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를 탄 아들과 그의 어머니가 왁자지껄 떠들며 내려왔다. 어떤 이들이 어머니가 어찌 저리 밝고 명랑할 수 있냐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 '그래야만 살 수 있으니까요.' 하고 대답했다. 암울한 현실을 견뎌내는 방법은 온 힘을 다해 명랑함을 짜내며 버텨내는 것이리라.나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했다. 그건 내 삶의 방식이었다.- p60



시각 장애인이면서 보행 보조기를 사용할 정도로 걷는 것도 불편한 아들과 백두산 천지 여행을 온 칠순 노모를 본 일행들의 말이었다. 이 장면이 눈에 들어왔던 것은 오늘 병원에서 나도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20대의 뇌성마비 아들을 휠체어에 태운 내 또래의 여자분을 만났다. 휠체어를 밀면서 아들에게 말을 건네는 목소리와 표정이 너무 밝았다. 약을 타면서 약사에게 질문을 하면서도 얼마나 밝든지 아픈 아이를 둔 엄마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떻게 저렇게 밝을 수 있지? 그 분도 저런 맘일까? '그래야만 살 수 있으니까?' 엄마의 퇴원을 앞두고 요양병원에 모시는 문제로 마음이 복잡한 가운데 만난 그분의 밝음이 묘하게 나에게 긍정적인 기운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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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6-0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데도 밝게 살다니, 그런 거 쉽지 않을 듯해요 그렇게라도 해야 살 수 있는 걸지도... 웃을 일이 없어도 웃으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희선

march 2025-06-08 21:52   좋아요 0 | URL
엄마의 간병문제로 머리가 복잡하지만 맘 다잡고 있어요. 어차피 해결해나가야 할 일이라.... 피할 수 없다면 밝게 맘 먹고 헤쳐나가야겠죠? 저자가 말했듯 살아야하니까요.^^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 세계를 균열하는 스물여섯 권의 책
강창래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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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읽었다. 세상에 수 많은 책들을 다 읽을 수는 없기에 다른 이의 시선으로 책을 접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총 스물여섯 권의 책을 접하면서 읽은 책들에 대해서는 감상을 공유하는 맘으로,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며 읽어나갔다. 솔직히 서평을 읽으면서도 이 책은 나의 영역이 아니구나하는 느낌이 드는 책들도 있었다.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읽기와 쓰기, 문학이 가지는 역할등 다양하게 건드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도시와 개들>이라는 작품을 다루면서 자연과 정치사회적 환경이 낯선 남미 작품은 해설을 먼저 읽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역자의 해설이 내가 작품을 이해하는데 선입견을 갖게 할까봐 먼저 읽는 것이 꺼려질 때도 있지만, 낯선 작품들을 읽을 때는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단, 중심을 잘 잡아야할 것같다. 참고할 건 참고하고, 내 관점으로도 잘 설펴보는 등. 


<모비딕>은 간단한 줄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사실. 아직 읽지 못했기에 참고할 내용이 많았다)그런 문학적인 가치도 물론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다. 고래잡이가 소재라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수산업 코너의 고래잡이 도서로 분류된 적도 있었다 한다. 책에 대한 평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경우가 많은 줄은 알았지만, 이런 대접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니. 


줄거리를 벗어나 문장 하나 하나가 가진 의미에 감동하고, 기억 저장고에 저장해나가는 즐거움은 재미있는 줄거리를 읽는 즐거움만큼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 문장에 공감이 되었다. 


문학을 즐기는 독자라면 줄거리가 아무것도 아님을 잘 알 것이다. 어떤 맥락에 담긴 줄거리가 어떤 이야기 구조 속에서 어떤 텍스트로 표현되느냐가 중요하다. 사소한 일상에 자신의 일생이 담겨 있는 것처럼, 사소해 보이는 문장 하나하나에 작품의 가치가 담겨있다.-p183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다루는 부분에서 나온 문장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줄거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꽤 크다는 생각을 했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오히려 지금현대가 더 심각한 것 아닐까? 장난으로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죽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 소설에서 카타리나 블룸은 복수를 했지만 그렇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을까? 상상만으로도 화가 난다.  


이방인을 읽으면서 '아랍인'이란 말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살인을 했다는 사실에만 집중했을 뿐인데, 새로운 시선 하나를 발견하고, 작가의 사상이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요즘은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이 아니라 주변인의 시선으로 이야기 진행을 짚어본다. 그런 것 가운데 하나가 탈식민주의 비평 관점이다. 뫼르소가 살해한 인물은 재판과정에서, 아니 소설이 끝날 때까지 이름 없는 아랍인으로 지칭된다. 이런 식의 익명성은 프랑스 식민주의가 식민지인의 인간성과 정체성을 삭제해버리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태도다. 그러면 작가인 카뮈에 대한 평가도 조금 달라진다. 반식민주의자면서 식민주의자의 사고방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p193~194



월터 J.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서 만났던 문장은 쓰기의 필요성을 알지만 두려워하는 나로서는 읽기에 그치기보다는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지만 글쓰기는 말하기와 달리 끊임없이 반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고칠수록 세련되고 객관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긴 생각을 검토하면서 정리할 수 있다. 끊임없이 되풀이해 참조할 수 있는 대량의 데이터로 축적할 수도 있다. 쓰기는 그런 과정을 통해 구술적인 사고방식을 재조직한다.-p216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의 <다락방에 미친 여자>에서 비중있게 다뤄지는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이해하고 여성 문학을 읽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저자의 말을 들으면서 그 책이 많이 궁금해졌다. 페미니스트를 위한 '고전'으로 올라섰을 뿐만 아니라 걸작이라는 찬사와 함께 세상을 달라지게 만드는 위대한 필독서로 꼽힌다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렇듯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읽어야 할 목록이 자꾸 자꾸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번역본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 한 책에 대해서 다른 번역본으로 읽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정말 큰 차이를 느끼는 경우가 있어 번역의 중요성을 두 말할 필요도 없는데 저자는 어떤 번역본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주기도 해서 책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듯했다. 하지만,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은 같을 수 없으니 참고는 하되 정답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감상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책에 대한 글이 재밌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관점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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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6-0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 때문에 다른 곳에 놓이는 것도 있다고 해요 책방에서 일한다고 해서 책을 잘 아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저 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사람에 따라 책을 다르게 보기도 하겠습니다 다르게 보는 사람 부럽기도 합니다 저는 그러지 못하는군요


희선

march 2025-06-08 21: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런 것같아요. 서점에서 일하면 다 책을 좋아할 것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겠죠? ^^
희선님이 왜 그러지 못하다고 생각하세요.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시고. 저는 희선님이 부럽습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엄마가 입원한 병원까지 가려면 자차로 30분, 

운전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환자 면회 가는데도 비싼 주차비를 부담해야한다.

버스를 타면 한번 환승해서 1시간이 걸린다..

그것도 차 타는 시간만.

어떤 것이 편할까 생각하다가 기차에 생각이 미쳤다.

집에서 역까지 걸어서 15분, 무궁화호 타면 14분, 내려서 엄마 병원까지 10분.

운전 신경 쓸 필요없고, 차비도 저렴하고,시간도 절약되고.

그래, 너로 결정했어.

KTX, SRT, ITX도 있지만 차비가 가장 저렴한 것은 무궁화호였다.

금액 차이는 크지만 시간 차이는 그다지 크지않았다.

서울 오갈때는 KTX를 이용하기에 무궁화호는 정말 이용할 일이 없었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엄마를 만나고 온다.

KTX에 비해 차창 풍경은 느리게 지나갔다.

자차나 버스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여유를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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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6-0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이군요 좋네요 버스나 차를 운전하고 가는 것보다 기차 타고 가면 기분 좋겠습니다 어딘가에 가는 느낌도 들고... 기차 타 본 지 오래됐군요


희선

march 2025-06-08 21:54   좋아요 0 | URL
잠깐이지만 기차로 가니 엄마 만나러 가는 길이 즐거웠어요. 엄마 덕분에 이런 기분도 느껴보제하면서~~ 아픈 엄마한테는 미안한 맘도 들어요.^^
 

















시간이 너무 빠른 것은 아쉽지만 새 교재를 만난다는 즐거움은 있다.

진행자가 쓴 인사말을 읽고 마음을 새롭게 다진다.

목차도 한 번 훑어본다.

6월을 함께 할 두 권의 책, 반가워.







5월 30일 오늘. 

easy english는 깔끔하게 마무리 했는데,

power english는 듣기만 하고 복습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주말을 활용해서 마무리 해야지. 





5월 26일 아파트 정원의 풍경.

연두빛 상큼함과 장미,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은 영산홍이 어우러져 산책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계절의 여왕이 5월이라는 말이 올해는 왜이리 실감이 나는지 모르겠다.

엄마랑 걷고 싶은, 보고 싶은 풍경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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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한 책을 모두 대출해왔다. 

그 중 가장 먼저 펼친 책이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세계를 균열하는 스물여섯 권의 책>이었다.

서평에 관한 책을 즐겨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손에 들었다.

내가 읽었던 책은 작가와 의견을 나누는 기분으로,

읽지 않았던 책에 대해서는 읽어야 할 이유를 찾기도 한다.









친구와 함께 읽고 얘기 나눴던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에 관한 글을 가장 먼저 읽고

목차를 훑어보니 반가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언어 묘기의 서커스'라는 표현이 상당히 재미있게 다가왔다.


연극을 보고 나오는 길에 딸이 그랬다.

맥락이 없는 대사를 외운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일텐데 배우들 정말 대단하다고.

무엇보다도 럭키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들은 알아듣기도 이해하기도 힘들었는데,

글로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럭키의 장광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연극을 보고, 책을 읽은 후 <고도를 기다리며>에 관한 글을 바로 딱 만나는 이 즐거움.

읽는 자가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기쁨 중에 하나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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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5-29 0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arch 님이 만난 지 얼마 안 된 《고도를 기다리며》도 있어서 반가웠겠습니다 미들마치도... 자신이 읽은 책이 있을 때 반가울 듯합니다


희선

march 2025-05-30 23:11   좋아요 1 | URL
반가웠어요. ^^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읽은 책이 없더라구요.

파란놀 2025-05-29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이 저무는 길에 만나는 연극과 책으로
따사로이 하루 누리시겠네요.

길(맥락)이 없는 학교에 길드는 오늘날이라면
길(방향)이 없는 말(대사)도 그냥그냥 외워서
줄줄이 외칠 수 있으리라고도 느껴요.

march 2025-05-30 23:14   좋아요 0 | URL
풍요로운 날들이 되었어요. ^^
숲노래님 글은 그냥 한 편의 시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