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둘러보다가 일본 추리소설을 다루고 있어서 채널 고정.

김은모 번역가. 문학동네 장르 소설 브랜드 엘릭시르에서 나오는  잡지 미스테리아를 만드는 김용언, 
디엔씨미디어 의 일반서 브랜드 리드비의 편집장 윤영천 세 사림이  일본 레전드 추리소설  10권을 소개했다.

이 중 읽은 소설은 화차, 용의자 X의 헌신, 고백, 점과 선. 단 4권.
일본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몇몇 작가에 국한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강렬한 첫 문장으로 소개하는 방식이 좋았다. 
유일하게 첫 문장을 듣고 알아맞힌 소설은 한 편.
마쓰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 > 이었다. 

여기 소개된 소설들은 모두 읽어봐야지.
독서 리스트가 생기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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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8-30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인장의 살인》 《빙과》 《점과 선》 세권 빼고 나머지 일곱 권 읽어봤군요 거의 일본 추리 미스터리를 알았을 때 우연히 봐서 제대로 못 본 듯도 합니다 미쓰다 신조 소설은 본 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지만...


희선

march 2024-09-05 20:22   좋아요 1 | URL
많이 읽으셨네요. 저는 좀 편중되어 있는 것같아요.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를 많이 읽었고, 희선님 덕분에 나카야마 시치리도 많이 읽었어요.^^ 여기 있는 작가들 궁금해서 찾아보려구요.
 
마치 박사의 네 아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브리지트 오베르 지음, 양영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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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트 오베르란 작가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소설. 데뷔작이라는데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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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박사의 네 아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브리지트 오베르 지음, 양영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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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기욤 뮈소,  미셸 뷔시가 떠오른다. 그들의 책은 출간할 때마다 찾아 읽곤 했다. 그렇게 읽은 작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작가의 추리소설이라고 하니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이 작가는 이름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다 생각하고 읽어보기로 했다. 제목에 내 닉네임인 '마치'가 들어가서 더 흥미를 느꼈던 부분도 있다. 표지가 왠지 촌스러워 보였는데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면 심오한 뜻이 담겨있음을 알게 된다. 심지어 표지와 책등이 야광이다. (오홋!,꼭 어두운 곳에서 비춰보시기를)

사실, 그렇게 큰 기대를 하고 읽은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몇 장을 넘기자 마자 새로운 구성에 훅 빠져들었다. <살인자의 일기>와 <지니의 일기>를 번갈아 보여주며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 가장 먼저 등장한 <살인자의 일기>에서는 자신은 살인자이며 마치 박사네의 네 쌍둥이 아들 중 하나이며 살인을 즐기는 사람임을 밝히고 있었다. 지니는 마치 박사네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로 감옥에 있기도 했고,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친 상태이며. 알코올 의존자이다. 지니는 우연히 <살인자의 일기>를 발견하고 읽게 되면서  <지니의 일기>에 기록해 나간다. 만약, 일하는 집에 살인자가 살고 있다고 하면 도망가는 것이 인지상정일텐데, 살아온 과정이 특별해서 였을까? 일기장을 건드린 것을 알게 된다면 자기가 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살인자를 찾아내기로 마음 먹었다. 살인자는 지니가 일기를 읽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그 이후에는 일기장에 지니에게 전하는 메세지를 남기기 시작한다. 지니는 두려워하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용감한 지니, 유머러스한 지니. 18살 네 쌍둥이 중에 누구일까 관찰해보지만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중에 살인자는 5건의 살인을 저질렀다. 도대체 누구일까 ? 지니는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지니가 역으로 살해 당하는 것은 아닐까? 두 사람의 일기로만 전개되는데도 긴장감은 커져만 갔다.

본문이 301페이지인데  292페이지까지 읽었을 때 까지도 작가는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았다. 이쯤 되니 어떤 결말을 만나게 될지 정말 궁금해졌다. 마지막 9페이지에 작가는 시원하게 정답을 알려주었다. 세상에, 이야기가 이렇게 되는거였구나.  앞으로 다시 넘어가 몇 장면을 다시 읽어보니 알 수 있었다. 그런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였구하는 것을. 소위, 바보 도 터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라면 293페이지 이후로는 절대 눈을 돌려서는 안된다. 작가는 경기 시작, 선수들 원위치, 랠리, 반칙, 매치포인트 등 스포츠가 진행되고 있는 듯 목차를 잡았다. 반드시 ' [경기 시작]  살인자의 일기'를 시작으로 스포츠맨십을 가지고 정주행 하시길 바란다. 

브리지트 오베르는 1956년 3월, 프랑스 칸 출생이었다. 이 책은 첫 장편소설 (데뷔작)로 1992년에 쓰여졌다. 우리 나라에는 두 번째 작품인  [철의 장미]가 1995년 고려원에서 출간된 것이 처음이었고, 이 책이 두 번째였다. 제법 많은 작품을 써왔고, 지금도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장르문학 기획자 임지호는 '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페어플레이나 정교한 논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자보다는 , 이야기의 긴장감과 의표를 찌르는 진상 자체를 즐기는 독자에게 잘 맞는 작가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은 분명하다' 라고 말했다. 나는 후자였나 보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으니까. 브리지트 오베르의 다른 책들이 출간된다면 꼭 읽어볼 생각이다. 관심작가로 등록해두고, 새 작품을 기다리는 즐거움을 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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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8: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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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6: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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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0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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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6: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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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인의 키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승주연 옮김 / 녹색광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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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려 600여 편이 중단편 소설을 썼다고 하는 체호프. 그 중에서 내가 읽은 소설은 40여 편 정도가 된다. 공통된 느낌은 어느 하나 가벼운 소설이 없다는 것. 어느 작가든 가볍게 쓰려고 하겠냐마는 길이에 상관없이 묵직한 울림이 느껴진다. 그래서, 체호프의 작품을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낯선 여인의 키스>와 <6호실>은 읽은 기억이 있었다. 다 읽은 후에 가지고 있는 책들을 찾아보니 <농담>과 <검은 수사>도 읽었던 작품이었다. 이런!  이래서 재독이 필요한거야.  각 작품들에 대해 간단한 감상을 남겨두려한다.


농담 : 실컷 타인의 마음을 혼란에 빠트리거나 기분 상하게 하고서는 농담이었어라고 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농담 속에도 진심이 어느 정도는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소설 속 남자에게는 진심이 있었을까? 왜 그런 말을 했는 지도 모르는 남자가 있고, 확신은 없지만 자신을 사랑한다는 남자의 말을 가장 행복하고 감동적이며 아름다운 기억으로 간직하는 여자가 있다. 이런 농담은 선한 농담이라고 해야할까?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 여행지에서 만난 두 남녀가 정사를 나누고 각자의 가정을 돌아갔다. 구로프는 지금까지 만나왔던 여자들처럼 그녀도 기억 속에서 금방 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감정은 더욱 더 강렬해졌다. 결국, 안나를 찾아가게 되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게 된 그들은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다. 구로프는 가족이 있고 일이 있는 이 삶이 진실인지,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그 시간들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다른 사람도 모두 그럴거라고 합리화했다. 


밤이 되면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듯이 인간은 누구나 진실된 인생, 가장 흥미로운 사람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은 비밀 덕분에 버틸 힘을 얻으며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에 교양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애쓰는지도 모른다.-p 49 

그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합리화 하겨 했고, 어떻게 하면 함께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이야기헸다. 체호프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햇다. 두 사람 모두 그들의 사랑이 끝나려면 한참 먼 길을 가야하며,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체호프의 영향을 받아 썼다는 작가 부닌의 '일사병'이란 소설을 보면 하룻밤만 보내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후 방황하는 남자의 모습만을 볼 수 있었는데, 체호프는 다시 만나게 함으로써 더 큰 숙지를 안겨줬다. 그들이 사랑이라고 믿는 이 불륜의 끝을 체호프는 어떻게 결말을 내고 싶은 걸까?


진창어떻게 이렇게 절묘한 제목을 붙였을까? 사촌 형제가 한 여자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라니. 가관이다. 그래도 부끄러운 줄을 아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팜므파탈같은 여자가 결혼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나는 사람들이 왜들 그렇게 결혼하려고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삶은 너무 짧고 자유도 적은데 거기에다 자신을 자발적으로 구속까지 하려 드니 말이에요."


귀여운 여인 :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여자.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는 빛났고, 호감을 주는 여인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관심을 가질 존재가 없을 때는 피폐해졌다.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것, 누군가에 의해서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고,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끔찍한 건 이제 그녀가 그 어떤 일을 해도 아무런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 주위에 있는 사물들을 보고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을 이해했지만, 자기의 의견이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몰랐다. 자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건 얼마나 끔찍한가! -p102

검은 수사코브린은 시골에서 보내라는 조언을 듣고 과거 후견인이자 스승 페소츠키의 집에 갔다. 페소츠키는 아름다운 정원과 과수원을 가꾸고 있었다. 그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딸 타냐와은 좋은 감정을 나누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타냐에게 '검은 수사'에 대한 전설을 이야기하는데, 검은 수사가 코브린 앞에 나타났다. 사실 검은 수사는 코브린에게만 나타나는 환영이었고, 코브린은 학문을 하며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페소츠키가 정원을 가꾸는 사람으로 나왔던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봤다. 자연의 영향을 받고, 끊임없이 정성을 쏟아야하는 눈에 보이는 목표를 추구하며 현실을 사는 사람으로, 코브린과는 어느 정도 상반된 위치에 있는 것으로 그려지는 듯했다. 환각을 보고 진리에 매몰된 코브린도, 페소츠키도 모두 불행해졌다. 진리를 추구하는 코브린에게 검은 수사를 보낸 안톤체호프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어려운 소설이었다. 

낯선 여인의 키스야영지에 도착한 장교들은 그 곳 지주 폰 라베크 중장으로부터 초대를 받아서 저녁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춤을 추는 사람들, 당구 치는 사람들 속에서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고 있던 랴보비치는 어두컴컴한 벙에 들어섰다가 한 여인으로부터 키스를 받게 되었다. 여자는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놀라서 도망가버렸고, 랴보비치 또한 마찬가지였다. 집에 있는 여자들 중에서 과연 키스를 한 여자는 누구일까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 그를 다정하게 대했고 행복하게 해주었으며, 자신의 인생에서 무언가 어리석지만 특별한, 굉장히 기쁘고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 그는 꿈속에서도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p183

반복된 일상에서 낯선 여인의 키스는 행복한 상상 속에 빠져들게 했지만,어느 순간 현실을 돌아와 자신의 삶은 초라하고, 보잘것 없으며, 무료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가끔은 이런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상상 속에서 그는 활력을 얻었고, 행복을 느끼기도 했으니까.

6호실 :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 있는 6호실이라는 정신병원엘 자주 찾아간다. 그곳에 감금되어 있는 환자 중에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하지만, 6호실을 찾아가는 이 일은 그를 이 병동에 감금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상인 사람이 정신병자가 되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저런 일은 현재 어떤 공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라 무서운 이야기였다. 


신부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나쟈는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다. 친척 오빠인 사샤는 그녀에게 공부하러 떠나라고 말했다. 결국, 나쟈는 사샤의 말대로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데......그것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길이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서 공부하는 거야. 나머지는 운명에 맡기고.너의 삶을 뒤집으면 모든 것이 변할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을 바꾸는 것이고, 나머지는 부차적인 거지. 그럼,우린 내일 함께 떠나는 건가?" -p313

 

정작 타인의 인생을 바꾸려 했던 사샤는 건강을 돌보지 않은 채 죽고 말았고, 나쟈가 제 삶을 살고 싶다고 소리쳤지만 무책임하게 보였던 것은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나쟈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그림이든,음악이든, 문학이든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감상이 나오게 마련이다. 작가는 분명 독자에게 전하는 바가 있었겠지만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 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꼭 작가의 의도대로 느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친구는 오독도 읽기의 재미라고 했다. 그 말에 적극 공감한다.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사회를 돌아보고, 세상사에 관심을 가져보는 시간. 문학 읽기는 그런 선물을 나에게 안겨준다. 

삶이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진리는 깨닫는 것이 복일까? 독일까?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경계는 무엇일까? 체호프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면서도 굉장히 흥미로운 이유는 그들이 이러한 질문 속에서 고뇌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의 표면적 의미와 수수께끼 같은 작품의 주제는 서로 티격태격하며 독자들의 머릿 속에 수많은 물음표를 그려 넣는다.p 330 (옮긴이의 말 중에서)

그렇다. 책장은 덮었지만 나에게는 많은 질문들이 남아있다. 삶의 순간 순간 그런 질문들을 다시 떠올리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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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1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마다 고독한 날 - 정수윤 번역가의 시로 쓰는 산문
정수윤 지음 / 정은문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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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하이쿠,와카를 내가 접할 기회가 있기나 했을까?  '와카란 일본 고유의 시를 말한다. 일본을 뜻하는 와 (和)에 노래를 뜻하는 카 (歌)를 쓴다. (중략) 음수율은 부드럽게 암송하기 쉬운 5.7.5.7.7자를 기본으로 한다. (중략) 17세기 들어 서른 한자도 길다 하요 7.7을 떼고 5.7.5만 남긴 것이 하이쿠다.'- (저자의 설명) . 국어 시간에도 이태백, 두보 등의 작품이나 우리 시조를 접하긴 했지만 일본의 하이쿠나 와카를 만났던 기억은 없다. 아마 역사적인 배경, 일본과의 관계도 큰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싶다. <정수윤 번역가의 시로 쓰는 산문>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책은 일본 와카 한편에 저자 산문을 더한 형식이었다. 저자는 다자이 오사무 전집을 시작으로 일본의 다양한 명작들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이며,장편동화를 쓰기도 한 작가이다. 일본어 공부를 했기에, 일본 문화에 관심이 생겼기에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본어와 상관없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겠지만. 와카는 우리 나라의 시조를 읽는듯했다. 짧은 글에 함축된 내용이 상당한 임팩트를 주었다. 


나이 탓일까?  남편에게 보여주고는 함께 웃은 와카가 있었다. 

늙음이란 게 찾아올 줄 알았다면 문을 잠그고
없다고 대답하며 만나지도 말것을   -p166


저자는 엄마의 환갑을 맞아 함께 여행했던 추억을 이야기했다. 난 건강이 좋지 못한 엄마가 생각났고,  내 나이를 떠올렸다. 칠순을 앞둔 엄마와의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려하는 저자를 보며 부러웠다. 함께 긴 여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오래 오래 내 곁에 있어주시기만 하면 좋겠다. 없다고 대답하면 순순히 물러가 줄 늙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최대한 문고리 잡고 버텨보자. 운동하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면서. 

달콤하고 절절한 사랑을 담은 와카가 특히 많았다. 그 중 한편을 보면,

그대 위하여 봄 들판으로 나가 어린 순 뜯네
나의 옷소매에는 눈 송이 흩날리고   -p170


그해 첫 새순을 먹으면 한 해 동안 병치레 없이 건강히 지낼 수 있다는 속설이 있었던 때, 남자가 정성스레 딴 어린 순과 함께 이 와카를 선물했다고 한다. 저자는 서울과 도쿄 원거리 연애를 하던 시절, 남자친구가 자신을 위해 방 곳곳에 숨겨둔 열 장의 편지에 대한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이 에피소드를 읽다보니 고3 딸과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던 고1 아들의 학교로 편지를 보냈던 기억이 났다.  말로 전하는 것도 좋지만 꾹꾹 눌러 쓴 글이 전하는 의미도 크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끔 그 편지를 함께 읽으며 그 날을 떠올리곤 한다. 

누군가를 위해 눈 내리는 들판에 쪼그려 앉아 풀을 뜯는 사람, 누군가를 위해 방 구석구석에 편지를 숨겨두는 사람. 그런 작고 소소한 정성으로 우리는 산다. 즐겁게 산다. 일상이 빡빡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약간의 정성, 약간의 시구를 생각해보는 여유를 갖고싶다. - p172


당연히 일본 문학을 많이 접하니, 일본 문학에 대한 글이 자주 등장을 했는데,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큰 재미였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으면서 줄거리는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이 없고, 문장들이 아름다웠다는 느낌은 남아있다. 그 느낌만으로 애정하는 작가가 되었는데,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연설에서 읊은 와카를 소개하고 있었다. 와카의 의미를 풀어서 설명해두었지만, 그 보다도 이 문장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구름을 나와 나를  따라나서는 겨울밤의 달
바람이 저미느냐 눈이  차디차느냐  - p234


사물이 모두 다르게 보여도 우리는 모두 거대한 하나이다. 우리는 모두 완전히 융합되고 뒤섞여 있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자연도 인간도 국가도 인종도 정치 색깔도 서로 다른 조각의 퍼즐처럼 보이지만 하나로 이어진 형상 속에서 우리는 산다.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다들 모르는 것처럼 사는 것 같아서. -p236


덧붙여진 저자의 글은 요즘 세계의 움직임을 보면서 더 맘에 와 닿았다.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분쟁은 있었지만, 세계는 안정되어 있고, 평화롭다고 생각했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끝날 줄을 모르고, 중동 사태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 정치가들은 민생에 관심이라도 있기나 한 건지.


하여가, 단심가등 우리의 시조도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지만 빠져들 수 있듯이 와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자는 소개한 와카의 배경(일본인들의 역사, 문화,풍류등) 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기에 와카가 전하는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덕분에 와카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보다도 솔직 담백한 저자의 글이 더 좋았다.  일본어 원서를 읽으면서 번역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번역가가 되게 된 계기, 번역가로서 만났던 사람들, 번역가로 사는 삶 등에 대한 글을 특히 재밌게 읽었다.  오랜 세월을 아우르는 와카 65 편에는 현대를 사는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정성껏 골라낸 와카와 어우러진 진솔한  저자의 산문과 함께 한 시간은 더운 여름 날에 청량감을 더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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