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면 가장 먼저 신간 코너를 훑어본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단순히 이끌리는 책들, 출간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등 보석같은 책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이 책이 시선을 끌었다. 커다란 판형, 표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그림, '문학'이라는 매력적인 단어. 문학의 대표적인 공간적 배경이 되었던 장소를 그림으로 담은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5권의 문학을 다루고 있었다. <폭풍의 언덕>, <작은 아씨들>, <안나 카레리나 >등 익숙한 작품도 있었지만 , 그 중 10권은 작가도 이름도 생소한 작가였다.
책의 구성은 단순했다. 책 줄거리와 지은이 소개, 책 속 문장 몇 줄, 그리고 문학 속의 대표적인 풍경을 그린 그림이 전부였다. 책 제목이 <문학 속의 풍경들>이라 그림에 힘을 주기는 했겠지만, 사실 모든 것이 너무나 간단명료해서 당황스러웠다.
작품 속에 담긴 풍경은 사랑과 미움, 의심과 변화, 기쁨과 슬픔,
비밀과 거짓, 우연한 만남과 모험과 같이 세상을 살아가며 한번쯤 마주하게 될
삶의 다양하고도 특별한 순간들을 깊고도 눈부시게 펼쳐 보인다.
오랜 자유와 갈망이 담긴 풍경에 젖어들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풍경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뒷표지
작품 속에 담긴 풍경은 그럴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런 깊이를 느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기획 의도는 분명 나쁘지 않았지만, 뭔가 너무나 부족한 느낌이었다.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 영화 '닐스의 모험'(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닐스의 신기한 여행>을 만났을 때는 기뻤다. 저자 셀마 오틸리아 라겔뢰프가 노벨 문학상(1909)을 받은 최초의 여성 작가라는 사실도 알게 되고, 작년에 읽었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마지막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그림을 봤을 때는 다행이다했다. 그 외에는 그다지 맘에 남는 것이 없었다. 기대가 너무 컸나? 이 책을 읽는 방법이 잘못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