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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좋은 책을 읽을 수 있게 해 주신 신간평가단 담당자님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달에는 어떤 책이 선정될까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기다리던 날들이 행복했습니다.

 

1. 신간평가단 책 중에서 좋았던 책 5권

*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완벽한 날들

 

 

 

 

 

 

 

 

 

 

 

 

 

 

 

 

* 엄마와 함께 한 북 클럽

 

 

 

 

 

 

 

 

 

 

 

 

 

 

 

* 마흔의 서재

 

 

 

 

 

 

 

 

 

 

 

 

 

 

 

2. 그 중에 또 한 권을 고른다면

*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제가 워낙 감성 에세이, 특히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기 때문에 변종모 작가의 책들도 읽었습니다. 애수에 잠긴 듯한 서정적인 글들이 마음에 다가오네요. 그리고 분위기 있는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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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ㅣ 휴머니스트>20권이 얼마후에 출간될 예정이다. 박시백 화백의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가제본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2005년 4월에 1권 <개국>에서 5권 <단종, 세조실록>이 동시에 출간된 것을 시작으로 얼마후에 20권 <고종, 순종실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교양문화의 장을 열었던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 15: 에스파냐>를 마지막 권으로 끝을 맺은 것이 2013년 3월이다.

그리고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15권 '로마 세계의 종언'으로  2007년에 막을 내렸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두고 쓰여진 책들을 한 권, 한 권 읽어가는 재미는 그 어떤 책을 읽는 것보다 더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한 권, 한 권 책이 쌓여 갈 때마다 흐뭇하기도 했고, 다음 권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도 10 여년에 걸쳐서 기획되고 출간된 책이다. 2005년에 첫 권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 이전에 이미 박시백 화백은 '국역 조선왕조실록'을 공부하고, 연구하였으며, 각 권을 쓸 때마다 20 여권이 넘는 다른 관련 서적들을 읽고 그 책 속에서 진실된 역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일반인이 조선왕조실록을 읽기는 힘든데, 이것을 한글로 번역할 경우에 320쪽 짜리 책 413권이 나온다고 하니 조선왕조 500 년의 역사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기록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물론, 이를 기록하던 사관들이 정치적으로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집권 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으며, 특히 <고종, 순종 실록>의 경우에는 일본의 강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음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조선왕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록을 기초로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다른 역사 서적들과 비교해 볼 수도 있고, 실록 속에서 참된 역사를 찾아 낼 수 있는 혜안도 필요한 것이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작가인 '박시백‘ 화백은 '국역 조선왕조실록'과 역사서적을 공부하면서 이 책을 썼는데, '조선 시대 사관의 심정으로, 글로 된 역사를 만화로 풀어 쓰고자' 하였다.’ 고 말한다.

이미 조선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는 수도 없이 많이 세상에 나와 있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 중에는 역사적 사실 보다는 흥미를 위주로 하다 보니 야사(野史)를 바탕으로 하거나, 시대적 배경만 역사 속의 한 시점이지 등장인물은 가공의 인물이거나 작품 속의 시대적 상황들도 허구인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데도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가 역사 속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반하여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철저하게 <조선왕조실록>등을 바탕으로 한 정사(正史)만으로 쓰여졌다. '박시백'은 조선의 역사를 객관적이고도 사실에 입각하여 만화로 풀어 나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권은 19권에 이어서 고종실록을 수록하고 있으며, 끝부분에 순종실록이 실려 있다.

19권에는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이야기가 책의 말미에 담겨 있는데, 20권에서는 한반도에서의 열강들의 세력 다툼을 비롯하여 동학, 청일전쟁, 갑오개혁, 명성왕후 시해사건, 아관파천, 광무개혁, 러일전쟁, 을사늑약, 한일병합, 그리고 그이후의 조선왕실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아마도 이 시대는 조선 500 년 역사 속에서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던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오호, 통재라 !!

을사늑약 당시 <황성신문>에 실렸던 논설인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의 일부를 소개한다.

" (...) 아, 원통하구나. 아! 분하다. 우리 이천만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과 기자 이래 사천년 국민 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히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구나. 동포여 ! 동포여!" (책 속의 글 중에서)

1910년 한일병합으로,

"그렇게 나라가 망한 것이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이 한 컷의 그림은 그 어느 표현이 이 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막하다. 바로 당시의 조선인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

책을 읽는 내 마음도 산산히 무너져 내린다.

덧붙이자면, "박시백의 연재만화는 네컷 만화나 한컷짜리 만평이 아닌, 시사 만화로서는 지면이 넓은 편인 페이지 만화이다. 한 이슈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희화화하거나 패러디를 하는 보통의 다른 만평들과 달리, 그의 만화는 사건의 전후관계 및 배경과 진행, 그리고 작가의 논평 등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줄거리 시사만화이기 때문이다. 그의 만화는 부드럽고 유연한 제시방식과 긴 호흡을 가진 '수필만화'의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시사만화로서의 본질적 임무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 (작가 소개글 중에서)

이런 박시백의 만화 스타일이 조선왕조실록을 그리게 된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그의 만화를 보면 인물들의 캐릭터를 실존 인물에서 찾아 내는 경우도 있고, 초상화나 사진이 남아 있는 인물일 경우에는 그를 기초로 해서 만화의 인물을 그린다고 한다.

대원군, 고종, 순종, 안창호, 김구의 모습을 한 번 감상해 보라.

 

 

 

 

 

그리고 이 책은 가제본이기에 책의 구성과 내용은 끝맺었지만, 그림에 있어서 디테일한 부분이 아직 그려지지 않은 부분들도 있고, 작가가 그 컷에 넣을 사진이 있는 경우에는 빈 공간으로 남겨 놓은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아직 채색이 안 된 상태의 그림들이다.

 

얼마후에 책이 출간되면 서로 비교해 보아도 재미 있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20권으로 출간되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자신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책을 순서에 관계없이 읽어도 그 시대의 역사와 인물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조선의 역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1권부터 20권까지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만, 시대의 흐름에 파악할 수 있고, 조선의 역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가 읽어도 이해하기 쉽게 만화로 풀어 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은 꼭 읽어 보아야 할 조선의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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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를 추천합니다. `구덩이`는 하나의 소설 속에 세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는 느낌이다. 중심 이야기는 보통 학생보다 30kg은 더 나갈 정도로 비만인 학생이 학교에서 특정 학생에게 괴롭힘을 받는다. 그날도 주인공인 스탠리의 노트가 화장실에 처박히는 수모를 당하고 귀가하던 길에 어디에선가 날아와 떨어지는 운동화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초록 호수 캠프`라는 일종의 소년원에 갇히게 된다. 훔쳤다는 운동화는 유명 선수가 신다가 보호시설에 기부한 것으로 비싼 가격에 팔릴 운동화였던 것이다. 호수 캠프에 갇힌 스탠리는 그곳의 아이들과 함께 하루종일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일정 규격의 땅을 파야만한다. 두번째로는 엘리아의 이야기인데,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집시할머니는 돼지를 주면서 그녀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엘리아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엘리아의 집안에는 대대로 저주가 내려오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세번째는 이 호수가 110년전에는 초록 호수로 경관이 아주 좋은 곳이었는데, 이곳에 있던 백인 여선생님인 케이트 바로우와 흑인 양파장수와의 사랑을 이 지방의 사들이 비난을 하게되고, 이를 피해 도망가다가 죽게 되는 슬픈 사연의 이야기인데, 이 사건이후에 이 지방에는 비가 오지 않고 호수가 말라 버리게 된다. 이 세가지의 이야기가 토대가 되어서 처음에는 따로 따로 전개되다가 이야기가 무르익으면서 서로 관련성이 없을 것 같았던 이야기가 몇 세대를 내려 오면서 인연과 운명의 끈으로 이어지게 된다. 말라버린 호수에서 갇힌 아이들이 하루종일 수없이 파는 구덩이의 용도는 과연 무엇일지가 궁금해 지는데 비밀은 이 두 아이에 의해 밝혀지고 보물을 찾는가 했더니 다시 반전이 있다. 방울뱀에게 죽음을 당할까? 하는 생각.... 보물이 든 가방을 빼앗길까? 하는 생각... 그 가방에는 정말 많은 보석이나 돈이 있을까? 그 돈으로 스탠리의 아버지의 발명이 성공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력을 동원해 가면서 읽어 가다보면 정말 흥미롭다. 이 소설의 소재인 소년원, 인종 차별, 아동학대, 목숨을 건 탈출 등 어둡고 긴박한 상황을 작가는 유머 감각을 발휘하여 써 내려가고, 아무런 감정이나 가치 판단을 드러내 놓지 않고 담담하고 간결하게 써 내려간다.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삶이 선과 악, 행운과 불운, 애정과 증오, 자유와 운명의 대립에서 어느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신비스럽고 그 어떤 것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것은 스탠리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다는 불운때문에 소년원에서 하루종일 구덩이를 파야 했지만 결국에 그가 판 구덩이는 올바른 시간에 올바른 장소에 있었던 행운으로 변한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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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연말, 어떤 모임에서 정유정 작가를 만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그해에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던 소설이 <7년의 밤>인데, 그 만남을 계기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건 직접 만나게 된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불꽃처럼 타오르는 작품활동의 열정을 엿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그 누구나 생각했을 것인데, 여성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스릴러인 <7년의 밤>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세밀한 묘사와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잘 표현된 작품이다. 또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흡인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작가의 소설 쓰기 특징 중의 하나가 한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치밀한 자료 조사와 취재가 바탕이 되기에 소설을 쓰는 중간에는 그 어떤 원고 청탁도 받지를 않는다고 한다. <7년의 밤>이 좋았기에,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 보기로 했는데, <내 심장을 쏴라>가 정유정의 소설 중에서 두 번째로 읽게 된 작품이다. 이 소설 역시, 몇 년간에 걸쳐서 완성된 소설을 폐기해 버리고 다시 쓰는 과정을 거듭하여 독자들곁으로 올 수 있었던 작품이다. 특히 소설의 배경이 정신병원 중에서도 폐쇄 병원의 이야기이기에 작가는 수 차례의 의뢰끝에 폐쇄 병원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졌고, 일주일간, 출퇴근 형식으로 병원에 있는 환자들과 병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료 조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것만으로 이 소설이 탄생한 것은 아니고, 작가는 간호사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심사직에 근무한 경력도 있다. 그외에 병원 관련 선후배, 정신과 의사 등과의 폭넓은 접촉을 통해서 많은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의식 속에서 그것을 깨닫고 있다면,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겨울까.... 그런 이야기를 정신병 환자들이 치료받는 폐쇄 병원에서 끄집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유정 작가의 작품의 마력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28> 역시 주저없이 예약판매로 구입하게 되었다. 이 소설 역시 특별한 캐릭터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8일간 화양이란 도시에서 벌러지는 이야기. 너무도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정유정의 <28>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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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작가의 딸이기도 한 한강은 <몽고반점>으로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문장력이 뛰어난 소설가이다. 작가는 1993년에 <문학과사외>에서 시로, 서울신문에서는 단편 <붉은 닻>으로 문단에 등단하게 된다.

그녀의 작품에는 소설, 에세이, 동화 등이 있는데, 한 사람의 작가가  쓴 작품이지만 장르마다 그 느낌이 새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동안 읽었던 한강의 작품들을 여기에 소개한다.

 

<희랍어시간 / 문학동네 ㅣ 2011년)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 이야기

 

 

 

 

 

 

 

 

 

 

 

 

내가 한강을 알게 된 것은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이 실린 책을 통해서 였지만, 그때에는 그리 잘 알지 못하는 작가였기에

그 작품에 대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그후에 책을 통해서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그 책은  <나는 우연을 끌어 안는다 / 노지혜, 바다봄, 2011>였는데, 그 책의 내용 중에 노지혜가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서 문예창작학과를 다니게 되는데, 그때의 선생님이 한강이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강은 노지혜에게 한 권의 책을 선물하는데, 그 책이 바로 한강이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눈물상자>였다. 그래서 읽게 된 <눈물상자>는 '그 눈물이 닿는 것만으로도, 아무리 단단하게 얼어 붙었던 마음도 천천히 녹기 시작하는' (눈물 상자 중에서) 순수한 눈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눈물상자>를 읽으면서 그 짧은 동화 속에 담긴 글들이 마음 속에 큰 여울을 만들어 주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어떤 작가의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그 작가의 작품들을 한 작품 한 작품 조심스럽게 읽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 독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노지혜의 글쓰기 선생님인 한강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 접한 한강의 소설은 <희랍어 시간>인데, 이 책은 독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칭찬이 자자하던 소설이다.

 

( 사진 출처 : Daum 이미지 검색)

한강의 글은 시인으로 등단하여서 그런지 어떤 작가의 글에서도 느낄 수 없는 평범하지 않은 문체가 돋보인다. 어떤 문장들은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치 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의 내용도, 주인공도 평범하지는 않다.

인문학 아카데미 희랍어 수업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남자와 여자.

남자는 유전적으로 할아버지, 아버지, 그렇게 대를 이어서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마흔 살이 다가오면서 그는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남자는 독일에 건너가서 살다가 홀로 한국에 오게 되고, 지금은 희랍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희랍어....

오래 전에 죽은 말, 구어(口語)로 소통할 수 있는 말이다. 그가 희랍어를 공부하게 된 것도 독일 학생들 사이에서 희랍어를 잘 하는 동양 학생이 되기 위함이었다는 것은 그의 독일 생활에서의 어려움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는 한때 사랑을 느꼈던 사람이 있었지만 그녀를 잃게 되었다.

" 그곳은 이곳보다 일곱 시간 늦게 해가 뜨지요. 이제 멀지 않은 날에, 내가 정오의 태양 아래에서 필름 조각을 꺼내 들 때 당신은 새벽 다섯시의 어둠 속에 있겠지요. 당신 손등의 정맥을 닮은 검푸른 빛은 아직 하늘에서 다 새어나오지 않았겠지요. 당신의 심장은 규칙적으로 뛰고, 타오르며 글썽이던 두 눈은 눈꺼풀 아래에서 이따금 흔들리겠지요. 완전한 어둠 속으로 내가 걸어 들어갈 때, 이 끈질긴 고통 없이 당신을 기억해도 괜찮겠습니까." (p 49)

 

여자는 태어나기 전부터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엄마가 임신중에 의사 장티푸스에 걸려서 약을 복용해야 했기에 엄마는 그녀를 유산시키려고 했었다. 그런데, 유산 직전에 태동을 느끼게 되고....

" 하마터면 넌 못 태어날 뻔 했지" 이 문장이 품고 있는 섬뜩한 차가움은 그녀에겐 마음의 아픔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십대에 그녀는 말을 잃어 버렸었다. 그리고 말을 찾았지만, 결혼, 그리고 이혼,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기게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또다시 말을 잃어 버리게 된다.

그녀는 아카데미 희랍어 강좌의 수강생이다.

"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입을 열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소름끼칠 만큼 분명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하챦은 하나의 문장도 완전함과 불완전함,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얼음처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혀와 손에서 하얗게 뽑아져 나오는 거미줄 같은 문장들이 수치스러웠다. 토하고 싶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 (p15)

 

" 조각난 기억들이 움직이며 무늬들을 만든다. 어떤 맥락도 없이. 어떤 전체적인 조망도 의미도 없이. 조각 조각 흩어졌다가 한 순간 단호히 합쳐진다. 무수한 나비들이 일제히 날개짓을 멈추는 것처럼. 얼굴을 가린 냉정한 무희들 처럼 " (p 100)

두 사람이 각각 신체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공통점이기도 하겠지만, 남자가 시력을 잃어가는 것은 운명적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고, 여자가 말을 잃어 가게 된 것은 마음의 상처가 가져다 준 의지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어쨌든 마음에 큰 멍울이 한가득 차 있는 것이다.

이들의 왜 희랍어 시간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희랍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문자이다. 그리고 구어로만 소통할 수 있는 문자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지금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기 보다는 그들의 지난 날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는 희랍어 수업을 통해서 만났고,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그들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희랍어 시간을 통해서도 어떤 공감을 느끼지도 않았었다.

그들에게는 흘러가 버린 시간들, 지나간 세월 속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흔적들은 사라져 가야만 하는 것들일 것이다.

어느날 두사람이 새의 출현으로 겪게 되는 장면들에서 그들은 새로운 인연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고, 서로가 상대방의 모습에서 서로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새로운 인연의 기쁨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 당신은 아마 짐작하지 못했을 테지만, 이따금 나는 당신과 긴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했는데.

내가 말을 건네면 당신이 귀 기울여 듣고, 당신이 말을 건네면 내가 귀 기울여 듣는 상상을 했는데.

텅 빈 강의실에서 희랍어 수업의 시작을 기다리며 함께 있을 때, 그렇게 실제로 당신과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p173)

책의 내용중에는 희랍어의 이탤릭체 문장들이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흥미롭기도 하다. 중간 중간에 나온는 철학적인 사유들 또한 낯설기는 하지만, 이 소설이 가지는 특색이기도 한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3인칭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독자들은 남자와 여자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기도 한 것이다.

 

 

나는 별로 길지 않은 장편 소설인 < 희랍어 시간>을 덮는 순간 한강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노랑무늬 영원/ 문학과지성사 ㅣ 2012>

 

 

 

 

 

 

 

 

 

 

 

 

 

<희랍어 시간>을 시작으로 읽게 된 한강의 소설 중에 두번 째로 읽게 된 소설은 <노랑무늬 영원>이다. 이 소설을 읽기 이전에 한강의  동화와 산문집을 먼저 읽었는데, 장르마다 색다른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 볼 수 있었다. 신선하다고 해야할까, 산문집인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는 작가가 직접 작사하고 작곡하고 부른 노래 CD까지 들어 있었다.

동화는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겨 주었고, <희랍어 시간><바람이 분다, 가라>는 같은 작가의 소설이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이나 그들의 관계, 소설이 전개되는 방식과 문체들이 소설의 형식을 벗어나 있다. 소설의 시제 역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어떤 장면의 바뀜이 없이 그대로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쓰여졌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인물과 인물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이야기의 내용이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런 것들이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읽다보면 글의 내용이 대사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읽다보면 과거의 어떤 싯점으로 이야기가 돌아가 있고, 다시 현재 싯점으로 돌아와 있던 이야기는 과거의 또다른 싯점에 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정희의 이야기인가 하면, 인주의 이야기로 넘아가 있기도, 또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소설의 앞부분에서는 소설을 읽는 속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런 소설의 전개 방식이나 문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의 전체 내용이 큰 퍼즐의 바탕이라면, 그 속의 이야기들은 퍼즐 조각이 되어서, 그것을 맞추어 나가는 작업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큼직한 퍼즐 조각이 아닌, 세밀하게 나누어진 퍼즐 조각이어서, 이쪽에서 맞추다가, 다른 쪽의 퍼즐이 나오면 그 쪽을 맞추어 나가는 고난도의 퍼즐 맞추기와 같은 것이다.

거기에 우주의 신비, 생의 기원과 같은 천제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 그림에 관한 이야기까지 폭넓고 깊이 있는 생소한 이야기와도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바람이 분다, 가라>는 읽기가 그리 쉬운 소설은 아니다.

얼마전에 출간된 '한강'의 세 번째 소설집인 <노랑무늬영원>은 7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단편소설은 장편소설 보다는 짧기에 함축된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자칫하면 작가가 그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감지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노랑무늬 영원>도 한강의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들이라면 쉽게 그런 것들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끝머리에 나와 있는 '작가의 말'를 빌리면,

" 단편은 성냥 불꽃 같은 데가 있다. 먼저 불을 당기고, 그게 꺼질 때까지 온 힘으로 지켜본다. 그 순간들이 힘껏 내 등을 앞으로 떠밀어 줬다. " (p. 308)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수 년 동안 작가의 고통과 그 흔적이 남긴 결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7편의 단편소설에는 자주 나오는 소재들이 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 또는 언젠가 알았던 사람의 죽음에 대한 소식, 특별히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탄하지도 않기에 어긋나게 되는 부부의 이야기, 네팔이나 인도 여행, 꿈(악몽)이야기, 말을 듣지 않는 손 이야기 등이 작품마다 이렇게 저렇게 얽혀서 들어가 있다.

7편의 이야기 중에 <왼손>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왼손때문에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 신경숙의 소설집인 <모르는 여인들>에 실린 '그가 지금 풀숲에서'의 아내의 이야기와 유사하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이 어떤 이유였던간에... 그래서 힘들어 하고, 아파한다. 그러나 외부로 그런 것들을 나타내기 보다는 내면에 숨겨 놓고서.

작품들은 그것마다 특색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여운이 남는 것은 <밝아지기 전에>와 이 책의 표제작인 <노랑무늬영원>이다.

<밝아지기 전에>는 직장 동료였던 은희 언니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노랑무늬영원>은 화실에 가던 중에 검은 개를 피하려다가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그 개를 쳤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그 사고로 인하여 손을 다치게 된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물론, 집안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남편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가게 되고...

그런 중에 어느 사진관에 자신의 사진이 걸려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과거 속의 한 남자를 떠올리게 된다. 등산길에 단 한 번 만났던 그 남자의 근황을 알게 되는데...

그녀가 교통사고가 났던 그 시절에, 그래서 힘겹고 무기력한 인간으로 전락하게 된 그 시기에 그 남자는 미국에서 총을 맞고 죽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친구의 아들이 가지고 놀던 도마뱀의 학명이 '노랑무늬영원', 불도마뱀, Fire Slalmander 이다. 그 도마뱀은 사고로 한쪽 발을 잃었는데, 다시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느꼈던 상실감, 무력감은 이 한 장의 사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2가지 이야기로 인하여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사고로 인하여 힘겨운 2년을 살아 가던 때에 그가 알던 그 누군가는 총탄에 삶을 마감했던 것이다.

타인의 죽음으로 인하여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도마뱀의 잘린 발에서 새 살이 돋아 나듯이, 자신도 언젠가는 아픈 마음과 몸이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파란돌>에 나오는 한 문장도 이 책에 담긴 작품들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여기에 적어 본다.

" 그러니 당신에게 물어도 되겠어요.

거긴 지낼 만한가요. 빗소리를 여전히 들을 만한가요.

영원히 가져오지 못하게 된 감자 생각을 잊었나요.

오래전 꾸었다는 꿈 속의 당신, 부풀어오른 팔로 파란 돌을 건지고 있나요. 물의 감촉이 느껴지나요. 햇빛이 느껴지나요. 살아 있다는게 느껴지나요. 나도 여기서 느끼고 있어요. " (p. 215)

극한 상황에 몰린 냉정한 인간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그들이 더 깊은 곳으로 숨어 버리기 보다는 조금씩 세상곁으로 나올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강'은 이 7편의 소설을 10 여년에 걸쳐서 썼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회복일 것이다.

노랑색이 가진 희망, 그것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동안 읽었던 '한강'의 소설들은 그리 달달한 소설들은 아니다. 그리고 편안하게 '룰루 랄라'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들도 아니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사유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한강의 소설들이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람이 분다 가라/ 문학과 지성사 ㅣ 2010>   한강의 새로운 소설쓰기가 돋보이는 작품

 

 

 

 

 

 

 

 

 

 

 

 

 

<바람이 분다, 가라>는 이전에 읽었던 한강의 작품들과는 또다른 문체의 소설이다.

한강은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 인터뷰를 통해서 "소설의 방식을 부수면서, 동시에 소설의 육체를 가진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작가가 의도했던 소설의 방식을 벗어난 그런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동안에 내가 알고 있던 소설들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점들을 느끼게 된다.

우선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의 대화내용이 대화 표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이나 그들의 관계, 소설이 전개되는 방식과 문체들도 소설의 형식을 벗어나 있는 것이다.

소설의 시제 역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어떤 장면의 바뀜이 없이 그대로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쓰여졌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인물과 인물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이야기의 내용이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런 것들이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읽다보면 글의 내용이 대사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읽다보면 과거의 어떤 싯점으로 이야기가 돌아가 있고, 다시 현재 싯점으로 돌아와 있던 이야기는 과거의 또다른 싯점에 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정희의 이야기인가 하면, 인주의 이야기로 넘아가 있기도, 또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소설의 앞부분에서는 소설을 읽는 속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런 소설의 전개 방식이나 문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의 전체 내용이 큰 퍼즐의 바탕이라면, 그 속의 이야기들은 퍼즐 조각이 되어서, 그것을 맞추어 나가는 작업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큼직한 퍼즐 조각이 아닌, 세밀하게 나누어진 퍼즐 조각이어서, 이쪽에서 맞추다가, 다른 쪽의 퍼즐이 나오면 그 쪽을 맞추어 나가는 고난도의 퍼즐 맞추기와 같은 것이다.

거기에 우주의 신비, 생의 기원과 같은 천제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 그림에 관한 이야기까지 폭넓고 깊이 있는 생소한 이야기와도 만나야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어느날 접하게 되는 단짝 친구 인주에 관한 기사이다. 그 기사에는 인주의 삼촌이 그린 먹그림이 인주의 작품으로 소개되고, 미시령 고개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그녀의 죽음이 자살로 소개된다.

인주에 관한 모든 것을 가진 강석원이란 미술 평론가에 의해서 인주에 관한 평전의 출간과 유고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희는 인주에 대한 애증을 가지고 있는 강석원의 실체와 그가 꾸미는 일들을 밝히려고 한다.

강석원은 인주가 남긴 모든 걸 가진 자, 그림들을, 기록들을, 체취까지 가진 자이다.

인주의 작업실이었던 곳에서 밤에는 광인처럼 밤을 지새우는, 명징한 논리로 인주의 죽음을 자살로 몰아가는 자, 인주의 삶을 신파극으로 만들려고 하는 자이다.

 

강석원의 눈을 피해서 인주의 작업실에서 가져온 사진 뒷면에 희미하게 씌여진 글씨을 토대로 또 다른 사실을 밝혀 나간다.

소설의 초반부에는 정희와 인주와 인주 삼촌 동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면서 그 세사람의 마음 속의 상처들을 더듬어 간다.

서로 가지고 있는 고통은 다르지만, 그 깊이는 그 누구의 상처가 더 깊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아픔들을 간직하고 있는 세 사람, 그 아픔은 그들의 이후의 삶에도 족쇄처럼 따라 다니면서 그들을 억매이게 하는 것이다.

" 내가 아픈 곳은 달의 뒷면 같은 데예요, 피 흘리는 곳도, 아무는 곳도, 짓무르고 덧나는 곳, 썩어 가는 곳도 거기예요. 당신에게도, 누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아요. " (p. 219)

 

사진에서 발견한 희미한 글씨의 뜻을 찾아가다가 알게 되는 인물인 류인섭. 그의 사무실에서 보게되는 미시령 사진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인주의 가족사를, 그리고 그녀의 죽음의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인주의 엄마가 겪은 고통이 무엇이었는가를, 그리고 그것이 훗날 어떻게 얽히게 되었는가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소설의 초반부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건들의 내막은 이 소설의 후반부에서 정희에 의해서 밝혀지게 된다.

이 소설은 작가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후에 다시 쓰기를 거듭하면서 4년 6개월만에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만큼 작가가 자신의 열과 성을 바쳐서 쓴 소설인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다 읽은 후에 <희랍어 시간>이란 소설에서도 나오는 장면들이 여러 장면 겹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새의 등장, 그리고 등장인물 중의 한 여인이 다리를 절고 있다는 설정이 겹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읽었던 부분들이 나중에 어떤 의미로 다가옴을 느끼게 되는 부분들이 있기에 한 번 읽고서는 이 소설을 읽었다고 이야기하기가 좀 힘든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 한강은 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또다른 새로운 면이 발견되는 작가이다.

다음에는 한강의 작품들 중에 가장 먼저 읽었던  동화인 <눈물상자>와 <붉은 꽃 이야기>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눈물상자 /문학동네 ㅣ 2008> 순수한 눈물

 

 

 

 

 

 

 

 

 

 

 

 

앞에서도 썼듯이 <눈물 상자>는 한강이 쓴 동화이다.

눈물~~

한 방울의 눈물이 가지는 의미는 참 많을 것이다.

눈물의 종류도 다양할 것이다.

이 책 속의 눈물을 수집하는 아저씨의 말을 빌리자면,

" 주황빛이 도는 이 눈물은 화가 몹시 났을 때 흘리는 눈물... 회색이 감도는 이 눈물은 거짓으로 흘리는 눈물.... 연보랏빛 눈물은 잘못을 후회할 때 흘리는 눈물... 진한 보랏빛 눈물은 부끄럽거나 자신이 미워서 흘리는 눈물... 분홍빛 눈물은 기쁨에 겨워 흘리는 눈물... 연한 갈색의 저 눈물은 누군가 가엾다고 느껴질 때 흘리는 눈물이란다. " (p16)

눈물에 무슨 색깔이 있으랴만은....

동화의 주인공은 태어날 때부터 눈물이 많았다. 슬픔의 눈물뿐이 아니라, 자연의 현상에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눈물이 많은 아이이다.

그래서 '눈물단지'

" 눈물단지래, 울보래요, 눈물단지래, 울보래요." (p8)

어느날, 놀림의 대상이었던 눈물단지에게 나타난 눈물을 수집하는 아저씨와 그가 가지고 온 검은 가방 속의 수많은 눈물들.

그리고 아저씨 소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복숭아빛 작은 새, 꼬리와 깃털은 신비로운 푸른빛을 띤 푸른 휘파람새. 또는 파란 새벽의 새라고 불리는 새.

아저씨가 찾는 눈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물인 순수한 눈물.

세상의 모든 눈물이 태어나기 전의 눈물.

세상의 모든 눈물이 죽은 뒤의 눈물.

세상의 모든 눈물들 사이에 고인 눈물.

그 눈물에 닿는 것만으로, 아무리 단단하게 얼어 붙었던 마음도 천천히 녹기 시작한단다.

"순수한 눈물이란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눈물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모든 뜨거움과 서늘함, 가장 눈부신 밝음과 가장 어두운 그늘까지 담길 때, 거기 진짜 빛이 어리는 거야. " (p63)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눈물 상자>이다.

요즘, 싸늘하게 식어 버린 마음으로 불의와 부정과 불신이 난무해도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사람들.

힘겹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앞에서도 묵묵히 아무런 마음의 동요를 느끼지도 못하는 사람들.

이렇게 눈물마저 메마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위선의 눈물, 거짓의 눈물인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으니.....

작가가 <눈물 상자>를 쓰게 된 동기는 어린이극인 <눈물을 보여드릴까요?>라는 어린이극을 보고 눈물은 모두 투명하지만 그것들을 결정으로 만들면 각기 다른 색깔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눈물에는 그만큼 다양한 의미의 눈물이 있는 것이다.

그 눈물 중에서 순수한 눈물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이 동화를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이 자기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눈물이 닿는 것만으로도, 아무리 단단하게 얼어 붙었던 마음도 천천히 녹기 시작하는' 순수한 눈물을 우린 흘릴 수 있을까....

 

<붉은 꽃 이야기 / 열림원 ㅣ 2003> 詩說- 시적인 이야기

 

 

 

 

 

 

 

 

 

 

 

계곡에서부터 내려온 맑은 물처럼 청정한 느낌이 좋아서 한강의 소설을 또 읽게 되었다.

시인이기에 문체 역시 서정적인 긴 시를 읽는듯한 느낌을 가지게 해주는 것도 한강의 글에서 느낄 수 있는 산뜻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글 속에 담겨진 내용은 소소한듯하면서도 마음에 깊은 여울을 만들어준다.

불교적 색채가 들어가기는 했지만, 어떤 불교의 교리도 강요하지 않는 듯한 <붉은 꽃 이야기>

한꺼풀 한꺼풀 고운 마음으로 만든 붉은 연등이나 붉은 연등보다 더 붉고 소담스럽게 피어나는 자목련의 모습이나 모두 모두 가슴이 시리도록 큰 아픔을 깨달음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 불빛은 제가 불빛인 줄 알았을까. 붉은 꽃 속에서 제가 밝혀져 있었던 것을 알았을까" (p.102)

<붉은 꽃 이야기>는 주인공 선이가 7살, 남동생 윤이가 4살 되던 해에 사월 초파일 연등식에서 연등을 보게 되면서 시작된다.

 

윤이는 그 많은 붉은 연등들 보다 하얀 연등을 좋아한다. 마치 하얀 꽃인양.

하얀 연등은 죽은 사람에게 달아주는 영가등이니, 뭔가 상서롭지는 않다.

동생 윤이와 함께 연등을 보던 중에 선이는 붉은 연등이 줄지어 있는 연등 행렬에 정신을 잃고 붉은 등을 따라가다 동생을 잠깐 잃어 버리게 되고, 오빠에게 혼된 꾸지람과 함께 빰까지 맞게 된다.

연등을 본 후에 윤이는 또 다시 그 하얀 꽃을 본 날을 기다리지만, 작은 사고로 인하여 죽게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중학생 선이는 절로 들어가게 된다.

 

7살 어린 선이이 본 붉은 꽃, 그 붉은 연등은 인연의 끈이 아니었을까....

윤이를 잃은 마음의 상처는 하얀 꽃이 아닌 붉은 꽃으로 깨달음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닐까.

한 순간에 다가온 인연을 속세를 떠나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로 인하여 깊은 깨달음을 갖게 되는 이야기이다.

소설은 내용이나 문장이나 아주 간결하고 깔끔하다. 그리고 서정적 문체가 이 소설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 이 소설을 통해 우리들이 삶이란 매순간 상처와 각성의 되풀이에 의해서 성숙된다는 것을 깨닫는 데 있다. " ( 시인 박형준의 글 중에서)

<붉은 꽃 이야기>의 내용 중에는 선이가 초파일 연등에서 보았던 붉은 꽃을 그리는 장면들이 묘사되는데, 그와 걸맞게 책 속의 그림이 소설을 돋보이게 해준다.

"붓 아래서 삶과 죽음을 뛰어 넘고, 먹물 유희 가운데 영원의 생명을 노래하라" (원담 스님의 글 중에서)

간결하지만, 깊이있는 소설과 어우러진 그림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잔잔하게 여울지는 연못의 연꽃을 보기도 하고, 바람이 살랑거리는 대나무 숲을 여행하게도 해준다.

그래서 <붉은 꽃 이야기>는 가슴에 큰 여울이 된다.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 비채 ㅣ 2010 > 작가 한강의 또다른 매력을 발견하다.

 

 

 

 

 

 

 

 

 

 

이번에는 작가의 사생활이 담긴 산문집인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산문집이 작가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작가의 성격이나 생각그리고 작가가 걸어온 삶의 여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도 하기에...

그래서 고른 책이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이다.

 책을 읽으려고 했을 때에 페이지 수가 400 페이지를 넘어가면 은근 부담감이 생긴다.

그런데, 한강의 책들은 아주 얇다. 이 책 역시 200 페이지가 채 안된다.

"한강 산문집, 노래 CD 수록" 이란 책표지 귀퉁이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즐겨 듣는 CD려니 했더니, 한강 작사, 작곡, 보컬 이라고 하는 CD가 책 뒷표지 안쪽에 고이 들어 있다.

 

한 권의 산문집을 샀는데, 이게 무슨 횡재란 말인가 !!

그녀는 " 소설을 쓰기 전에 시를 썼고, 시는 원래 노래에서 나왔으니까." (p.6)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냥 마음만 소박하게 담자고....

이 책 속에는 흘러간 추억 속의 노래들이 많이 소개된다. 그 노래에 얽힌 오래되어서 빛바랜 추억담까지.

그녀는 글쓰기 뿐만아니라, 음악에도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꿈 속에서 선명한 피리 소리를 듣고, 꿈에서 깨어나 그 노래의 소절을 적을 수 있으니.

어느날은 가사없이 피아노와 첼로, 목관악기의 합주를 꿈 속에서 듣고 오선지에 그려 넣을 수 있으니.

" 아직도 새로운 노래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잠깐 지나가는 일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걸까. 한두 마디 가사가 입술에 붙고, 다음의 선율과 가사가 한 몸으로 딸려 나오는 순간의 느낌은 그때마다 신비롭다. " (p. 32)

노래에 얽힌 사연도 다양하여, 가곡, 소리, 가요, 팝송 등의 이야기가 정겹게 펼쳐진다.

아버지의 노래인 <황성옛터>, 그리고 어머니의 노래인 <짝사랑>.

그 부분에서 나는 우리 아버지, 엄마의 추억 속의 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의 노래는 <찬송가>가 아니었을까?

그 이외의 엄마가 부르는 노래를 기억하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의 노래는 여러 곡이 떠오른다.

거나하게 술을 드시고 오신 날에 <메기의 추억>이나 <베사메무쵸>를 몇 소절 부르시던 것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버지와 음악에 대한 추억은 그 보다 더 많이 있다.

아버지의 학창시절에 모으고 모은 돈으로 사셨다는 음악가들의 명곡이 담긴 레코드판, 그리고 틈틈이 마련하신 가곡이나 가요 레코드판.

일요일 아침이면 온가족은 골목청소, 화단청소, 마당 청소에 동원되고, 아버지는 그 레코드판을 크게 틀어놓으셨다.

그때 들었던 곡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곡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였다. 간혹 <동백 아가씨>나 <황성옛터>를 트실 때는 우리 딸들은 유치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런 가슴 속에 꼭꼭 간직하고 있었던 오래된 추억이 이 책을 읽으니 솔솔 가슴 속에서 튀어나온다.

한강이 이 책에 소개하는 노래들과 함께 추억을 되새겨 보듯이....

Let it be, You needed me, 황성옛터, 보리수, 엄마야 누나야, 보리밭, 짝사랑,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하남석의 밤에 떠난 여인, 정태춘, 박은옥의 촛불 등.

 

아마도 젊은 세대들은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는 노래들,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노래들도 여러 곡이 있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유행했던 노래들이기에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추억이 깃든 노래들인 것이다.

 

오래된 노래가왜 좋을까?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겠지만, 한강은 이런 글로 답한다.

" 가끔 그렇게 옛날의 감각으로, 아주 오래 모니터에 앉아 이메일을 쓴다. 문자 메세지를 보낼 때도 이렇게 쓸까, 아니면 저렇게 쓸까, 고민하여 몇 분을 보내 버릴 때가 있다. 글쓰는 사람이어서라기보다는, 오랫동안 편지를 쓰던 습관 탓이지 싶다. 오래된 노래가 좋은 까닭은, 혹시 오래된 마음이 좋아서 일까?" (p. 119)

" 우리가 가장 나약할 때, 가장 지쳤을 때, 때로 억울하거나, 서럽거나 후회할 때, 가장 황폐할 때, 길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나무는 그 자리에 있다. 땅 속 캄캄한 곳에서부터 잔뿌리들로 물줄기를 끌어올려 잎사귀 끝까지 밀어 올리며. 그러니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때로 이들을 바라보기 위해서라도, 고요한 몸, 더욱 고요한 눈길로 이들을 떠올리기 위해서라도. 어느날 거울을 보았을 때, 내 그을린 얼굴 대신 한 그루 낮고 푸른 나무가 비칠 때까지." (p.142)

한강의 글이 다소곳한 듯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조용히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을 주듯이, 한강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부른 10곡의 노래도 그녀를 닮아 있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작품들, 그 속에는 작가의 서정적인 문장들이 돋보이고, 그 문장들은 모여서 읽은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기듯, 그녀의 노래도 그렇게 나지막하게 울려 퍼진다.

 

이렇게 한강은 단아하면서도 시심이 담긴 문체의 글들을 많이 쓰는 작가인데, 각 작품마다 독특한 색깔을 가진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앞으로도 작가의 책 중에서 아직 못 읽은 작품들을 골라서 읽으려고 한다.

한강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위에 소개한 책 중에 한 권을 우선 읽어 보도록 권하고 싶다. 그러면, 아마도 한강의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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