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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찬란한 멸종 1 - 여섯 번째 대멸종과 사라진 털보관장 ㅣ 어린이를 위한 찬란한 멸종 1
우렁각시탈 지음, 신재미 스튜디오 그림, 이정모 감수, 『찬란한 멸종』 원작 / 다산어린이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세를 살고 있다. 인류세는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고생대, 백악기, 쥐라기와 같은 지질시대 명칭이다. '인류세'란 '인간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뜻하는 말로 인간이 자연을 교란하고 훼손시키면서 초래한 환경위기가 대두되면서 만들어진 표현이다. 올해 여름 열대야와 폭염이 지속되는 기후 현상을 겪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섰다는 것을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인류가 파괴한 자연생태계를 복원하고,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여러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시점이고 말이다.
그래서 이정모 관장의 <찬란한 멸종>이 출간되었을 때 제일 먼저 읽어 보았다. 기후위기와 인류의 멸종 위기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는 책이라 언젠가 아이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예 어린이 버전으로 출간이 되어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읽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찬란한 멸종>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학습만화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야기는 인류가 멸종한 2150년에 시작된다. 2040년의 털보관장이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사라지게 될 인류를 걱정하며, 한 어린이를 냉동 캡슐에 잠들게 해두었다. 아이의 이름은 자연, 자연이 언젠가 깨어나 우리 인류가 사라진 이유를 찾아 다시 길을 만들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남겼다.
그리하여 2150년 5월 16일 11시 11분, 현재 온도는 섭씨 31도, 습도는 32%다. 자연이는 정해진 냉동 수면 시간보다 50년 일찍 깨어난 상태였다. 며칠을 돌아다녀도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는 세상이었다. 지구의 모든 인간이 사라졌고, 보이는 건 동물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뿐, 털모 관장의 메시지를 받은 자연이는 현재의 소년, 필호를 찾아온다. 그리고 필호와 함께 고생대의 캄브리아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위기에 빠진 털보관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공룡을 좋아한다면 중생대의 여러 시기는 익숙할 것이다.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가 중생대에 해당된다. 중생대 바로 이전이 고생대인데, 삼엽충이 등장하며 생물 다양화가 시작된 캄브리아기가 처음이고, 이후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로 이어진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 전에 지질시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질연대표가 잘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자연이와 털보관장, 그리고 필호는 각종 단서를 수집해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막기 위해 움직인다. 그 과정 속에서 여러 멸종 생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삼엽충, 아노말로카리스, 메가네우라, 칼라미테스, 에데스투스, 디메트로돈 등 아이들이 잘 알만한 것들도 있었고, 낯선 것들도 있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멸종 생물 도감이라고 해서 새롭게 등장한 생물들을 정리해서 보여주고, 멸종 돋보기를 통해서 해당 지질 시대의 중요한 특징들에 대해 추가 설명이 되어 있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아노말로카리스의 해명, 메가네우라의 일기, 칼라미테스의 경고, 에데스투스의 고백, 아르트로플레우라의 위로, 디메트로돈의 유언 등으로 각각 멸종 생물들이 친근한 말투로 직접 말을 건네는 페이지였다. 나 그렇게 무서운 절지동물 아니야! 라는 아노말로카리스와 산소와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에 대해 알려주는 메가네우라, 칼라미테스가 들려주는 석탄기에 오고 있는 큰 변화에 대해서 읽다 보면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학습만화 형식으로 펼쳐지는 모험담도 흥미진진했는데, 특히나 이정모 관장은 만화 캐릭터를 너무 똑같이 탄생시켜서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여러 멸종 생물들을 마주하고, 각 지질 시대에 대해 배워가며 생명의 경이로움과 자연의 위대한 변화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면 좋을 것 같다. 각 장이 시작될 때마다 <찬란한 멸종>의 한 페이지에서 해당되는 내용을 발췌해서 수록해주는데, 담고 있는 내용이 많은 만큼 <어린이를 위한 찬란한 멸종>이 시리즈로 여러 권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