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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도둑 -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9월
평점 :
도서관에서 한아름 책을 안고 왔다. <그림값 미술사>를 읽는 중에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의 이름이 등장했다. 전설적인 그림 도둑. 2페이지에 걸쳐 짧게 언급된 브라이트비저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던걸까? 그를 다룬 책이 <예술 도둑>이었다. 저자는 10년 이상을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의 이야기를 모았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집에는 그의 마음을 빼앗는 많은 예술품들이 있었다. 예술품에 대한 애정은 그때부터 생겼던 걸까? 잘 어울리지를 못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했던 그는 상담을 받아도 나아지지 않았다. 박물관에 가면 변덕이 가라앉아 부모는 박물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단둘이 살게된 그는 아버지가 모든 가구과 예술품들을 가지고 가버려 공허함을 느꼈다. 처음 도둑질에 성공한 이후 그는 대담해졌고, 다락방은 예술작품으로 채워졌다. 아버지보다 더 나은 작품을 갖기를 원하고, 다락 벽을 찬란하게 꾸밀 수 있기를 바라며, 아무 죄책감 없이 많은 사람들이 누려야할 예술 작품들을 훔쳤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라고 자신을 정당화했지만 실제로도 그랬을까?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예술 도둑들의 사례들을 보면서 결국은 돈을 위한 것이 아닐까싶었다. 브라이트비저는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예술품들에 둘러싸여 즐기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며 다른 예술 도둑들과는 다른 부류라고 스스로는 말하지만, 어떤 거창한 이유를 가져다 붙이던 도둑에 불과한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상습적인. 8년동안 200여회에 걸쳐 300점이 넘는 작품을 훔쳤다. 그렇게 많은 작품들을 훔친 것에 비해서는 처벌이 가볍게 느껴졌다. 많은 예술품들이 분실이 되기도 하고 상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브라이트비저에 대한 심리분석 사례들이 있었다. 자기애성 인격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 유혹을 참지 못하는 성향등.
사실 박물관에서는 누구나 브라이트비저와 같은 생각을 한다. '아, 이 그림을 내 방에 걸고 싶다. ' 차이가 있다면 브라이트비저는 이 비합리적인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잠깐 스치는 바람 같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서는 거대한 암벽처럼 버티고 있다. -p 100~101
모네 수련 전시를 보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대부분 상상으로만 그치는 것을 하고야 말았던 브라이트비저. 형을 살고 나와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이 있었지만 참을 수 없었던 도둑질 탓에 그의 인생은 망가져버렸다. 가벼운 처벌은 도리어 해가 되는 법이었다. 후반부에서는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인물인듯도 싶었다. 그가 도둑질 할 때 망을 보기도 하면서 도움을 주었던 여자친구, 잘못을 해도 아들을 감싸고 돌기만 했던 엄마의 모습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들의 진실은 무엇이었을지 브라이트비저보다 더 파악하기 힘든 인물이었다. 한 편의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그들의 이야기. 브라이트비저는 현재 어떻게 살고있을까? 예술이란 것이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도난당한 작품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