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사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5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유정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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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부서진 사월>을 읽게 된 건 책친구의 선택이었다. 덕분에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제목부터가 심상찮은데 내용 또한 무거웠다. 이스마일 카다레가 살아왔던 시기의 알바니아의 정치적 상황등 이러한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의 작품을 더 만나게 된다면 이해의 폭이 커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너무 욕심낼 수는 없을 것같다. '피에는 피'라는 관습법.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복수란 참을 수 없는 분노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그런 감정을 찾을 수 없다. 그냥 법이 그러하니.....법을 어길 수는 없으니...나의 자유의지는 필요가 없다. 살인과 복수도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것처럼 내 생몀도 내것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말그대로 복수를 함과 동시에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거였다. 왜 제목이 <부서진 사월>인지 짐작하게 된다.


피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은 삶이 조용하고 평안하다 할지라도, 한편으로슨 무미건조하며 무의미하리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는 복수와 상관없이 사는 몇몇 가족들을 떠올렸으나, 그들에게서 어떤 특별한 행복의 징후를 발견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위험과 관계없는 그런 삶으로는 생명의 값어치를 알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덜 행복하리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p40



관습법에 따라 형의 복수를 마친 그조르그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 법에 반감을 가지다가 결국 타협하고 만다. 반항적인 태도조차 그릇된 일인듯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수긍해버린다면 변화는 일어날 수가 없다. 아무리 나쁜 것이라할지라도. 왜 이런 법이 생겨난 것일까? 복수의 대상만 되지 않는다면 편하게 살 수 있는 권한을 얻으니까? 이런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는데,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뿐이었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복수에 실패해도, 복수를 해도 세금을 내야했으니까.'피 관리인'이라고 불리는 마르크 우카시에르를 통해 그 관습법이 가지는 경제적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베시안은 그 관습법에 지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신혼여행으로 이 지역을 선택했다. 아내 디안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디안과 그조르그는 우연한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사실, 그것이 무언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하지만, 그조르그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었다.소설에서 디안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마르크 우카시에르의 입을 빌면 여자는 관습법의 영향력에서 제외되어있었는데,관습법이 퇴색되고 해체되어가고 있는 것이 여자들에 의해서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관습법에 호기심으로 접근한 베시안에 대한 단순한 저주로 작용하는지, 관습법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매개체로서 등장을 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고대로부터 전승되어온 알바니아 고유의 관습법 '카눈' 끊임없이 반복되는 피의 복수는 무엇을 위함인가? 라는 문장이 책 뒷표지에 적혀있었다. 그것도 물론 궁금하지만, 이스마일 카다레가 왜 그것을 소재로 이 책을 썼을까를 이해하고싶다. 공부가 필요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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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0 17: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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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4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둘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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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NS를 통해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가 끌려서 주문을 하고, 예전에 읽었던 그의 책들을 훑어보았더. <향수>,<좀머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 <비둘기>. 4권을 읽었다. 아마, <좀머씨 이야기>를 가장 먼저 만났던 것같다. <향수>를 읽고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아싶었으니까. <비둘기>를 읽고 썼던 리뷰가 다른 온라인 서점에 있었다. 다시 읽으면 어떤 리뷰를 쓰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옮겨보면서 그때의 감동을 떠올려봤다.



2018.1.15 (지금은 절판된 책으로 읽었다)


<콘트라베이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쥐스킨트의 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한 사람의 심리와 행동을 이렇게 세밀하게 묘사해낼 수 있다니. 주인공과 함께 긴장하고, 분노하고, 그의 감정에 동조하면서 읽어내려가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 책장을 덮기도 전에 다른 소설도 찾아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게될 정도로. 힘들게 쌓아올린 누군가의 평화로운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래서, 주인공이 큰 산을 만났을때 제발 굴복하지 말기를, 잘 극복해나가기를 바라게 되는데, 조나단 노엘을 만난 순간 딱 그랬다.

 

 유년기에 부모를 잃었으며, 먼 친척 아저씨에 의해 3년동안의 군생활을 했으며, 동생과도 헤어졌다. 아저씨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도 했지만, 그녀는 딴 남자랑 떠나버렸다. 그는 사람들을 절대로 믿을 수 없고, 그들을 멀리 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난생 처음으로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게 되었다. 저금해 두었던 돈을 찾아서 파리로 떠났던 것. 다행이 은행의 경비원으로도 취직이 되었고, <코딱지만한 방> 하나도 얻었다. 그 이후로 30여년을 무탈하게 살아왔다. 1984년 8월 어느 금요일 아침에 방 문을 연 순간 복도에 있던 비둘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비둘기가 왜 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설명이 되지 않는 공포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러한 공포스러운 감정을 주는 대상을 만나는 것이 덕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모른다.

 

 비둘기는 그의 일생에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을만한 공간이기에 단 한순간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던 방을 버리고, 짐을 챙겨서 나올만큼 커다란 공포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동안, 책장을 덮은 다음에는 확실하게 비둘기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의 1박 2일을 한번 따라가보자.  평소 건물내에서 누군가와도 부딫히고 싶어하지 않던 그는 간단한 인사만 하고 지내던 집 청소와 관리를 하던 로카르 부인과 대화를 나눈다. 항상 감시하는 눈초리를 보내는 그녀에게 솟아나는 분노를 표출하기 위함이었는데, 가까이 마주한 순간 주택관리 규정과 함께 비둘기가 있음을 알리고 청소를 부탁한거였다. 평소라면 전혀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멀리서만 보던 그녀를 가까이에서 봄으로써 그녀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된거였는데, 좀더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사람 자체를 믿지 않았고, 자신의 일상이 깨어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던 그에게는 커다란 일탈이었던 셈이다.

 

 비둘기를 만난 휴유증은 은행에 출근한 후에도 평소의 그답지 않은 실수를 하게 하고, 그 실수로 인하여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공원에서 만난 거지와 같은 상황에 처해지지는 않을지 끊임없이 두려워한다. 실수로 바지에 구멍이 나기도 했는데, 당장 수선이 어려워 스카치테이프로 붙이고 오후 근무를 한다. 스카치테이프를 가리려하다보니 평소에 자신이 경멸하던 경비원들처럼 무뚝뚝한 표정이 되어버렸고, 그것은 자신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 일으켰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분노가 끓어 넘쳤다. 30여년 동안 그는 누군가와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도, 누군가에게 분노를 표출해본 적도 없이 살아왔던 것 같았다. 그랬던 그였기에 비록, 그 대상들에게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고, 마음 속으로만 분노한 것이었을지라도, 그 장면들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였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는 가지 못한채 호텔로 간다. 관처럼 생긴 호텔방에서 정성들여 식사를 하고 [내일 자살해야지]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조나단은 어둠이 가득찬 방에서 그가 다른 사람들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말을 내뱉으려던 순간 두드림의 소리를 들었다. 빗소리였다. 빗소리를 한참 듣던 그는 호텔 밖으로 나갔다. 비둘기가 뜻하지 않게 공포를 안겨주어 자신을 들여다보게 했다면, 빗소리는 그를 세상 속으로 다시 끌어내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유 속으로 걸어 나갔다. (중략)  그는 젖은 평평한 신발을 가차없이 철벅거렸고, 물이 한쪽은 가게의 쇼윈도로 또 한쪽은 주차된 자동차로 튀었으며, 입고 있던 바짓가랑이로도 튀었다. 정말 신나는 짓이었다. 그는 어린아이들이 하는 그런 지저분한 유희를 다시 되찾은 대단한 자유라도 된다는 듯이 즐겼다. 플랑슈 가에 도착하여 집의 대문을 들어서고, 잠겨 있는 로카르 부인의 숙소를 잽사게 지나 뒷마당을 가로지르고, 좁다른 뒤 계단을 올라갈 때도 그는 여전히 활기찼고 행복했다. -p 107

 

 복도는 완전히 비어 있었다. 비둘기는 흔적도 없었다. 바닥의 오물도 다 치워져 있었다. 깃털도 없었다. 붉은 색 타일 위에서 바들바들 떨리던 작은 깃털도 보이지 않았다. - p 109

 

 로카르 부인이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깔끔하게 치워두었다. 공포를 안겨줬던 비둘기는 사라졌고, 인간에 대한 신뢰는 다시금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을 공포로 다가왔던 비둘기는 조나단에게 남아 있는 날들에 선물같이 날아든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비둘기의 등장으로 조마조마했던 내 마음은 '어느덧, 비둘기야 고마워!' 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나단 , 무너지지 않고 더 밝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야'라는 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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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5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유정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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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라는 이름으로 살인을 요구하는 관습.옳고 그름을 판단할 자유도 주어지지도 않고,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는 법에 따라야 했던 사람들.무엇을 위해 존재한 법이었을까? 돈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는 생각,너무 억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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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크, 첫 키스, 재회 슈테판 츠바이크 소설 시리즈 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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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크>


1912년 3월, 나폴리항에 정박 중인 대형 횡단여객선 '오세아니아'호에서 일어난 사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진실을 짐작할 수 있는 화자인 '나'는 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남자로부터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독일에서 유능한 의사였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렸고 그것을 만회하는 방법으로 식민지로 가게되었다. 유럽에 대한 향수병에 걸려있던 그에게 백인 여성이 찾아왔고,낙태를 원했다. 충분한 돈을 주겠다는 그녀에게 그는 다른 요구를 했다. 차라리 더 많은 돈을 원했다면 서로에게 좋은 방향으로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았을까? 왜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고 몰아세웠는지. 그의 비뚤어진 욕망이 여자의 인생도 그의 인생도 하루 아침에 무너뜨려버렸다. 그녀의 비밀을 지켜주기위해 했던 마지막 행동은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사랑이었을까?   


"(전략) 어차피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권리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을 자유뿐이니까요.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채, 온전히 혼자가 되는 것이지요. 그는 다시 한번 나를 비웃듯, 아니 도전하듯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는 느꼈다.그것은 단지 부끄러움이었다. 끝없이 깊은 절망적인 수치심을 뿐이었다.-p115



요구하지 말아야했던 한 마디가 불러온 파국은 '나'의 말처럼 조금 늦게 깨달은 부끄러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첫키스>


어둠 속에서 신체적 접촉을 한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면서도 열정에 휩싸여버리게 된 15살 소년의 이야기였다. 안톤 체호프의 <입맞춤>을 떠올리게도 했다. 그 나이의 소년에게 그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또한, 나중에 자신이 단정짓고 사랑했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충격까지 얹어졌다. 


그는 이제 사랑이나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삶의 어느 순간에 사랑하고 사랑받는 두 감정을 함께 경험했던 그로서는 불안하게 내미는 그의 떨리는 손안에 너무 일찍 굴러 떨어진 사랑의 열매를 더는 갖고 싶은 동경이 없었기 때문이다.-p 176~177



성장기의 그러한 경험이 가치관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약간은 무거운 진실을 알게 된 느낌이었다. 


<재회>


사랑하는 사람과 9년 만에 재회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23살의 루트비히는 사장의 개인비서로 저택에 들어가서 살게 되면서, 사장 부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루트비히는 사업차 멕시코로  떠나게 되었는데, 전쟁으로 인해 2년만에 돌아가기로 한 계획은 무산되었고,다시 만나기까지 9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재회한 루트비히는 헤어지면서 했던 약속을 지키기를 요구했다. 과연? 오래 전 그녀가 들려주었던 시에서 예언적 의미를 떠올린 루트비히는 현실을 깨우쳤다.


그녀와 그는 이제 더는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건만, 끊임없이 과거의 흔적을 찾으려고 애썼던 것은 아니었을까? 발아래 드리워진 저 검은 유령처럼 그들은 헛된 노력에 힘을 낭비하며, 달아나고 멈추는 유희를 계속한 것은 아니었을까? -p258



츠바이크는 그들을 신파의 주인공으로 내버려두지 않아서, 과거의 기억 속에 그들을 잡아두지 않아서 좋았다.츠바이크의 소설을 읽을때면 매번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 편의 짧은 소설이 끌어당기는 힘은 대단했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어떻게 저렇게 파헤칠 수 있는지.어쩌면 그래서 더 히틀러가 일으키는 만행을 지켜볼 힘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기억이라는 예언의 목소리가 다시 그에게 무슨 말을 건네려고 하는지, 과거를 통해 그에게 현재의 어떤 진실을 들려줄 것인지에 귀를 기울였다.-p258



<재회>의 마지막 문장이다. 츠바이크는 긍정적인 메세지를 얻지 못했던 것일까? 그의 소설 속 문장이지만 현실에서 희망을 가져보려했던 몸부림으로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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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크, 첫 키스, 재회 슈테판 츠바이크 소설 시리즈 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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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것이 이렇게 숨이 찰 일인지.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긴장감.추리 소설도 아닌데. 츠바이크를 읽지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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