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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등산가의 호텔 ㅣ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 현대문학 / 2021년 9월
평점 :
첫 시작은 전형적인 추리 소설? 밀실이 등장하며 알리바이가 의심스러운 자들도 나타난다. 뭔가 치정이 얽힌 듯 하고, 폭력배와 관련된 일 같기도 하다. 눈사태로 인해 고립되면서 마치 고전적 추리소설처럼, 혹은 김전일의 그 뻔한 이야기 전개처럼(그런데 왜 매번 속으면서도 그 고립과 밀실의 트릭에 입을 헤 벌리고 보게 되는 걸까. 어느 순간부터 김전일이 자꾸만 범인같이 느껴진다 )
페테르 글렙스키 경위는 휴가를 위해 이 곳 <죽은 등산가의 호텔>을 찾는다. 주인은 스네바르, 그리고 일을 돕는 카이사와 세인트 버나드 렐이 살고 있다. (이 소설에서 역시나 렐이 제일 맘에 든다.)
이 곳엔 듀바론스토크르라는 유명한 마술사와 그의 조카 브룬, 물리학자인 시몬시모네, 모제스와 모제스 부인, 수상한 올라프와 힌쿠스 등이 머무르고 있다.
이 곳에서 눈으로 고립된 사이, 올라프가 살해된다.
은제총이 등장하고 이상한 기계도 발견된다.
그리고 이 추리소설은 묘한 결말로 달려간다. 추리소설의 정석을 비웃듯.
클래식하고 전형적인 시작에서, 범인이 이렇게 황당한 경우가 처음이지 않을까.
모제스가 모제스부인 위에 올라타, 채찍을 휘두르며 달리는 모습에선 한참을 웃었다.(야한 류의 묘사가 절대 아님)
추리가 필요없는 추리소설, 트릭이니 뭐니 한방에 해결하는 범인의 정체.
새롭고 신선함 인정, 그러나 난 여전히 아가사 크리스티의 길고도 긴 묘사 후에 서로의 사연들을 오순도순 나누며 범인을 잡아내는 에르큘 포와르식 추리에 길들여져 있나 보다. 혼자 심각하게 밀실트릭을 풀어보려고 용 쓴 후의 허탈감이 좀 있었지만, 그것 또한 구태의연한 내 고정관념 아닐까. 고정관념을 깬 추리 소설, 웃으면서 읽어 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