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8 (완전판) - 버트럼 호텔에서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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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 71권이 책장에 나란히 늘어서 있는데 그 중 읽은 책은 10손가락 안에 꼽힌다. 급하게 마음 먹지는 않는다. 이번 책과 마찬가지로 읽을 계기가 생겼을 때 찬찬히 읽어나가면 되니까. 알베르토 망구엘의 <끝내주는 괴물들>이란 책에서 책 제목이 나왔을 뿐이지만 이때다 하고 바로 집어들었다. 소설 속 인물들을 다루고 있는 책인데, 자신의 세계 속 시간이 멈추어 버린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등장한 책이었다. 소설을 읽다보니 왜 이 책이 언급되고 있었는지 알듯했다. 

1840년경에 처음 생긴 버트럼 호텔은  1955년이 되었을 때  1939년 당시의 모습을 되찾았다.  영국인, 미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오래된 런던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방문하는 곳이었다.'마치 10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같다니까. 정말 영국 모습 그대로야!'와 같은 감상을 내뱉는 이들.  항상 뜨개질감을 가지고 있으며 관찰력이 뛰어난 제인 마플도 어린 시절 이곳을 다녀갔던 추억을 찾아서 와있었다.  호텔은 완벽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마플 부인은 진짜와 가짜가 섞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호텔의 손님이었던 건망증이 심한 성직자 페니파더 참사회원이 사라진 사건, 총격에 의해 수위가 죽는 사건, 우편열차 강도 사건이 얽혀있었다. 과거의 영광을 고스란히 간직한 성처럼 보였던 버트럼 호텔의 실제 모습은 달랐다.  단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원하는 이들의 생각을 이용했을 뿐. 어떤 식으로든 삶을 즐기면서 살고자했던  모험심 강한 여자,  결국 돈이 목적이었던 한 여자, 사람들의 환상을 이용해 교묘하게 배를 채우고 있었던 크나큰 악의 집단이 중심에 있었다. 마플 부인의 탁월한 관찰력과 유능한 데이비 경감의 공조하에 사건은 해결이 되었지만, 진짜 범인을 놓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가 원하는 결말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이었다.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보다 제인 마플이 등장하는 소설은 차분한 이미지다. 아무래도 나이 지긋한 노부인으로 삶의 연륜이 묻어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호기심은 많고 관찰은 하지만 툭툭 나서지는 않는 모습, 다른 이들의 관심 밖에 있기에 오히려 더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그게 제인 마플의 매력인듯하다. 소설의 줄거리보다는 제인 마플이 내뱉는 말들이 맘에 남았다. 사람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아쉬워하지만 절대 돌아갈 수는 없고, 변화를 거부한다고 해서 무작정 변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세상의 시계에 맞춰서 한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우리는 버트럼 호텔을 벗어나야하는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근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예전 그대로니까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즐겁고 행복했던 지난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나는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사람은 절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과거로 돌아가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인생의 본질은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인생은 일방통행이쟎아요. 안 그래요?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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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07: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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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9-12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있군요 그렇게 있는 것만 봐도 기분 좋을 듯합니다 언젠가 한권씩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듯합니다 한권씩 천천히 보면 되죠 다른 곳에 나온 걸 보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

지난날로 돌아가지 못하는데, 지나간 시간을 더 좋게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정말 좋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 그때가 더 낫다 생각하는 걸지도... 시간은 흘러가네요 흘러가는 건 잡지 못하죠 그래도 기억은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까지만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희선
 
















사실 호기심 때문입니다. 사라진 성직자를  찾으러 버트럼에 가게 된 건 사실입니다. 그러다......흥미가 생긴 거죠.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이따금 한 가지 일을 하다 보면 그것이 또 다른 일로 이어지곤 하지 않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p210



이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경감님, 내가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것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결코 남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 해도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하니까요. 가끔 다른 사람들이 현명하지 못한......그러니까 때로는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게 눈에 보이쟎아요. 하지만 내가 끼어들 권리는 없쟎아요? 대개는 그럴 권리가 없다고 생각해요.-p222

처음에는 근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예전 그대로니까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즐겁고 행복했던 지난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나는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사람은 절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과거로 돌아가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인생의 본질은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인생은 일방통행이쟎아요. 안 그래요? -p228

당연하죠. 안 될 게 뭐 있겠어요? 공공장소였는데. 당신이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밖에 있는 남자를 불렀을 때만 해도 , 두 사람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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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4: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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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2: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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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조지 버나드 쇼- 돈 후안에 대한 희곡 [인간과 초인]중에서 .

우리가 정치적 역량을 키우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로 망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더 오래된 대안들이 실패하는 바람에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채택하게 된 제도다.독재주의는 유능하고 자비로운 전제군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패했다지만 , 인구 전체가 유능한 투표자여야 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얼마나 되겠는가?  - p 78

정치가와 국민의 정치적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되는  문장이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몇몇 작가들이 이와 유사한 서사적 목적으로 잠자는 공주의 방법을 모방했다. 세상을 한 순간 속에 보존하기 위해, 먼지투성이 성이나 매몰된 폼페이 유적 안에 살아 숨 쉬는 상태 그대로 얼려 두기 위해. 워싱턴 어빙의 [립 밴 윙클] 이야기에서도 , 제임스 힐턴이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묘사한 샹그릴라의 수도원에서도, 아돌프 비오이 카사레스의  [눈雪의 위증]에서도,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보탄이 브륀힐데를 잠재울 때에도, 애거사 크리스티의 [버트럼  호텔에서 ]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p107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있지 않을까 찾아봤더니 있었다. 9월은 친구랑 추리소설을 중점적으로 읽어보기로 했기에 이 책도 픽해뒀다.


커소번

커소번은 1년 전 읽었던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 인물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궁금해서 가장 먼저 읽었는데 여기서도 재미있어보이는 소설을 한 권 발견했다.

보르헤스가 역사상 최고의 탐정소설이라고 평가한 이든 필포츠의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에서 주인공은 이상적인 배우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p208

이 책도 그냥 넘어갈 수 없지. 구입을 할까, 중고서점에서 살까 고민했는데, 집에 있었다. 
2012년에 난 왜 이 책을 구입했던걸까? 12년 동안 나는 왜 읽지 않았을까? 이번에 읽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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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16: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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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08: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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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9-09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에 나온 책을 알게 되면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죠 애거서 크리스티 책이 있고, 예전에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을 사두었다니... 이 소설은 에도가와 란포도 좋아했다고 하네요


희선

march 2024-09-10 08:12   좋아요 1 | URL
특히 가지고 있는 책이지만 읽지 않고 있었을때 읽을 계기가 확실히 되는 것같아요. 어쨌든 사고싶은 맘이 들때는 사두자, 언젠가는 읽을 날이 온다.ㅋㅋ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들도 궁금해요.^^
 
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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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더펠 수사는 자신이 지배하는 왕국의 그 어떤 부분도 소홀히 할 사람이 아니었다. 수도원 담장 밖에서는 사촌 간인 스티븐 왕과 모드 왕후가 잉글랜드의 왕권을 둘러싸고 수많은 인명과 재물을 희생시키며 일대 각축을 벌이고 있었지만 말이다.-p23

1권과 마찬가지로  수도원 텃밭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을 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덤덤한 모습으로 맡은 바를 충실히 하고 있는 캐더펠 수사. 1138년 왕권을 둘러싼 내전 중 스티븐 왕은 반역의 무리 94명을 모두 처형했다. 수도원장과 함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성으로 갔던 캐더펠 수사는 공개처형된 사람들의 시신과는 다른 모습, 다른 곳에서 살해당한 것이 분명한 시체 한 구를 더 발견했다. 

"그러나 프레스코트 장관님, 처형된 이들 중에는 숲속에 숨겨진 한 장의 나뭇잎처럼 은밀하게 살해된 사람이 하나 끼어 있습니다. 장관님은 제가 그를 찾아낸 것을 유감스럽게 여기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설혹 제가 못 봤다 할지라도 하느님까지 이를 보지 못하실까요? 설령 장관님께서 저를 침묵시킬 수 있다 쳐도, 제가 입을 다문다해서 하느님까지 침묵하시리라 생각하십니까? "-p 77

이렇게 살인 사건을 조사하게 된 캐더펠. 살인이 정당화되는 전쟁터이고, 전쟁터에서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은 죽음이 있겠냐마는 이건 다른 이야기였다. 헛된 죽음을 만들 수는 없었다. 결말은 당연히 살인자를 찾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지만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촘촘하게 얽혀 있었다. 진심은 서로 통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진심을 다하는 사람들. 범인은 정체를 감추고 있어서 예외라고 해야겠지만 착한 사람은 계속 착한 사람이었고, 타인을 배신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 점들이 추리소설에서는 마이너스가 될지 모르겠다. 등장인물들을 이야기하자니 스포가 될듯해서 할 수가 없다. 매력적인 인물이 침 많은데. 십자군 원정에 참여해 성지를 누비고, 전투가 그칠 날이 없다시피 한 성지의 해안을 순회하는 배의 선장으로 10년이나 일한 사람이라 강한 이미지지만, 캐더펠 수사가 인간을 대하는 모습은 한없이 따뜻했다. 그리고 노련했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역으로 이용할 줄 알았다. 추리소설이 서정적으로 읽히는 경험은 이 시리즈가 처음인듯하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을 따라 가다보니 목적지에 도달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어떤 이에게는 고통이 될지도 모르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 문학에서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것들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그 틀을 과감히 깼다. 1권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특별했던 것처럼 , 2권에서는 때론 진실을 묻어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했던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캐더펠 수사는 특별하고도 매력적인 탐정이다.  

"하지만 이건 정의가 아닙니다. 수사님과 저는 한 사람이 저지른 죄의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내야 했고, 또 다른 사람의 진실은 은폐하지 않을 수 없었죠." "정의에 대해 하는 말인데, 정의는 전체 이야기의 절반도 채 안 되기 마련이오."-p366,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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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9-07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을 이용해서 누군가를 죽인 사람 있겠습니다 자신이 죽이고 싶은 사람보다 그저 사람이 죽이고 싶었던 사람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재해를 이용해서 누군가를 죽이는 일도 있군요 어떤 건 밝히기도 하고, 어떤 건 숨기는 게 나을 때도 있을 듯한데...


희선

march 2024-09-10 16:26   좋아요 1 | URL
그런 상황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네요.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봐요. 몰라도 되는 진실도 있지 않을까요? 모르는게 약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순간 그녀는 봄철에 한꺼번에 녹아내린 눈처럼 펑펑 눈물을 쏟다가 이내 봄날 햇살처럼 환히 웃었다. 가슴 아픈 일도 많고 기뻐 할 일도 많았기에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변덕스러운 4월 날씨처럼 울었다 웃었다를 반복했으나, 결국은 인생의 4월이라 할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든 여인답게 햇살처럼 밝은  희망 쪽이 승리를 거두었다.-p 64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5 :할머니라는 세계' 중 한 권 이었던 <4월의 유혹>이 생각나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책을 통해 배우며 살아가기 마련이지!  - p291

제발 좋은 것들만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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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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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14: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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