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를 탄 아들과 그의 어머니가 왁자지껄 떠들며 내려왔다. 어떤 이들이 어머니가 어찌 저리 밝고 명랑할 수 있냐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 '그래야만 살 수 있으니까요.' 하고 대답했다. 암울한 현실을 견뎌내는 방법은 온 힘을 다해 명랑함을 짜내며 버텨내는 것이리라.나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했다. 그건 내 삶의 방식이었다.- p60



시각 장애인이면서 보행 보조기를 사용할 정도로 걷는 것도 불편한 아들과 백두산 천지 여행을 온 칠순 노모를 본 일행들의 말이었다. 이 장면이 눈에 들어왔던 것은 오늘 병원에서 나도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20대의 뇌성마비 아들을 휠체어에 태운 내 또래의 여자분을 만났다. 휠체어를 밀면서 아들에게 말을 건네는 목소리와 표정이 너무 밝았다. 약을 타면서 약사에게 질문을 하면서도 얼마나 밝든지 아픈 아이를 둔 엄마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떻게 저렇게 밝을 수 있지? 그 분도 저런 맘일까? '그래야만 살 수 있으니까?' 엄마의 퇴원을 앞두고 요양병원에 모시는 문제로 마음이 복잡한 가운데 만난 그분의 밝음이 묘하게 나에게 긍정적인 기운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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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6-0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데도 밝게 살다니, 그런 거 쉽지 않을 듯해요 그렇게라도 해야 살 수 있는 걸지도... 웃을 일이 없어도 웃으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희선

march 2025-06-08 21:52   좋아요 0 | URL
엄마의 간병문제로 머리가 복잡하지만 맘 다잡고 있어요. 어차피 해결해나가야 할 일이라.... 피할 수 없다면 밝게 맘 먹고 헤쳐나가야겠죠? 저자가 말했듯 살아야하니까요.^^