요소가 진하게 담긴 소설이다. <종이여자>와 <천사의 부름>을 읽으면서 기욤 뮈소의 소설의 경향을 익히 알게 되어서 인지, 이번에는 그런 것들이 신선하다기 보다는 너무도 기욤 뮈소의 소설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소설은 초반부에서는 흥미진진하게 읽다가, 후반부에 접어 들면서 조금씩 스릴러적 요소가 누군가가 꾸며낸 조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것이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에는 허탈감이 들게 된다.

이미 기본틀이 다 그려져 있는 종이를 이렇게 저렇게 잘라서 만든 퍼즐의 조각들이 서서히 맞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의 다 맞추어진 상태에서 나머지 퍼즐의 위치가 다 드러난 듯한 그런 기분이다.

그런 경우에 퍼즐을 맞추었다는 기쁨보다는 퍼즐 맞추기가 쉬워서 재미가 반감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천사의 부름>이 로맨스와 스릴러의 결합이었고, <7년 후>의 이야기의 시작이 세바스찬과 니키의 아들의 실종사건으로부터 시작하기에 스릴러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읽어 내려갔는데, 이 작품은 기욤 뮈소의 새로운 변신인 로맨틱 코미디 소설이라는 것이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가정환경과 성장배경, 성격을 가진 세바스찬과 니키가 결혼 후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혼하게 되고, 그들은 이란성 쌍둥이인 자녀를 각각 1명씩 키우게 된다.

유복한 가정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세바스찬은 현악기 제조를 하는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장인인 명망있는 남자인데, 이혼 후에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딸 카미유를 키운다.

성해방론자이고 진보적 가치의 신봉자이고 성격은 격렬하고 무절제한 생활을 하는 니키는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아들인 제레미를 키운다.

세바스찬과 니키는 출신배경, 자라온 환경, 교육 정도, 종교, 기질, 성격 등 무엇 하나 비슷한 점이 없는 부부였다. 그들의 만남도 세바스찬이 화장품을 훔쳐서 곤경에 빠진 니키를 구해주면서 한 눈에 반하게 되어서 결혼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혼...

" 난 내 생애에서 불처럼 뜨거운 사랑, 오직 하나뿐인 사랑을 만났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에게 모든 걸 주었다가 빼앗아간 사랑, 우리의 삶을 한순간 환하게 비추었다가 다시 영원히 폐허로 만들어 버린 사랑을... " (p. 196)

그런데, 이혼한지 7년이 지난 어느날 니키가 키우던 15살된 아들 제레미가 실종되면서 그를 찾기 위하여 만났게 된다. 그런데, 제레미의 방에서 1kg 이 넘는 코카인이 발견되게 되고, 그 코카인의 출처를 찾다가 살인 현장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현장에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저지르게 된다.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제레미의 실종에 관한 소식과 아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단서들이 여기 저기에서 발견된다.

그래서 그것을 추적하여 가는 과정에서 제레미와 니키가 다시 사랑을 찾게 되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이 스릴러적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가 맞추어지게 되는 것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소설의 배경이 지구위를 넘나든다는 것이다. <7년 후>에서도 뉴욕과 파리를 넘어 브라질까지 뻗어 나간다.

특히, 뉴욕의 각 지역들, 파리의 센 강변의 다리 위의 묘사는 책을 읽고 있는데도 뉴욕의 거리에 서 있는 듯, 센 강위를 배를 타고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생생하게 장면 구성을 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가 돋보인다.

그리고 한 순간도 놓치면 안 될 것같아서 책에서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빠른 전개와 긴장감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마다 기욤 뮈소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것같은 작가의 감성과 취향들도 소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부분들이다.

그렇다면 기욤 뮈소는 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 용서, 화해라고 한다. 그의 소설에서 꼭 찾을 수 있는 것이 러브 스토리이며 거기에 또 다른 요소가 가미된다. 판타지 기법일 수도 있고, 스릴러 요소 일 수도 있고, 코믹 요소일 수도 있는 것이다.

" 내가 열 네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아마 내 생에서 최악의 시기는 바로 그때였을 거예요. 내 가슴은 갑자기 갈가리 찢겨나가는 듯했고, 내가 믿었던 모든 가치들이 한순간에 보잘것없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으니까요. (...)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 대부분은 은연중 엄마 아빠가 언젠가 재결합해 함께 사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고 해요. 그리고...."(p. 330)

이 소설은 이혼한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들의 훈훈한 마음이 가슴에 감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누군가의 고약한 장난에 번번이 당하고 있는 꼴이었던 세바스찬과 니키. 꼭두각시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니면서 벌이는 한 판의 대결. 그것이 이미 꾸며진 무대였다는 것. 그러나, 거기에 또다른 변수가 작용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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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벽한 날들 / 메리 올리버 ㅣ 마음산책

   메리 올리버는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인이라고 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낯선 저자이기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 줄 것인지 궁금하다.

시원한 책표지의 색상이 눈길을 끄는 <완벽한 날들>은 '영혼과 풍경 사이의 관계'를 말해준다고 하니,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2. 젊은 날의 책읽기 / 김경민 ㅣ쌤앤파커스

 

요즘 책관련 에세이들이 많이 출간된다. 벌써 이런 류의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그래도 또 눈에 들어오는 책이다.

우리의 인생 언제쯤엔가 한 번은 읽은 책들.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책제목만으로도 그 책이 얼마나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는지 잘 알려진 책들이 이 책 속에는 36권이 담겨져 있다.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장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

정말 주옥같은 책들. 그 책들을 읽을 때의 내 모습이 잠시 스쳐간다. 다시 이 책들을 읽는다면 나는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더욱 성숙해진 독서력 때문에 그 작품들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리라 생각해 본다.

 

 

 

 

 

3. 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 / 김선미 ㅣ위즈덤하우스

소로우의 삶과 교감을 하며 저자와 그의 가족들은 10년간을 이 책에 실린 내용과 같은 생각과 방식으로 살아 왔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도 많은 것을 가지려고만 할까?, 가진 만큼 행복한 것일까? 아니, 그와 반비례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소박하게 사는 삶에서 어떤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이 책을 따라 가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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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미제라블 세트 / 빅또르 위고 ㅣ 펭귄클래식 코리아 ㅣ 2010

영화 <레 미제라블>이 개봉되면서 요즘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 어릴적에 간추린 레미제라블을 읽었기에 이 책에 관심이 간다. 우리들에겐 장 발장으로 더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정작 원작으로는 읽지를 못했으니, 기회가 되는대로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2. 독일인의 사랑/ 막스 뮐러 / 더클래식 ㅣ2012

 

<독일인의 사랑>은 막스 뮐러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이다. 나는 이 책을 지금까지 여러 번 읽었다. 내용은 그 어떤 책보다 감동적으로 다가오지만, 책의 두께가 얇은지라,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읽는 책이다. 그냥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그래서 우리집에는 <독일인의 사랑>이 몇 십년전에 출간된 책부터 근래에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된 책까지 몇 권의 책이 있다.

이 책은 소설책이지만, 시적인 문장들이 많이 담겨 있기에 시집을 읽는 듯한 생각으로 읽기도 하고,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순수함에 대해서 읽을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나는 마지막 회상이 가장 가슴아프게 다가오면서도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

 

3. 닥터 지바고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ㅣ 열린책들 ㅣ2009

 

      오마 샤리프가 주연했던 영화 <닥터 지바고>를 중학교 때 보았다.

 지바고가 로라와 헤어져서 어느 곳엔가 갔을 때에 아침에 일어나니 유리창이 얼어 붙어서 밖이 보이지 않고, 창밖에는 눈이 엄청 많이 쌓여 있는 풍경. 그 집에서 언 손으로 펜을 잡고 글을 쓰던 지바고의 모습. 이 영화 역시 중학생인 내가 보기에는 배경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그후에 책으로 <닥터 지바고>를 읽으면서 그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푹 빠졌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직도 이 영화의 책 부분을 기억한다. 꽤 두꺼웠던 이 책을 검색해 보니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빼곡히 써있던 작은 글씨들의 오래전 어떤 출판사의 책표지가 생각나는데, 지금 다시 읽자니 너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꼭 이 책을 다시 읽고 싶다. 내가 전에 놓쳤던 문장과 사건들을 지금의 나는 분명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리라 생각되기에

 

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거릿 미첼 ㅣ 열린책들 ㅣ 2010

이 책 역시 영화와 책으로 만났던 소설이다.

영화를 보고는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에 매료되었었고, 책을 통해서는 남북전쟁의 이야기에 푹 빠졌던 책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회자되곤 한다.

스칼렛 : 타라! 고향! 난 고향으로 갈거야 !

그 이를 찾을 방법을 생각해 볼거야.

결국...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테니까!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이 책도 세계문학전집으로 읽었는데, 이 책을 읽기 위해서 우리집 딸들은 번호를 정해놓고, 자신의 순번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읽었다.

추운 겨울날 이불 속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시 읽어야겠다. 

 

 

6. 데미안 / 헤르만 헤세 ㅣ 문학동네 ㅣ2013

 

 얼마전에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다. 청소년기에 그들의 이야기인 <호밀밭의 파수꾼>, <회색노트>등은 한 번쯤 꼭 읽어보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거기에 <데미안>까지.

성장과정에서 아프고 힘들고 외롭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기에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책일 것이다. 그러나 <수레바퀴 아래서>는 마지막 장을 덮는 손길이 떨릴 정도로 가슴이 아려오는 소설이다. 그렇다면 <데미안>은 어떤 작품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 역시 너무 오래전에 읽었기에 다시 한 번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이 성장기 청소년의 이야기임에도 긴 세월동안 고전의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이유를 찾아 보는 것도 이 책을 읽으려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7. 전원 교향악 / 앙드레 지드 ㅣ 펭귄클래식코리아 ㅣ2009

        

    나는 앙드레 지드의 작품 중에 <전원 교향악>을 가장 좋아한다. 눈 먼 소녀를 돌보던 목사의 두 얼굴을 보는 것같아서 가슴이 멍멍했던 기억이 난다.

인간의 참 모습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소설이지만, 내용이 아름답고도 슬펐었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에 대한 진실이 깨진다면 그 충격은 얼마나 클까 ?

이 책을 읽으면서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좁은문>까지 읽으면 더 좋겠다.

 

 

 

 

 

 

 

 

위의 도서들을 <나만의 욕망 리스트에 담겨 된 것은 이번에 출간된 <아주 사적인 독서>에 담긴 7권의 고전을 보고, 예전에 읽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책들 그리고 감명깊게 읽어서 지금까지 소설 속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그런 작품을 담아 본 것이다.

*  아주 사적인 독서 / 이현우 ㅣ 웅진지식하우스 ㅣ 2013

이 책 속에는 고전 7권이 담겨 있다. <마담 보바리> <주홍글자> <채털리부인의 연인><햄릿> <돈키호테> <파우스트 ><석상손님>

세기를 넘어서 공존하는 고전. 그런데, 이 책들 중에 지금까지 미처 읽지 못한 책들도 있고, 학창시절에 읽었던 책들도 있다.

나의 고전읽기는 거의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 걸쳐서 읽었다. 지금은 좀 쉽게 읽히는 책들을 읽는 편이지만, 그당시만 해도 이런 고전들은 청춘들의 필독도서라는 개념이 있었기에 고전을 즐겨 읽곤 했다.

그런데, 그때는 내가 고전을 읽기에는 배경지식이 너무 부족했었다. 많은 책들을 접한 후에 읽었다면 좀더 이해하기 쉬웠을텐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는 고전을 줄거리 위주로 읽었던 것이다. 아니면 고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서 읽기도 했고.

그래서 <아주 사적인 독서>는 나의 고전 읽기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이 책 속에 담긴 7권의 책을 그리고, 오래전에 읽었으나 올바른 독서가 되지 못했던 고전들을 다시 찾아 읽는 기회가 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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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0  ♡

 

     

 

'더글라스 케네디'는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0>로 인하여 독자들에게 충분히 그의 소설에 매혹될 수 있게 해 주었다. 월스트리트의 잘 나가는 변호사인 '밴 브래드 포드'. 그는 어릴 적에 할아버지의 콘도에서 뷰 파인더로 본 세상에 매료되어서 사진작가를 꿈꾸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변호사가 된다. 인생에 있어서의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 그의 인생을 험난한 길로 내몰게 된다.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고 순간의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완전한 범죄를 위하여, 은둔형 사진작가였기에 대중에게 그 모습이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의 삶을 살게 된다.

게리 서머스변신하여 사진작가로서 유명세를 타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되고 사랑도 얻게 되지만, 그 삶 역시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게리 서머스를 교통사고로 죽게 만들고 또다시 얻은 새로운 삶인 앤드류 타벨 삶.

그러나, 세 사람의 삶을 거치며서도 '밴 브래드 포드'는 결코 행복할 수 없었다. 자신이 원하던 사진작가의 삶도 살아 보았고, 부와 명예도 잡아 보았지만, 그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자식에 대한 사랑과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의 삶이 있었기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가지 못했던 노란 길을 그리워하면서, 그 길로 갔다면 지금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한다. 그래서 <빅 픽처>는 세 사람의 인생을 살아 갈 수 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삶을 통해성공과 몰락, 명예와 부, 사랑과 이별, 자녀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출간될 때마다 망설임없이 읽게 되는 것이다. 

 

♧   위험한 관계 /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1 ♧

 

 

작가가 남자임에도 주인공인 여성의 심리를 어떻게 이렇게도 잘 꿰뚫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은< 위험한 관계/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l 2011 >이다.

이미 유럽 독자들에게는 널리 사랑받는 작품인데, 이 책의 주인공은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책 속에서 보여주는 심리묘사는 남자 작가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산후 우울증, 그에 따른 감정의 기복까지도 리얼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특히, 샐리(여자 주인공)가 결혼과 임신, 출산에서 겪는 우울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야기는 <보스턴 포스트>의 중동 동아프리카 전역 담당 기자인 샐리가 겪게 되는 결혼과 출산후의 남편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샐리는 소말리아 홍수를 취재가던 중에 영국 <크로니클> 카이로 특파원 토니를 만나게 되면서 급속히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들은 생각지도 않았던 임신에 의해서 결혼을 하게 되고, 토니가 <크로니클> 외신담당을 하게 되면서 영국으로 함께 가게 된다.
샐리는 유능한 워킹우먼이지만, 영국 <보스턴 포스트>에서의 입지가 흔들리게 되고, 여기에 임신 중독증까지 걸리게 되면서 휴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난산에 의한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서 아들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게 되면서 극심한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이런 와중에 잠깐 형부의 죽음으로 미국에 간 사이에 토니의 잘 꾸며진 계략에 의해서 아들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한 법정공방전이 있게 되고, 샐리는 어디에선가 토니의 헛점을 찾아야만 재판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며, 아들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초반부에는 샐리의 남편에 대한 행동이나 출산 후의 행동이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샐리와 토니는 30대 후반까지 독립적으로 살아오면서 자신의 직장에서 탄탄한 위치를 가지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결혼이 행복을 가져 오기는 힘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토니는 너무도 무심한 남편으로 자기중심적이며, 아내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인물이다.
샐리 역시 오래전의 부모의 교통사고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자신의 아들이 태어나자 마자 혹시라도 잘 못 될 수도 있다는 자책감에 산후 우울증을 앓게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준비되지 않은 부부, 부모 역할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위기감이 감돈다.
그러나 더글라스 케네디가 어떤 작가이던가?
이야기는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로 끝을 맺지 않는다.
소설이 중반이후에 접어 들면서 아연실색할 정도의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남편 토니의 배신, 배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재력가 애인과의 계략으로 아들을 빼앗아가는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는 법정 소설 못지 않은 법정 공방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부부란 과연 "등돌리면 남남이다"라는 말을 뛰어 넘는 무서운 배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 토니에 대한 분노가 치솟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샐리와 토니의 사랑은 한 눈에 반한 운명적인 사랑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대책없는 바람둥이의 순간적인 사랑이었고, 순간적인 결혼 합의 였던 것이다.
임신 역시 예기치 않은 임신이었고, 그것은 깊은 생각을 가질 수 없는 결혼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더 흥미로운 것은 샐리는 미국인으로서 결혼으로 인하여 영국에 거주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오는 영국과 미국 사이의 문화적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그들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언어, 관습, 인간관계, 법적인 부분 들에서 뛰어 넘을 수 없는 문화 차이를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영국인 대 미국인", "영국사회 대 미국사회"의 대결구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토니와 샐리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 여자 대 남자 ", " 진실 대 거짓"이라는 상반된 대결구도까지 겹쳐지게 되는 것이다.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가 여행을 좋아하여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하기도 했고, 그가 미국인이기는 하지만, 영국에서 주로 살았으며, 그의 소설이 프랑스인들에게 각광받기에 그런 모든 점들이 그의 소설 속에는 녹아 있는 것이다.

 

★ 모멘트 /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1 ★

 

<모멘트>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열 번째 소설이자,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세 번째 소설이다. 
역시 <모멘트>도 첫 장부터 빠르고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속도감이 붙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의 내용은 어디선가 읽었거나 드라마도 본 적이 있는  분단 한국의 현실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소설이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날 수 없었던 이야기이지만, 1984년의 서베를린에서는 일어날 수 있었던 그런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통독이전인 1984년, 서베를린을 무대로 전개된다.
미국인 여행작가인 토마스는 서베를린에 있는 방송국 <라디오 리버티>에서 페트라를 만나는 순간에 운명적인 사랑을 예감한다. 페트라는 토마스의 원고를 번역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녀는 동베를린에서 추방당한 여자로 가슴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토마스 역시, 부모들의 원만하지 않은 결혼 생활에서 오는 불안감에서 언제든지 도망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여자와의 결혼이나 그밖의 선택의 순간에 있어서 결정을 못하고  어디론가 도망치게 된다. 그가 베를린에 오게 된 이유도 일종의 현실 도피였다. 
토마스와 페트라는 첫 만남 이후에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데, 토마스는 그들에게 닥친 위기의 순간에 페트라에게 변명의 말 한 마디도 남기지 않고 그녀와의 사랑을 배신한다. 토마스는 그녀가 먼저 배신을 하였기에, 선택한 배신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상황은 그의 마음을 평생 어둡게 하고,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운명적 사랑을 했던 때로부터 25년이 지난 어느날 토마스에게 날아 온 페트라의 소포를 보게 되면서 그가 오래 전에 써두었던 소설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이어서 페트라의 소포 속의 두 권의 노트를 읽는 것으로, 그리고 그후의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전개된다.
" 소설이 소설이 아닐 때는? 작가의 체험담일테지,
설령 그 소설이 작가의 체험담이더라도 작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경험아닌가. 그래, 내 이야기,
내 시각으로 그린 이야기, 그리고 이렇게 세월이 흐른 뒤에 내가 '지금의 나'로 있게 된 이유" (p35)

"우리는 언제나 운명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긴다. 하지만 운명을 조종하는 건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자기도 모르는 새, 자신의 바람과 달리, 우리는 자기 자신의 운명을 조종한다. 아무리 끔찍한 비극과 맞닥뜨려도 우리는 그 비극에 걸려 넘어질 지 아니면 넘어서서 앞으로 나아갈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비극에 맞설지 피할지조 선택할 수 있다. " (p 574)
말하자면 소설 속의 소설인 액자소설과 소설 속의 편지글이 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모멘트>는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1984년이란 시대적 배경 속의 동베를린에 대해서 세심한 묘사 했다는 것이 더 흥미롭다.
잿빛의 도시였던 동베를린,
그리고 장벽을 사이에 둔 서베를린.
두 곳사이에 존재했던 비밀경찰이란 존재.
이중간첩이 될 수 밖에 없는 여인의 이야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은 '더글라스 케네디'가 1984년대에 동베를린을 갔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의 세심한 관찰력과 묘사는 당시의 동베를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작품은 2011년 신작이니, 그 시절, 그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1984년에 작가가 동베를린을 방문했었고, 어딘가에 그 기록을 남겨 두었다가 이제야 풀어 놓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니....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순간"이다.
순간의 선택을 해야 할 때에 항상 도망치고 달아났던 토마스를 통해서 선택의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모든 순간 순간이 모여 지금의 삶을 이루었다 !"는 것을....
"살다보면 행운을 만나는 순간도 있다는 것. 운명의 손길, 별의 기운, 신의 입김 등이 나를 위해 힘을 발휘할 때가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p250)
페트라와의 마지막 날에 그는 왜 그녀에게 말 할 기회를 주지 않았을까?
그는 그 때문에 평생을 페트라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
페트라 역시 왜 운명적인 사랑 앞에서 결혼까지 결심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지 못했을까?
그 순간때문에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그리면서 살아갔는데....
그들에게서 그날의 일을, 그날의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나,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삶의 모습이 아니던가.
그 순간으로 되돌아 가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들은 후회없는 삶을 살았을까? 
" 오랜 세월, 내가 남몰래 페트라를 그리워할 때, 아련한 추억을 떠올릴 때, 내 자신이 망가뜨리고 잃어버린 사랑에 안타까워할 때, 그녀의 해명을 끝내 묵살한 게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플 때....
오랜 세월, 페트라는 여전히 나를 사랑했고, 나와 함께 있었던 것이다. " (p558)
" 이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
순간이 있다.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순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순간, 우리 앞에 놓인 순간,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얻을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알려 주는 순간.
우리는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주 짧은 찰나라도 순간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p592)

<빅 픽처>는 결말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신에 또다른 변신을 거듭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흥미로우면서도 읽은 후에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그에 비하여 <모멘트>는 결말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  중간 중간  소설의 줄거리 보다는 더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들이 산재되어 있다.
그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가지게 해준다. 
삶에 있어서 선택의 순간에 우리는 어떤 행동을 했던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혹시 나도 토마스처럼 선택의 순간에 도망치고는 그 순간을 회피한 것에 대해 오랫동안 힘겨워 하지는 않았던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 소설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운명적 사랑을 통해서 인생의 순간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기에 읽은 후에도 깊은 감동이 마음 속에 남게 된다. 

♤ 파리 5구의 여인 /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2 ♤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중에서 스릴러 요소가 강하게 들어가 있으면서도 로맨스가 담겨 있고, 거기에 판타지 요소까지 가미된 소설은 <파리 5구의 여인> 이다.

책 표지 그림의 아름다운 여인의 머리에 꽂힌 것이 머리핀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소설 속 주인공이 노트북에 열심히 소설을 쓰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바로 이 그림 속에 <파리 5구의 여인>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해리 릭스.

'인생에 있어서 이처럼 처참하게 추락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동안 살아온 날들이 한순간에 곤두박질을 치게 된다.  화학과 교수였던 그는 18살 제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단 한 번의 외도로 그의 명성은 산산이 부서지게 된 것이다.

여제자의 거짓 임신, 그것을 악용한 대학 학장인 가드너 롭슨의 술수로 여제자는 자살을 하고, 해리는 사회적으로 매장이 되었다.

" 내 인생이 산산이 부서진 날, 나는 도망치듯 파리로 갔다. " (p. 5)

파리로 떠나 오게 된 해리는 가진 돈도 없으니, 파리 10구의 터키 이주민들이 사는 파라디스 가의 지저분한 쪽방에서 살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자신이 20 년전부터 쓰고 싶어 했던 소설을 쓰는 것이다.

그것만이 자신이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 '내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리리라'는 생각은 실패한 사람, 바닥까지 내려간 사람들이 흔히 내보이는 허망한 꿈일지도 모른다. 비록 바닥까지 추락했지만 나는 눈물을 흘리며 절망하기보다는 소설로 마지막 기회를 부여잡고 싶었다. " (p. 67)

그러나, 해리의 생활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파라디스 가에서의 생활은 예의도, 도덕도 존재하지 않는 터키인들과의 갈등을 빚게 된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야간 경비일을 하게 되지만, 그곳에서 불법적인 일이 자행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곳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일상 속에서 잠깐 탈피하기 위해서 찾아 간 살롱에서 헝가리 국적의 여인 마지트를 만나게 된다.

오십대 후반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

그녀와의 1주일에 2번의 밀회에서 그들은 자신의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 사람에게는 절대로 치유될 수 없는 비극이 있다. 다만 슬픔을 떠안은 채 적당히 적응하면서 살아갈 뿐이리라. 그러면서 차츰 상실감을 품고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리라. " (p. 189)

'완벽하게 순수한 선의에서 나오는 행동은 없다' 했던가...

 

살롱에서 그에게 다가왔던 파리 5구의 여인.

그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함정으로 들어가는 악마의 덫이었을까.

" 당신이 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내가 당신 인생에 들어간거야" (p. 404)

 

해리 릭스를 둘러싸고 그를 힘들게 하였던 사람들은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사라진다.

그 누군가에 의해서 처참한 모습으로 살해당하는 것이다.

살인의 끝은 어디일까?

해리 릭스는 그 덫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은 차츰 흥미롭게 진행되고, 언젠가 본 스릴러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누군가가 해리 릭스의 일거수 일투족을, 아니 그의 머릿속의 생각들까지를 모두 읽어 내는 것이다.

 

" 마침내 쿠타르 형사가 말했다.

" 선생은 귀신에 씌었군요."

그렇다. 나는 정말로 귀신에 씌었다. " (p.420)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스릴러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라니....

해리는 죽기 전에는 그 악마의 덫에서 빠져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자살로 귀결될 것만 같은 그의 인생이 안스럽게 느껴진다.

 

<빅 픽처>의 마지막 부분처럼, 뒤돌아 보아도 돌아갈 수 없는 너무도 먼 길을 와 버린 그런 느낌이 마지막 문장을 통해서 느껴진다.

해리가 나락으로 한없이 굴러 떨어졌을 때에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 준 일탈은 그의 발목을 잡는 악마의 덫이자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는 블랙 홀이 아니었을까.

책을 다 읽고 내려 놓는 나의 손은 무겁다.

마음은 더 씁쓸하다. 깔끔하게 끝맺음이 되지 않은 상태의 결말은 주인공의 불행을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행복의 추구 1,2 /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2  ▶

       

 <행복의 추구>는 1권, 2권으로 출간되었다. 그런데,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 중에 국내에서 출간된 책 중에 이 책만 읽지를 못했다.

 

◈ 템테이션 /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2 ◈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를 여러 권 읽다보니, 그의 작품 속에서 한 번쯤은 다루었던 소재와 주제가 거듭 나오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템테이션>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너무도 낯익은 이야기들에 '더글라스 케네디'가 주로 쓰던 장치들이 조금씩 변화를 주어서 다시 쓰여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지만 그리 쉽지 않은 상황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행운과 같은 성공,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승승장구, 한순간에 바닥으로 내팽겨지는 삶, 권태로운 결혼생활, 그리고 새로운 여자의 등장, 이혼, 이혼 후에 아이를 그리워 하는 부정, 아이를 만날 수 없게 되는 상황 등.... 그래서 또 그 이야기... 하는 순간, '역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책을 잡으면 놓을 수가 없구나 '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 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

이 소설은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가 배경이다.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데이비드에게 시트콤 <샐링유>의 시나리오가 맡겨지게 되고, 시트콤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2부, 3부를 거듭하게 되는데...

오랫동안 갈망하던 꿈이 이루어지면서 부와 명예는 뒤따르게 되고, 그와 함께 따라오는 것이 새로운 연인 샐리와의 사랑. 어려운 날들을 함께 했던 아내 루시와는 이혼하게 되고.

" 새로운 성취를 이루면 또 다른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이 모든 걸 그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모래처럼 손아귀에서 슬며시 빠져 나가는 건 아닐까? 아니, 더 나쁜 경우는 그 모든 것에 질려 버려 사실은 이전에 이루었던 게 진정 원하던 게 아니었을지 자못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 (p. 121)

미국 8위 부자이자 한때 감독인 필립 플렉의 제안으로 그의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별장에서 즐거운 날들을 보내면서 자신의 무명시절의 시나리오를 개작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 신문 칼럼에서 자신의 글이 표절이라는 기사가 뜨면서 그의 화려한 작가 인생은 끝이 나게 된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진 플렉이 의도적으로 그의 작품들을 자신의 작품으로 둔갑시키고 데이비드를 추락시키기 위한 의도였다.

데이비드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몰려오는 시련 속에서 성공을 했기 때문에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성공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도 어렵고, 성공 후에 오는 추락은 재기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된다.

무명시절에 투덜거리면서도 묵묵히 곁에 있어 주었던 루시, 그러나 자신의 실패를 아는 순간 싸늘하게 변해 버리는 샐리, 그리고 플렉의 별장에서 만나게 된 플렉의 아내 마사.

세 여인과의 사랑은 각각 빛깔이었는데... 루시와의 결별은 후회를, 샐리와의 결별은 무감각을, 마사와의 결별은 아픔으로 남는다. 인생의 타이밍을 놓쳤기에 마사는 너무도 낭만적이지 않은 플렉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게 되는 너무도 낭만적인 사람인 것이다.

" 무엇일까? 우리가 궁극적으로 다다를 곳은 어디일까? 그것이 가장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우리는 '그 어디에' 다다르기 위해 몇 년 동안 애쓸 수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그곳에 다다랐을 때, 모든 게 발 아래에 있고, 자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마지 않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불현듯 낯선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정말 내가 어디에 다다르긴 한 것일까? 아니, 그저 중간 지점에 다다른 게 아닐까? 더 바랄 게 없을만큼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저 멀리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목적지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또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건 아닐까? 종착지가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겠나? 그런 생각들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은 하나였다. '우리 모두가 필사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다. 그러나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나에게는 마사가 그런 사람이었다. " (p. p.446~447)

할리우드에서의 영광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그 영광은 타인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또 그 영광을 차지한 사람은 또 타이에 의해서 끌어내려질 수도 있는 것이니,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은 한순간인 것이다.

인생에는 위기가 있기 마련이고, 그 위기를 통해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무엇인가를,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수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이 행복과 불행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올라 갔던 성공, 그로 인한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

데이비드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서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사랑을 생각하게 해 준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의 전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는 책의 내용을 더욱 흥미롭게 해준다.

그동안 읽었던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중에 <빅 픽처>가 가장 사랑받는 책이라면 그 뒤를 이을 수 있는 소설이 <템테이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으면서도 인생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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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상처를 꽃으로 / 유안진 ㅣ 문예중앙

 

 

  1월에 새로 나온 에세이 중에는 시인의 산문집이 여러 권 보이네요. 시인이 시를 쓰는 짬짬이 일상 속에서 느꼈던 이야기들을 쓴 글들을 모았습니다.

유안진 시인의 시를 좋아하기에 산문집도 기대가 됩니다.

1부: 사랑

2부: 거짓말로 참말하는 여유

3부: 엄마라는 대지는 초록에서 진초록으로.

오늘의 소중한 조각들이 모여서 내일을 희망으로 만들어 줄 것같아요. 사랑, 이별, 가족, 삶...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지는데, 아마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ㄴ다.

 

 

 

 

 

2. 희망을 걷다 / 박원순 ㅣ 하루헌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 백두대간을 종주하신 49일간의 여정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시정을 보시기에도 바쁘실텐데, 언제 이곳을 가셨을까요.

만약, 설악산에서 더 올라갈 수 있었다면, 금강산을 지나 백두산까지 단숨에 다녀오셨을텐데.

그동안 박원순 시장이 쓴 몇 권의 책을 읽어 보았는데, 이 책은 그 책들과는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행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테니까요.

 

 

 

 

 

 

 

3. 오픈 샌드위치 / 데비 리 ㅣ 에이엠 스토리

 

샌드위치라는 단어만 보고 빵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네요, 북유럽 행복 레시피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인생의 여정을 샌드위치에 비유하였답니다.

그림도 참 예쁘네요. 이 그림은 을 그린 분이 그렸기 때문인지, 행복이 물씬 풍기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4.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 마디/ 정호승 ㅣ 비채

 

 또 시인이 쓴 산문집입니다. 정호승하면 시도 생각나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인 <항아지>, < 연인> ,<의자> 등이 떠오릅니다. 이 책 역시 가슴이 따뜻해질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을 듯합니다.

졸업시즌에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어도 좋을 듯합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보다 책 한 권을 선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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